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름 그 조언이 적절한 듯 하여 여행 루트 결정을 위해 각종 여행 책자를 뒤적거리던 중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사진을 보고 이곳은 꼭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곳이 있었다.
바로 극지방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파다고니아 빙원의 일부로 마치 슈퍼맨이 살았을 것 같은 넓이 5킬로미터, 높이가 최고 100미터에 달하는 푸른 빛깔의 만년설로 뒤덮인 아르헨티나 ‘로스 글라시아레스(Los Glaciares)’ 국립공원에 위치한 '페리토 모레노 빙하(Perito Moreno Glacier)'와 볼리비아 포토시(Potoci) 주 서발 해발 3650미터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소금사막인 '우유니(Uyuni) 사막'이었다.
특히, 사진 속 우유니는 하늘과 땅의 경계가 모호하게 하늘에도 구름이 있고, 땅에도 구름이 있어 마치 천국의 일부인 듯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하지만 내가 갔을 때 우기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물이라곤 볼 수 없었던 우유니는 하늘과 땅의 경계가 너무 잘 구별되었다.
정상적이라면 12월~3월에는 20~30센티미터의 물이 고여 얕은 호수가 만들어지고, 강렬한 햇살과 푸른 하늘, 구름이 거울처럼 투명하게 반사되어 하늘과 땅의 구분이 모호한 절경을 보여줘야 하는데 말이다. 덕분에 뚜렷한 육각형의 바닥과 순도 높다는 소금 맛은 볼 수 있었다.

우아한 자태로 먹이 사냥을 하는 플라맹고도 보며,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노천 온천에서 신나게 온천욕을 할 때만 해도 좋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늦게 소금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시작된 고산병 증세는 차라리 이대로 죽었으면 하는 엄청난 고통을 주었다.
첫날부터 4500미터라는 고지대를 한 번에 올라간 데다 낮에 한 온천욕으로 인해 남들보다 더 심하게 증상이 발현되었는데, 두개골이 깨어질 것 같은 두통과, 물만 먹어도 즉시 토할 정도의 구토 증상으로 인해 투어 하는 2일 동안 잠은커녕 아무것도 먹지 못했더니 절로 다이어트가 되었다.
그러면서 항상 편두통으로 자주 고생하던 내 친한 친구가 떠오르면서 평생 이 고산병과 유사한 고통과 더불어 살아가는 그 친구가 너무나 불쌍하고 대단해 보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말을 하나보다.
"격어 보지 않았으면 말을 말라……."

덕분에 땅과 하늘의 경계가 너무나 뚜렷했던 우유니 사막에 도착했을 땐 누구보다 씩씩하게 사막을 뛰어다닐 수 있었다.
비록 사진 한 장에 이끌려 온 우유니가 감동보다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담아가지만 직접 체험해 보지 않았음 지속되었을 환상들이 이렇게 경험함으로 인해 깨어지기도 하고, 또 나름의 추억으로 쌓여지게 되니 이것이 바로 여행이 주는 묘미가 아닐까?

이 글은 김윤경 시민기자가 2010년 7월부터 2011년 7월까지 13개월간 세계 곳곳을 다니며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기록한 여행기다. 그녀는 1997년 해군장교로 임관해 근무하다 2010년 11월에 소령으로 전역했으며, 지금은 보건교사로 일한다. 고향은 경남 진주다. -편집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