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 어르신의 시를 느끼며...

들국화

                                                             -천상병

산등성 외따론 데
애기 들국화

바람도 없는데
괜히 몸을
뒤뉘인다.

가을은
다시 올테지

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친 이 순간이

 

In this remoted mountain slide
Baby camomile

But no wind
Lie down her body
With no reason

Autumn
Will come again

Will it?
The moment when
Your and my lonely hearts
Are folded

So purely folded like now here

 

 

아기들국화의 가느다란 줄기가 안스러워 햇님은 눈을 감은 걸까요? 그들의 마음이 순하게 겹쳐진 이 가을이 좋아, 그래도 그들은 웃고 있는 걸까요? 그들의 비밀이 부러워 잠시 바라봅니다.

세상에는 하늘의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마음을 열면 그 말들이 들려오지요.

사람만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꽃도 나무도 짐승, 해, 구름도 말을 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단지 그리도 순하게 마음이 겹쳐지지 않아 그 말을 듣지 못하는 건 아닐는지요.

그렇다면 이 가을은 다시 올까요?
해가 넘어가면 당연히 가을은 다시 옵니다.
하지만 새 가을이지요.
다시 우리들을 물들일 하얀 도화지처럼 새 가을일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들의 마음이 겹친 이 순간은 아마도 다시 오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원히 우리 곁에서 그 흔적으로, 그 초록 느낌으로 함께 하고 있을 것입니다.

떠나지 않기에 다시 오지도 않지만....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그리고 그 안에서 이 순간은 함께 합니다.
어떤 때는 다가 오는 세월처럼, 저 세상처럼, 당신의 영원한 사랑처럼...

당신은 당신을 잃고, 그리고 당신을 발견할 것입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 비친 당신의 모습만큼 아름다운 당신의 모습을...

당신의 눈 만으로는 결코 발견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당신의 가을은 올 것입니다.

당신의 잊혀진 기억 속의 그 가을은 다시 올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이 온다면 결코 놓치지 마십시오.

당신이 살아있는 그 이유를 그 순간 당신은 알게 될 것입니다.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이 기사는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으로 원고료를 지급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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