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부터 사천지역 포대벼 '수매' 첫 시작

사남면 유천마을 수매 현장 모습.

2008년산 공공비축미곡 포대벼 매입을 위한 첫 수매가 사천시 사남면 초전마을을 시작으로 시작됐다. 올해 대부분의 포대벼는 지난해보다 좋은 등급을 받았지만 농심은 짙은 시름에 빠져 있었다.

10일 오전 11시. 초전마을과 유천마을에 이어서 국도 3호선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도로 옆 곡성마을에서 사천시 농업기술센터 공무원과 농협 관계자, 농산물품질관리원 사천출장소 관계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수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올해는 태풍이 비켜가는 등 좋은 날씨 조건 때문에 특등과 일등급이 예년보다 많이 나왔다.
이곳에서만 2등급 이하는 전혀 없었고 대부분이 특등과 1등급을 받았으며 다른 마을도 비슷했다.

등급을 정하던 농산물품질관리원 사천출장소 이광수 씨는 “지난해 2등급이 10~15%정도였는데 지금의 거의 없다. 특등도 15%정도였는데 올해는 30%정도로 나락이 많이 좋다”고 말했다.

사남면 곡성마을에서 특등급을 받은 포대벼.

벼의 품질이 좋아서 등급을 좋게 받아 좋을 법도 하지만 농민들의 표정은 힘든 농사일로 깊게 패인 주름의 골만큼이나 어두워 보였다.

비료 가격과 농자재 가격의 계속된 폭등에다 농민들에게 배정된 매입량마저 줄면서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지난해보다 얼마 안 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국회에서 논란이 일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됐던 직불금 사태까지 겹치면서 고스란히 농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농산물품질관리원 사천출장소 직원이 포대벼의 등급을 매기고 있다.

김국연 사남면장은 “농민들 분위기가 좋지 않다. 직불금 때문에 이중 피해를 보고 있다. 보조금 자체를 지주들이 다 가져가는데 농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수매가 끝난 자리에서 자신이 내놓은 벼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던 박영수(유천마을) 씨는 어려운 현실에도 농사를 짓을 수밖에 없는 처지를 한탄 섞인 목소리로 쏟아냈다.

“수지타산이 어디 있느냐. 비료 한 포가 2만원이 넘는데 금년에는 쌀 한 포대가 5만 원 정도다. 농자재 값도 많이 올랐지. 힘든 게 아니라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나이가 많아서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 (다른 지역 농민들처럼 항의집회를) 해봐야 뭐하겠느냐. 농민들이 하더라도 (정부의) 반응이 있느냐.”

술잔을 비우고 있던 같은 마을 정문식 씨도 한마디 거들었다.

“마을에 노인들 밖에 없다. 젊은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데 왜 없겠나?”

이날 수매 현장에 나와 있던 마을 이장들은 농촌의 힘든 현실과 더불어 농촌 현실에 맞는 농업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강대형 하동마을 이장은 수매할 때 “포대벼를 받지 말고 산물벼를 받게 해 달라. 젊은 사람이 없어서 건조해서 하려고 하니 힘들다. 노령화 때문에 일을 못한다. 산물벼를 내놓으면 가격은 조금 내려가지만 노동력이 부족한 농촌에서는 산물벼를 수매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유천마을 이장도 “벼를 도로에서 말리면 교통사고 위험이 높다”며 “마을 단위로 건조기라도 설치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락의 수분을 측정하고 있는 농산물품질관리원 사천출장소 직원.

한편 올해 포대벼 수매는 이번 달 30일까지이며 사천지역에 배정된 공공비축 미곡 매입량은 조곡 40kg단위 8만996포대로 지난해보다 6%가 감소했다.

포대벼 매입가격은 특등 50,630원, 일등 49,020원, 이등 46,840원, 삼등 41,690원으로, 매입할 때 쌀값을 우선 지급하며 그 이후에 산지 쌀값을 조사해서 오른 가격만큼을 내년 1월중에 추가로 지급한다.

올해부터는 포대벼 출하농업인들의 편의와 유통비용 절감을 위해 800kg 단위의 대형포대인‘톤백’ 매입이 처음으로 실시됐으며 희망농가에 대해서는 ‘톤백’ 포장재가 무상으로 공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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