故노무현 그리고 ‘실천하는 양심’
상태바
故노무현 그리고 ‘실천하는 양심’
  • 하병주 기자
  • 승인 2009.07.11 12: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모문화제가 남긴 과제.. "살맛나는 세상 위해 행동" 이구동성
7월10일 고 노무현 대통령 추모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살 맛 나는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실천하는 양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와 안장식이 있던 날 저녁, 경남 사천에서도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문화제 참석자들은 한 결 같이 ‘실천하는 양심’을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충격에 빠져 있던 사천시민들에게 그나마 ‘마음 기댈 곳’이었던 국민장 분향소. 그 분향소가 있던 자리(사천여고오거리 공터)에 10일 저녁 다시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고인이 떠난 지 49일째 되는 날을 맞아 다시 한 번 그를 추모하기 위함이다.

‘화합과 소통 그리고 희망, 고 노무현 대통령 49재 사천시민 추모문화제’가 공식 행사명이었다.

저녁 7시30분, 추모문화제가 열리는 사천여고오거리 옆 공터에 시민들이 모여들고 있다.
저녁7시30분, 행사장 주변을 맴돌면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시민들을 한국항공(KAI) 사내 록밴드 ‘윙’의 김정건씨가 먼저 고인이 된 가수 김광석의 ‘사랑했지만’으로 붙잡았다. 해바라기의 ‘사랑으로’, 양희은의 ‘상록수’가 차분한 김씨 목소리로 이어지자 어느 새 준비된 자리가 찼다.

그리고 사천지역 사암연합회 소속 스님들이 추모의식을 진행했다. 망자의 혼을 부르는 청혼제에 이어 고인이 편히 이 세상과 이별하기를 바라는 뜻으로 경을 암송했다.

사천지역 불교사암연합회 소속 스님들이 49재 추모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능륜/도안/해일스님)
스님들이 독경하는 동안 시민들의 참배도 이어졌다. 강기갑 국회의원이 가장 먼저 참배했고 노동계 대표가 뒤를 이었다. 그밖에 어린 아이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시민들의 헌화와 분향, 참배가 이어졌다.

이날 추모객들은 대부분 노 전 대통령 국민장 기간 동안 분향소를 찾았던 시민들이었다. 약간은 불편한 걸음으로 행사장을 찾아 참배한 한 노인은 “나는 (노 대통령을)잘 모르지만, 보내고 나니 아까운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국민들도 그 분의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일찍 자리를 떠났다.

추모문화제 행사장에는 대한민국서예대전 대상 출신의 우천 강선규 선생이 직접 적은 만장이 내걸렸다.
여기까지가 추모의식이었다면 다음부터는 본격적인 추모문화제였다. 이 행사는 노 대통령 서거 이후 사천에서 처음으로 분향소를 만든, 이른 바 ‘나홀로 분향소’의 주인공 임병준씨가 시작을 알렸다.

그는 “이제는 부여잡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임을 보내드려야 한다”고 한 뒤 고인의 숭고한 뜻을 가슴에 새겨 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고 노무현 대통령 영정 앞에 참배하는 사천 시민들.
임씨는 또 분향소를 처음 차렸을 때의 마음도 전했다.

“임이 황량하게 가시던 날, 하염없는 눈물로 집에 그냥 있을 수 없어 자그마한 분향소를 차렸는데,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참여와 발걸음으로 우리 모두의 분향소로 승화됐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까지 많은 분들이 ‘실천하는 양심’으로 와주셔서, 저는 기쁩니다.”

추모문화제 참가 시민들은 어린 아이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연령이 다양했다.
노 전 대통령 사천지역추모위원회 최인태 위원장은 이번 행사를 기획한 배경을 설명했다.

“‘시민 참여가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일단 분향소를 차리고 나니까 다양한 시민들의 성원이 줄을 이었습니다. 국민장 기간 동안 종교의 벽도 없었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따로’가 아니었습니다. 정당도 큰 의미 없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고인이 바랐던 소통과 화합이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계기로 다시 한 번 ‘노무현 정신’을 떠올리며 한 걸음 더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강기갑 국회의원
강기갑 국회의원은 추모사에서 “국민장 기간 동안 왜 국민들이 물결로 일어났을까”하고 물음을 던졌다. 그리고는 “권위를 벗어 던지고 국민과 함께 살아가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서민 대통령’으로 기억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고인을 편히 쉬게 하는 길은 남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와 평화, 상생의 정신이 녹아 나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면서 “오늘은 이런 가슴 속 씨앗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한배 KAI노조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유서를 낭독했다. 박 위원장은 유서 낭독에 앞서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들어 힘없는 사람이 무시당하고 억압 받는 사례가 너무도 많습니다. 1%만을 위한 정책으로 사회양극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타파할 방법은 국민들이 회초리를 드는 것뿐입니다.”
왼쪽부터 강현호 위원장, 박한배 위원장, 시민 임병준씨, 최인태 추모위원장.
대동기어 강현호 노조위원장은 ‘우리들은 진정한 바보대통령이 있어서 행복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추도사를 이어갔다.

“당신은 마지막도 바보였습니다. 백 배 천 배 죄 많은 자들은 웃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고, 저를 버려달라고 깨끗하게 몸을 던져버린 바보 같은 사람! 지금 누가 방패 뒤에서 웃고 있는가. 너무 두려운 정의와 양심과 진보를 두 번 세 번 죽이는데 성공했다고, 지금 누가 웃다 놀라 떨고 있는가.”

* 첨부파일: 추도사 원문

추모문화제를 지켜보는 시민들.
지역 인사들의 추모 발언이 이어지는 중간 중간에 문화공연도 펼쳐졌다. 대금 연주자 이현철 선생이 대금을 연주했고 여기에 맞춰 소리꾼 운초 이윤옥 선생이 조창을 들려줬다.

또 구영미 선생의 조무도 이어졌다. 그녀는 노 전 대통령의 살았을 적 열정과 생의 경계를 건너가는 슬픔과 회한을 춤사위에 담았다.

(왼쪽 위에서 시계방향) 이윤옥 선생, 이현철 선생, 윤덕점 시인, 록밴드 '윙' 김정건씨.
무용가 구영미 선생이 고인의 영혼을 달래는 춤을 추고 있다.
사천시청 공무원이면서 시인으로 활동하는 윤덕점씨는 ‘님을 위한 헌사(獻詞)’라는 제목의 조시를 낭독했다.

“... / 틀어막은 벽이 아무리 단단해도 / 바람은 제 길을 갑니다 / 살아서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 말하는 자연 앞에서 / 우리는 모두 고개를 끄덕입니다 / ... / 부디 더 큰 영혼으로 평안히 영면 하소서 / 굵고 씩씩하며 용감하고 또 단단했던 / 직선의 님이시여!”

* 첨부파일: 조시 '님을위한헌사' 원문

사회를 맡은 추모위원회 박동주 집행위원장과 추모 편지를 읽은 윤나라 양.
이밖에 사천여중(3) 윤나라 학생이 노 전 대통령에게 추모편지를 적어 낭독했고, 고인의 생전 모습과 장례식 장면을 담은 추모영상 상영으로 2시간 반 넘게 진행된 추모문화제는 끝을 맺었다.

이날 추모문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150~200명의 시민들이 줄곧 행사장 자리를 지켰다.

이날 행사는 외국인들에게도 큰 관심거리였다.
고 노무현 대통령 영정 앞에 놓인 흰 국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블라인드
댓글을 블라인드처리 하시겠습니까?
블라인드 해제
댓글을 블라인드 해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