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총장에게 듣는다>경남도립남해대학 공민배 총장.. 지역민 '재교육' 실험
<2012년 대학교육, 대학총장에게 듣는다>2012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면서 대학들 마다 신입생 유치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향후 몇 년 안에 고교졸업생보다 대입정원이 더 많아질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는 상황. 여기에 ‘반값등록금’의 압박까지 받고 있어 각 대학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이에 서부경남 각 대학 총장들을 만나 대학이 처한 각종 현안과 교육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편집국- |
1996년 3월, 경상남도가 설립했고, 전국에서 첫 도립대학이란 수식어가 늘 따르는 경남도립남해대학. 시간이 흐를수록 대한민국 도립대학의 역사가 되고 있는 남해대학을 지난 11월 10일 찾았다.
고즈넉하고 아담한 캠퍼스. 하지만 그 속에서 배움의 길을 걷는 학생들의 경쟁력은 대단하다. 전국 전문대학 평가에서 5위를 차지했고, 이는 높은 취업률로 이어져 대학은 물론 지역민들의 자랑으로 자리매김 했다.
이 남해대학에서 새로운 도전을 펼치고 있는 이가 공민배 총장이다. 창원시장, 함양군수, 대통령 민정비서실 행정관 등 행정경력이 풍부한 그지만 대학행정을 처음 맡고는 긴장했다는 공 총장. 그와 함께 남해대학 경쟁력의 원천과 새로운 비전 등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글 하병주/사진 강무성
=처음엔 상당히 긴장했던 것 같다. 주로 젊은 20대들과 만나는 일이라 소통하기 위한 공부를 나름대로 했다. 행정공무원과 달리 교수들은 저마다 전문영역이 있고, 자기 학문 외에는 관심이 덜한 편이라 어떻게 소통할까 고민했는데, 1년이 지나니 제법 적응한 것 같다.
△말씀처럼 총장 취임 1년을 넘기고 있는데, 가장 역점에 두고 있는 분야가 있다면..?
=“남해대학 학생들은 품성이 남다르더라.” 이런 이야기를 주변에서 듣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단지 자격증만 따는 공부를 해선 안 된다. 인성교육이 따라 붙어야 한다.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도 할 줄 알아야 하고, 인사성도 밝아야 한다. 현재 학과별로 마을과 자매결연을 맺고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또 얼마 전엔 필리핀의 한 마을에 우물 파주기 사업도 했는데, 교직원과 현지 어학연수 중인 학생들의 힘으로 한 일이었다.
=그런 셈이다. 대학에서의 연구란 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뭔가 힘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남해흑마늘, 요트산업, 펜션 관리 등 지역민과 졸업생들이 일할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남해대학이 지역에서 존재감을 얻게 되고, 구조조정의 위기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남해대학은 취업률이 높기로 유명하다. 어떤 비결이 있을까?
=올해 발표된 통계를 보면 남해대학 취업률은 66.8%로 전국에서 15위를 기록했다. 교수들과 학생들이 노력한 결과다. 특히 교수들이 학생들의 능력과 성격 등을 꼼꼼히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어찌 보면 맞춤형으로 적재적소에 학생들의 취업을 추천하는 편이다.
=사실 큰일이다. 특히 2018년부터는 고교 졸업생 수가 급격히 줄어든다고 한다. 우리 대학도 입학생 확보가 관건인데, 그나마 등록금이 싸다는 게 강점이다. 사립전문대에 비해 1/2수준이고, 4년제 국립대에 비해선 2/3수준에 머문다. 그렇다고 여기에만 기대고 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재교육’으로 특성화 해 나갈 방침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정년퇴직하기까지의 기간보다 퇴직 후 세상을 떠날 때까지의 기간이 더 긴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지역민들에게 농작물재배, 미장 등 여러 분야 강의를 듣게 하고, 자격증과 학위도 주는 ‘재교육’을 강화해 나갈 생각이다.
△좁은 지역사회에서 수요가 있을까?
=수요는 충분하다고 본다. 노인대학이라 해서 레크리에이션이나 교양분야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커리큘럼에 어려운 내용도 섞어야 한다. 실제로 우리 대학에선 주말을 이용해 ‘시니어칼리지’를 시험 운영하고 있다. 여기엔 55세이상만 지원할 수 있는데, 20명 모집정원에 54명이 신청했다. 결국 계획을 바꿔 모두 받아들이기로 했다.
△‘반값 등록금’ 문제에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현재 도립대학협의회에서 ‘반값 등록금’을 논의 중에 있다. 전반적으로 대학등록금이 내려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반값 등록금 논의가 단순히 대학 진학을 장려하는 분위기로 흘러선 안 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고교 졸업생보다 대학정원이 더 많은 시대가 곧 온다. 인력과 자본, 생산성이 선순환하려면 조절이 필요하다.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출마가능성이 계속 거론되고 있다. 앞으로 정치적 행보, 어떻게 할 것인가?
=총선에 출마할 생각은 전혀 없다. 출마를 권하는 압박이 거세겠지만 견딜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 정치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니 여유가 있어서 좋다. 2014년까지 대학에서의 내 임기를 완주하고 싶다. 연임할 수 있으면 더 좋겠고..(웃음)
=전국에 146개 전문대학이 있다. 그런데 대학평가에서 남해대학이 평가지표 13개 합산 5위를 차지했다. 평가지표 부문별로도 거의 10위권 내에 들었다. 그만큼 좋은 대학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학생들이 잘 안 온다는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 도시를 선호하고, ‘체면’에 얽매이는 경향도 있다. 내용을 잘 살펴주길 바란다. 참고로 로봇전자과의 경우 올해 13명이 취업생들이 그토록 선호하는 S전자에 입사했다. 전기과에서도 8명이 입사했다. 알고 보면 아주 놀랄 일이다. ‘지역대학에 전문대’라는 선입견을 버려주길 바란다.
◇공민배 총장 약력
=1954년생. 경남고졸업. 경희대(행정학 학사)-경남대(행정학 석사)-경희대(행정학 박사). 1978년 제22회 행정고등고시 합격. 1993년 함양군수. 1994년 대통령 민정비서실 행정관. 1995~2002년 창원시장. 2004~2007년 대한지적공사 사장. 2007년 국민훈장 모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