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한 볼링대회 ‘라온 텐 핀스’
30일 오후2시, 사천시 벌리동의 한 볼링장. 평일이라 조금은 한산할 시간임에도 실내는 볼링을 즐기는 사람들로 꽉 찼다. 그 중에는 몸이 불편해 보이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어떤 이는 ‘저런 몸으로 공을 제대로 굴릴 수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휠체어에 앉아 굴리든, 아니면 쪼그려 앉아 두 손으로 굴리든, 저마다 자신의 몸에 맞는 나름의 자세로 공을 굴렸다.
공은 마치 느린 화면을 보는 것처럼 데굴데굴 천천히 굴렀다. 핀이 있는 목적지까지 채 가기 전에 레인을 벗어나 버리기도 일쑤였다.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되레 화통한 웃음으로 순간을 모면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공이 제대로 굴러가 핀이 우르르 쓰러질 때는 그 어떤 웃음보다 통쾌하고 해맑은 표정을 지었다. 이를 지켜보는 동료 선수들이나 자원봉사자들은 환호와 손뼉으로 축하했다. 어쩌다 ‘스트라이크’라도 터질 때는 즐거운 비명이 따로 없었다. 손바닥의 맞부딪침 속에 행복이 흘렀다.
이 대회의 별칭은 ‘라온 텐 핀스(ten pins)’. ‘라온’은 ‘즐거운’이란 뜻의 순 우리말이고, ‘텐 핀스’가 볼링 핀 10개를 가리키는 말임을 생각해보면 무슨 뜻인지 헤아릴 수 있겠다.
이 대회에는 평강의집 생활인은 물론 사천시장애인복지관 이용자들과 한마음병원 환자 등 장애인 20명과, 이들을 보살피는 사회복지사 또는 자원봉사자 20명이 선수로 참가했다.
김 씨는 “볼링을 시작하면서 몸이 더 건강해진 느낌”이라면서도 “더 큰 소득은 따로 있다”고 했다.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더 밝아지고 당당해졌다는 것이다.
행사를 후원했던 사천시볼링협회 박종옥 회장도 “우리도 협력해서 대회가 꾸준히 열리도록 해야겠다”고 거들었다.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스스로 주눅 들지 말고 당당하게 사회생활 하라’고 하는 말이나, ‘장애가 없는 사람에게 장애를 이해하고 편견을 갖지 말라’고 하는 말이나, 너무 판에 박힌 말처럼 들린다. 이날 행사처럼, 함께 부대끼고 어울리는 일! 서로의 거리를 좁히는 지름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