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사천시 물이용부담금 면제지역 확대, 가능한 일인가!

전국에서 유일한 댐 인공방류로 인해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사천시. 그럼에도 댐 피해주민들을 돕기 위해 물리는 물이용부담금을 고스란히 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남강댐용수증대사업 반대 집회에 참여했던 두 농민이 진양호를 무심히 바라보는 모습.
상수원 지역의 주민지원사업과 수질개선사업을 위한 기금 마련 목적으로 댐 하류 지역민들의 수도요금에 꼬박꼬박 매겨 붙이는 일종의 부과금, 이를 ‘물이용부담금’이라 부른다. 이 물이용부담금은 수돗물 1톤 당 150원 씩 부과된다. 어찌 보면 적은 돈이라 여길 수 있겠지만, 이것도 쌓이면 아주 큰돈이 된다. 지난해 사천시민들이 낸 물이용부담금은 15억여 원으로, 이는 전체 상수도요금 90억4400만원의 17.3%를 차지했다.

그런데 이 물이용부담금을 사천시민 누구나 내는 것은 아니다. 진양호에 인접한 곤명면과 댐주변지역으로 분류되는 곤양면, 축동면 일부 지역이 댐으로 인한 피해보상 차원에서 물이용부담금을 면제받고 있다. 이는 ‘낙동강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줄여 낙동강물관리법)과 그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사천시의회 최수근 의원이 사천시 집행부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남강댐 인공방류구로 인해 피해보는 지역이 훨씬 더 많은데, 물이용부담금 면제지역이 확대 지정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에 사천시 관계자는 “물이용부담금이 처음 시행될 당시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천에서 물이용부담금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2년이다. 오래 전 일인 데다 업무 담당자도 여러 번 바뀌어, 당시 사천시가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지금의 담당공무원은 “지금이라도 면제 받을 수 있는 길이 있는지 알아보겠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물이용부담금에 관한 사항이 법률로 정해져 있음을 언급하는 것으로 봐선, 그다지 큰 기대는 걸고 있지 않은 눈치다.

남강댐 사천만방류구. 남강본류 방류량보다 최대 15배나 많이 쏟아내, 어업피해와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그렇다면 사천시민들이 물이용부담금 면제지역을 확대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터무니없거나 지나친 욕심일까? 현재 댐 하류지역에 있으면서도 지자체 전체가 면제지역으로 지정돼 물이용부담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진주시 사례를 중심으로, 사천시의 물이용부담금 면제지역 확대 가능성을 점쳐 본다.

물이용부담금의 등장과 현황

우리나라에서 물이용부담금이 처음 부과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8월이다. 이른바 한강물관리법에 따른 것으로, 이는 낙동강물관리법의 원형쯤에 해당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물이용부담금은, 댐의 물을 먹고 사는 하류 주민들이 상대적으로 재산권을 침해받거나 불편을 겪는 댐 상류 주민들을 위해, 그리고 광역상수원의 수질 관리를 위해 내는 돈이다. 꼭 필요하고 유용하다 할 수 있다.

사천시민들이 이 물이용부담금을 내기 시작한 것은 낙동강물관리법이 시행된 2002년7월15일부터다. 당시에는 물이용부담금이 수돗물 사용량 기준으로 1톤 당 100원이었으나, 지금은 150원에 이르렀다.

이렇게 쌓인 돈은 사천시 부분만 2007년에 13억2200만원, 2008년에 14억7400만원, 2009년에 15억6400만원이었다.(부과금액 기준) 이 물이용부담금은 낙동강수계관리기금으로 들어가는데, 이 중 일부가 다시 댐주변지역 주민지원이나 환경기초시설설치운영에 필요한 사업비로 돌아온다. 올해의 경우 주민지원사업에 6억원, 그리고 상수원관리사업에 3억3000만원이 쓰일 예정이다.

참고로 낙동강물관리법과 달리 ‘댐건설및주변지역지원에관한법률’에 따른 댐주변지역지원비도 있는데, 이는 수계관리기금과 별개다. 사천시의 경우 댐주변지역 지원금 2억1400만원과 남강댐 사천만 방류에 따른 어민지원금 2억1400만원을 따로 받고 있다.

남강댐 방류로 인한 사천만의 담수화로 물고기들이 떼죽음한 모습.(사천시청제공)
여기서 말하는 댐주변지역은 일반적으로 댐의 계획홍수위선으로부터 5킬로미터 이내 지역을 일컫는다. 사천에서 여기 해당하는 곳은 축동면 신촌/관동/반용/용산/용수/가산리와 곤양면 포곡/환덕/목단/묵실/동천/흥사/가화/검정리다.

여기에 댐 상류지역에 해당되는 곤명면까지가 사천에서 물이용부담금이 면제되는 지역이다.

진주시는 어떻게 모든 지역이 면제지역으로 지정됐나?

그런데 눈여겨 볼 점은 인근 진주시의 경우 모든 지역이 물이용부담금 면제지역으로 지정 받았다는 점이다.

사실 이 과정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물이용부담금이 처음 등장했던 2002년에는 위에서 말한 댐주변지역에 해당되는 곳만 면제지역으로 분류돼 있었다. 이로 인해 남강댐 기준으로 반경 5킬로미터에 해당되는, 도심의 절반 남짓에는 물이용부담금이 부과되지 않은 반면 나머지 절반에 해당되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물이용부담금을 물렸다.

그러자 진주시의회를 중심으로 문제제기가 시작됐다. 남강댐의 경우 전국의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도심 가까이에 댐이 들어서 있고, 이로 인한 피해지역은 5킬로미터라는 인위적 잣대로 자를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5킬로미터 제한 선이 도심 한 가운데를 지나는 탓에, 한 골목을 사이에 두고도 부담금을 내거나 내지 않는 집이 공존했다. 당연히 부담금을 내는 주민들은 불만이 팽배했다.

일부 통장들은 물이용부담금 부과 고지서 전달 거부를 선언하는 등 반발 분위기가 지역주민들 사이로 퍼져 나가는 가운데, 진주시와 진주시의회는 환경부와 낙동강수계관리위원회에 “법률 개정을 통해서라도 진주시의 전 지역을 물이용부담금 제외지역으로 지정해 달라”라고 요구했다.

남강댐에서 초당 3250톤만 방류해도 사천만과 남해 강진만의 어업생산량이 60%이상 줄어든다는 연구보고서가, 지난해 한국수자원공사가 발주한 연구용역 결과 드러났다.
이에 처음에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던 낙동강수계관리위원회가 일부 위원들이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관련법 시행령을 고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 이듬해 ‘과반수 이상의 동이 「댐건설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41조에 따른 댐주변지역에 있는 시지역’을 물이용부담금 부과면제지역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은 시행령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진주시민들은 물이용부담금을 한 푼도 내지 않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동안 누적된 물이용부담금은 진주시가 대신 납부했다.

2002년, 아까운 기회 놓친 사천시

돌이켜 보면 당시 사천시도 진주시의 반발에 발맞춰 물이용부담금 납부 거부 운동을 적극 펼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로 그런 주장을 펼만한 명분과 분위기도 충분했다.

진주시가 주장한 것처럼 남강댐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도심과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특징은 역시 전국에서 유일하게, 물을 바다로 곧장 뺄 수 있는 비상방류구를 가졌다는 점이다.

사실 이는 아주 중요한 대목이다. 자연의 순리를 아주 크게 거스른 데다 이로 인한 피해가 사천시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강과 낙동강 하류지역에 홍수를 예방한다는 게 이유이긴 해도, 심할 경우 남강본류 방류량보다 15배 이상 많은 물을 사천만으로 흘려보내는 통에 어업피해는 물론 곳곳에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그 피해가 가장 컸던 해가 바로 낙동강물관리법이 발효되던 2002년이다. 당시 많은 비를 몰고 온 태풍 루사로 인해 초당 5430톤의 물이 사천만으로 쏟아졌는데, 이는 지금까지 알려진 방류량 중 최대 수치다.

남강댐과 비상방류구로 인한 피해가 사천시에 집중되고 있다는 명분과, 그해 태풍 루사까지 덮쳐 물이용부담금을 거부할 좋은 분위기가 조성되었음에도 진주시와 달리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한 셈이다.

지난해 어민들이 수자원공사 남강댐관리단을 찾아가 댐 방류로 인한 사천만 해양환경영향 연구보고서 공개를 요구하는 모습.
그렇다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물이용부담금 면제지역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어렵지만 한 번 시도해 볼만하다’는 것이다. 앞선 설명처럼, 댐으로 인한 피해 가운데 남강댐이 사천만에 미치는 피해보다 더 크고 구체적인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이점을 크게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물론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민관이 똘똘 뭉쳐 강한 의지를 보이다보면 의외로 쉽게 해결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남강댐과 사천만을 둘러싼 새로운 과제들이 얽혀 있는 시기인 만큼 정치적으로 풀릴 수도 있음이다.

물이용부담금 면제지역 확대, 관건은?

이에 관해 주무부서인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생각은 어떨까. 확인 결과, 사천시의 경우 댐주변지역지원사업으로 어느 정도 피해보상을 받고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따라서 면제지역 추가 확대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는 물이용부담금 문제와 별개다. 오히려 피해보상 차원에서 사천만 어민들을 지원한다는 것은 댐으로 인한 피해지역을 확대 해석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댐으로 인한 피해가 있는 지역민들에게는 물이용부담금을 물리지 않겠다’는 게 법 취지인 만큼 적어도 사천만 어민들에게는 물이용부담금을 물리지 않는 것이 옳다.

남강댐으로 생긴 진양호. 이 호수로 인해 웃는 사람도 많지만 눈물짓는 사람도 많다.
이런 합리적인 명분이 있음에도 사천시의 주장이 관철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낙동강수계관리위원회의 판단이 중요한데 이들의 협조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참고로 이 위원회는 환경부차관이 위원장이며, 국토해양부 하천관리 담당국장, 산림청 산림자원조성 담당국장,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경남/부산/울산/대구/경북/강원도의 부시장 또는 부지사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 중 과반수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된다.

특히 사천시가 물이용부담금 면제지역 확대를 주장할 경우 사천만을 끼고 있는 남해군과 하동군에서도 같은 요구를 할 수 있어, 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남강댐 방류구에서 사천만으로 이어지는 가화천을 지금의 ‘국가하천’ 개념에서 ‘비상방수로’ 개념으로 바꾸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이럴 경우 가화천은 비상방수로로서 남강댐 시설의 일부가 되어, 댐주변지역이 확대될 수 있고 자연히 부담금 면제지역도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꼭 물이용부담금 문제가 아니라도 이런 주장은 타당해 보인다. 가화천은 실제 강이라기보다 비상방수로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남강댐은 강 본류가 아닌 바다로 곧장 물을 뺄 수 있는 전국 유일의 인공방수로를 지녔다. 그런데 정부는 이 인공방수로를 단지 일반 '강'으로 분류함으로써, 여기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가화천을 비상방수로로 인정하는 순간, 거의 해마다 발생하는 방류에 따른 침수피해가 더 이상 ‘자연재해’가 아니라 ‘국가시설에 따른 재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책임이 있는 정부로선 달가워하지 않을 일이다. 실제로 이 때문에, 남강댐 비상방류가 아니면 물을 구경하기 힘든 이상한 하천이 1급 국가하천으로 지정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볼 때, 물이용부담금 면제지역 확대 요구를 관철시키는 일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미리부터 포기해서도 안 될 일이다. 주장을 뒷받침할 명분은 충분하다. 남은 것은 결연한 의지다. 지역민들의 마땅한 권리 찾기에 사천시와 사천시의회, 그리고 지역 국회의원과 경남도지사도 함께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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