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문화제가 남긴 과제.. "살맛나는 세상 위해 행동" 이구동성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충격에 빠져 있던 사천시민들에게 그나마 ‘마음 기댈 곳’이었던 국민장 분향소. 그 분향소가 있던 자리(사천여고오거리 공터)에 10일 저녁 다시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고인이 떠난 지 49일째 되는 날을 맞아 다시 한 번 그를 추모하기 위함이다.
‘화합과 소통 그리고 희망, 고 노무현 대통령 49재 사천시민 추모문화제’가 공식 행사명이었다.
그리고 사천지역 사암연합회 소속 스님들이 추모의식을 진행했다. 망자의 혼을 부르는 청혼제에 이어 고인이 편히 이 세상과 이별하기를 바라는 뜻으로 경을 암송했다.
이날 추모객들은 대부분 노 전 대통령 국민장 기간 동안 분향소를 찾았던 시민들이었다. 약간은 불편한 걸음으로 행사장을 찾아 참배한 한 노인은 “나는 (노 대통령을)잘 모르지만, 보내고 나니 아까운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국민들도 그 분의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일찍 자리를 떠났다.
그는 “이제는 부여잡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임을 보내드려야 한다”고 한 뒤 고인의 숭고한 뜻을 가슴에 새겨 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임이 황량하게 가시던 날, 하염없는 눈물로 집에 그냥 있을 수 없어 자그마한 분향소를 차렸는데,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참여와 발걸음으로 우리 모두의 분향소로 승화됐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까지 많은 분들이 ‘실천하는 양심’으로 와주셔서, 저는 기쁩니다.”
“‘시민 참여가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일단 분향소를 차리고 나니까 다양한 시민들의 성원이 줄을 이었습니다. 국민장 기간 동안 종교의 벽도 없었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따로’가 아니었습니다. 정당도 큰 의미 없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고인이 바랐던 소통과 화합이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계기로 다시 한 번 ‘노무현 정신’을 떠올리며 한 걸음 더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강기갑 국회의원은 추모사에서 “국민장 기간 동안 왜 국민들이 물결로 일어났을까”하고 물음을 던졌다. 그리고는 “권위를 벗어 던지고 국민과 함께 살아가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서민 대통령’으로 기억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고인을 편히 쉬게 하는 길은 남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와 평화, 상생의 정신이 녹아 나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면서 “오늘은 이런 가슴 속 씨앗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한배 KAI노조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유서를 낭독했다. 박 위원장은 유서 낭독에 앞서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들어 힘없는 사람이 무시당하고 억압 받는 사례가 너무도 많습니다. 1%만을 위한 정책으로 사회양극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타파할 방법은 국민들이 회초리를 드는 것뿐입니다.”
“당신은 마지막도 바보였습니다. 백 배 천 배 죄 많은 자들은 웃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고, 저를 버려달라고 깨끗하게 몸을 던져버린 바보 같은 사람! 지금 누가 방패 뒤에서 웃고 있는가. 너무 두려운 정의와 양심과 진보를 두 번 세 번 죽이는데 성공했다고, 지금 누가 웃다 놀라 떨고 있는가.”
* 첨부파일: 추도사 원문
또 구영미 선생의 조무도 이어졌다. 그녀는 노 전 대통령의 살았을 적 열정과 생의 경계를 건너가는 슬픔과 회한을 춤사위에 담았다.
“... / 틀어막은 벽이 아무리 단단해도 / 바람은 제 길을 갑니다 / 살아서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 말하는 자연 앞에서 / 우리는 모두 고개를 끄덕입니다 / ... / 부디 더 큰 영혼으로 평안히 영면 하소서 / 굵고 씩씩하며 용감하고 또 단단했던 / 직선의 님이시여!”
* 첨부파일: 조시 '님을위한헌사' 원문
이날 추모문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150~200명의 시민들이 줄곧 행사장 자리를 지켰다.
하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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