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시장 다시 열렸지만 구제역파동 전보다 소 값 30% 내려가
지난 11월29일 경북 안동에서 첫 구제역이 발병한 뒤 130여 일만에 선 사천가축시장. 이날 수소 14마리, 암소 5마리가 매물로 나왔다. 그러나 거래가 성사된 것은 각각 5마리와 3마리. 나머지는 흥정에 실패해 되돌아갔다.
흥정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구제역 발병 이전보다 소값이 30% 이상 낮아진 때문이었다. 이날 매매가 이뤄진 소 가격은 수소 기준으로 ㎏당 6500~7000원 선. 구제역 발병 이전 같으면 9000원 이상으로 값이 형성되었을 것이라는 게 농민과 상인들의 공통된 주장이었다.
이날 암소는 연령에 따라 ㎏당 5100~6900원으로 거래됐다. 수소보다 가격하락 폭이 더 크다는 게 축협관계자의 설명이었다.
값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궁금해서 나왔다는 또 다른 축산 농민들은 정부와 언론에 불만을 쏟아냈다.
“요즘 사람들이 쇠고기를 잘 안 먹기 때문에 값이 내렸다. 구제역 예방접종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그것은 인체에 전혀 해롭지 않다고 하지 않나. 정부나 정치권에서 나서서 더 적극적으로 해가 없음을 설명해 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있다. 언론도 문제다. 구제역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는 안 좋고 위험한 점만 잔뜩 떠벌리더니, 요즘은 말 한마디 없다.”
이 같은 여론에 사천축협 서진수 이사도 뜻을 같이하며 말을 보탰다.
“‘지금 같으면 차라리 구제역이 발병해 매몰처분 하고 보상 받는 게 더 나을 뻔 했다’는 말을 농민들이 하고 있다. 그만큼 소값이 많이 내렸다는 얘기다. 값이 내려간 것은 소비위축 때문인데, 소비 촉진을 위해 정부가 특별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소 값은 내리는데 쇠고기 값은 안 내리는 것도 문제다. 총체적으로 큰일이다.”
사천축협에 따르면 구제역 발병 이후 전국적으로 쇠고기 소비량이 30%정도 줄었다고 한다.
이날 사천가축시장에는 축산농민과 상인, 축협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찾아와 구제역 파동 이후 처음 열리는 소시장에 관심을 보였다.
한편 사천축협에서는 가축시장 입구에 차량소독기를 설치해 출입하는 모든 차량을 소독했다. 또 사람들이 이용하는 자외선 소독기도 설치해 이용을 독려했다.
사천축협 김현중 과장은 “비록 구제역 확산이 멈추긴 했지만 앞으로도 소독과 방역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며 축산농민과 상인들이 유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