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고3 자화상 '수능 외에 다른 선택이 보이지 않습니다'

맞은 편에서 바라본 교문. 문구점까지 차들이 늘어서 있다.

자율학습이 끝나는 밤 열시가 되면 교문 앞은 학생들을 태우려는 차들로 북적인다. 학원이나 독서실에서 온 차도있고 딸을 데리러 온 부모님들도 계신다. 곧이어 학생들이 하나 둘 씩 쏟아져 올 때 쯤 어두운 거리에는 자동차 전조등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언뜻 보면 차들이 불을 켜고 모여 있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기도 하는데, 사실은 참 안타까운 풍경이다. 특히 밤늦게까지 자율학습을 하고서도 학원이나 독서실 차에타는 학생들을 보면 그렇다. '다들 정말 열심히 하는구나' 하며 감탄하다가도 다들 자정이 지나서야 집에 들어가겠다는 생각에(나도 마찬가지면서) 괜히 안쓰러워진다.

빠르게 독서실 차에 올라타는 학생들의 모습

많은 사람들이 독서실에서 학생들을 태우러 온다는 것을 낯설어 할지도 모르겠다.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독서실에서는 학생들이 마치는 시간에 맞추어 학교앞까지 데리러 오고, 공부를 마치는 시간대 별로 집까지도 태워준다. 이것 역시 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도 학교 바로 옆에 있는 독서실에 다닌다. 작년까지도 독서실에 가본적이 없다가 3주 전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독서실에는 이미 학생들이 많았고 지금도 계속 그 수가 늘고있다. 처음 자정을 넘겨 새벽 한 시에 차를 타게 되었을 때 '한시쯤이면 사람이 많이 없겠네'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친구들이 하나둘씩 나타나더니 결국 열명 가까이 차에 타고 있었다. 매일 아침 여덟시부터 수업을 받으면서도 다음날 새벽까지 공부에 매달려야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가끔 친구들과 모여서 이야기를 해보면 모두들 '힘들지만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기에는 시간이 빠듯하고, 사실상 '수능'이라는 관문을 거치지 않으면 꿈을 이룰 수 있는 통로가 거의 막혀있다. 결국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안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별다른 대안이 없는 것이다. 비단 우리 학교의 이야기만도 아니다. 학생들은 나날이 어려워지는 대학 입시와 치열한 능력 경쟁 속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들여놓고 있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벌써 학기가 시작된지 한달이 되었다. 어떤 친구들은 일찌감치 수능 D-000일을 셈하기도 한다. 모두가 똑같이 겪어야하고 누구에게나 똑같이 힘든 길이라면, 내 자신이 얼마나 즐겁게 걸어갈 수 있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 이제부터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말처럼 여유를 가지고 하루하루를 이겨내고 싶다. 모든 친구들이 힘들고 어렵지만 꿈을 잃지않고 끝까지 웃으며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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