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사천시 물이용부담금 면제지역 확대, 가능한 일인가!
그런데 이 물이용부담금을 사천시민 누구나 내는 것은 아니다. 진양호에 인접한 곤명면과 댐주변지역으로 분류되는 곤양면, 축동면 일부 지역이 댐으로 인한 피해보상 차원에서 물이용부담금을 면제받고 있다. 이는 ‘낙동강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줄여 낙동강물관리법)과 그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사천시의회 최수근 의원이 사천시 집행부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남강댐 인공방류구로 인해 피해보는 지역이 훨씬 더 많은데, 물이용부담금 면제지역이 확대 지정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에 사천시 관계자는 “물이용부담금이 처음 시행될 당시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천에서 물이용부담금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2년이다. 오래 전 일인 데다 업무 담당자도 여러 번 바뀌어, 당시 사천시가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지금의 담당공무원은 “지금이라도 면제 받을 수 있는 길이 있는지 알아보겠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물이용부담금에 관한 사항이 법률로 정해져 있음을 언급하는 것으로 봐선, 그다지 큰 기대는 걸고 있지 않은 눈치다.
물이용부담금의 등장과 현황
우리나라에서 물이용부담금이 처음 부과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8월이다. 이른바 한강물관리법에 따른 것으로, 이는 낙동강물관리법의 원형쯤에 해당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물이용부담금은, 댐의 물을 먹고 사는 하류 주민들이 상대적으로 재산권을 침해받거나 불편을 겪는 댐 상류 주민들을 위해, 그리고 광역상수원의 수질 관리를 위해 내는 돈이다. 꼭 필요하고 유용하다 할 수 있다.
사천시민들이 이 물이용부담금을 내기 시작한 것은 낙동강물관리법이 시행된 2002년7월15일부터다. 당시에는 물이용부담금이 수돗물 사용량 기준으로 1톤 당 100원이었으나, 지금은 150원에 이르렀다.
이렇게 쌓인 돈은 사천시 부분만 2007년에 13억2200만원, 2008년에 14억7400만원, 2009년에 15억6400만원이었다.(부과금액 기준) 이 물이용부담금은 낙동강수계관리기금으로 들어가는데, 이 중 일부가 다시 댐주변지역 주민지원이나 환경기초시설설치운영에 필요한 사업비로 돌아온다. 올해의 경우 주민지원사업에 6억원, 그리고 상수원관리사업에 3억3000만원이 쓰일 예정이다.
참고로 낙동강물관리법과 달리 ‘댐건설및주변지역지원에관한법률’에 따른 댐주변지역지원비도 있는데, 이는 수계관리기금과 별개다. 사천시의 경우 댐주변지역 지원금 2억1400만원과 남강댐 사천만 방류에 따른 어민지원금 2억1400만원을 따로 받고 있다.
여기에 댐 상류지역에 해당되는 곤명면까지가 사천에서 물이용부담금이 면제되는 지역이다.
진주시는 어떻게 모든 지역이 면제지역으로 지정됐나?
그런데 눈여겨 볼 점은 인근 진주시의 경우 모든 지역이 물이용부담금 면제지역으로 지정 받았다는 점이다.
사실 이 과정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물이용부담금이 처음 등장했던 2002년에는 위에서 말한 댐주변지역에 해당되는 곳만 면제지역으로 분류돼 있었다. 이로 인해 남강댐 기준으로 반경 5킬로미터에 해당되는, 도심의 절반 남짓에는 물이용부담금이 부과되지 않은 반면 나머지 절반에 해당되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물이용부담금을 물렸다.
그러자 진주시의회를 중심으로 문제제기가 시작됐다. 남강댐의 경우 전국의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도심 가까이에 댐이 들어서 있고, 이로 인한 피해지역은 5킬로미터라는 인위적 잣대로 자를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5킬로미터 제한 선이 도심 한 가운데를 지나는 탓에, 한 골목을 사이에 두고도 부담금을 내거나 내지 않는 집이 공존했다. 당연히 부담금을 내는 주민들은 불만이 팽배했다.
일부 통장들은 물이용부담금 부과 고지서 전달 거부를 선언하는 등 반발 분위기가 지역주민들 사이로 퍼져 나가는 가운데, 진주시와 진주시의회는 환경부와 낙동강수계관리위원회에 “법률 개정을 통해서라도 진주시의 전 지역을 물이용부담금 제외지역으로 지정해 달라”라고 요구했다.
2002년, 아까운 기회 놓친 사천시
돌이켜 보면 당시 사천시도 진주시의 반발에 발맞춰 물이용부담금 납부 거부 운동을 적극 펼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로 그런 주장을 펼만한 명분과 분위기도 충분했다.
진주시가 주장한 것처럼 남강댐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도심과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특징은 역시 전국에서 유일하게, 물을 바다로 곧장 뺄 수 있는 비상방류구를 가졌다는 점이다.
사실 이는 아주 중요한 대목이다. 자연의 순리를 아주 크게 거스른 데다 이로 인한 피해가 사천시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강과 낙동강 하류지역에 홍수를 예방한다는 게 이유이긴 해도, 심할 경우 남강본류 방류량보다 15배 이상 많은 물을 사천만으로 흘려보내는 통에 어업피해는 물론 곳곳에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그 피해가 가장 컸던 해가 바로 낙동강물관리법이 발효되던 2002년이다. 당시 많은 비를 몰고 온 태풍 루사로 인해 초당 5430톤의 물이 사천만으로 쏟아졌는데, 이는 지금까지 알려진 방류량 중 최대 수치다.
남강댐과 비상방류구로 인한 피해가 사천시에 집중되고 있다는 명분과, 그해 태풍 루사까지 덮쳐 물이용부담금을 거부할 좋은 분위기가 조성되었음에도 진주시와 달리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한 셈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어렵지만 한 번 시도해 볼만하다’는 것이다. 앞선 설명처럼, 댐으로 인한 피해 가운데 남강댐이 사천만에 미치는 피해보다 더 크고 구체적인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이점을 크게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물론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민관이 똘똘 뭉쳐 강한 의지를 보이다보면 의외로 쉽게 해결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남강댐과 사천만을 둘러싼 새로운 과제들이 얽혀 있는 시기인 만큼 정치적으로 풀릴 수도 있음이다.
물이용부담금 면제지역 확대, 관건은?
이에 관해 주무부서인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생각은 어떨까. 확인 결과, 사천시의 경우 댐주변지역지원사업으로 어느 정도 피해보상을 받고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따라서 면제지역 추가 확대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는 물이용부담금 문제와 별개다. 오히려 피해보상 차원에서 사천만 어민들을 지원한다는 것은 댐으로 인한 피해지역을 확대 해석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댐으로 인한 피해가 있는 지역민들에게는 물이용부담금을 물리지 않겠다’는 게 법 취지인 만큼 적어도 사천만 어민들에게는 물이용부담금을 물리지 않는 것이 옳다.
무엇보다 낙동강수계관리위원회의 판단이 중요한데 이들의 협조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참고로 이 위원회는 환경부차관이 위원장이며, 국토해양부 하천관리 담당국장, 산림청 산림자원조성 담당국장,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경남/부산/울산/대구/경북/강원도의 부시장 또는 부지사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 중 과반수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된다.
특히 사천시가 물이용부담금 면제지역 확대를 주장할 경우 사천만을 끼고 있는 남해군과 하동군에서도 같은 요구를 할 수 있어, 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남강댐 방류구에서 사천만으로 이어지는 가화천을 지금의 ‘국가하천’ 개념에서 ‘비상방수로’ 개념으로 바꾸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이럴 경우 가화천은 비상방수로로서 남강댐 시설의 일부가 되어, 댐주변지역이 확대될 수 있고 자연히 부담금 면제지역도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꼭 물이용부담금 문제가 아니라도 이런 주장은 타당해 보인다. 가화천은 실제 강이라기보다 비상방수로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를 볼 때, 물이용부담금 면제지역 확대 요구를 관철시키는 일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미리부터 포기해서도 안 될 일이다. 주장을 뒷받침할 명분은 충분하다. 남은 것은 결연한 의지다. 지역민들의 마땅한 권리 찾기에 사천시와 사천시의회, 그리고 지역 국회의원과 경남도지사도 함께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