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3일의 휴가 

'3일의 휴가' 영화포스터
'3일의 휴가' 영화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죽어서 하늘에 간 엄마, 3년 만에 휴가를 얻어 지상으로 딸을 만나러 왔다. 미국 명문대 교수로 잘살고 있을 줄 알았던 사랑하는 딸은 속 터지게도 자신이 살던 시골집에서 백반 장사를 하는 중이다. ‘엄마’와 ‘요리’ 그리고 ‘힐링 판타지’라는 삼박자를 버무린 <3일의 휴가>는 익숙하다 못해 결말까지 짐작되는 빤한 신파다. 모두가 보다가 같은 지점에서 웃고 같은 지점에서 흐느낀다. 핀포인트를 꼭 찍어 기어코 감정적 동요를 일으키고 만다.

‘신파’라는 장르가 명맥을 잇는 이유는 일종의 대리 카타르시스다. 인간의 본성은 슬픔에 민감한 법이라 쌀로 밥 짓는 빤한 이야기라도 관객의 마음에 선명하게 다가가면 충분한 만족감을 준다. 따라서 현재의 트렌드나 흐름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따라서 신파극의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배우의 연기와 캐릭터들을 견인하는 감정의 흐름이다. 

그런 면에서 <3일의 휴가>는 매우 영리한 영화다. 모험하지 않고 신파의 전통을 계승한다. 답답한 빌딩 숲과 대비된 위로와 치유의 공간 시골에서 호불호가 없는 ‘요리’라는 소재와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울컥하게 만드는 ‘엄마’의 존재를 ‘판타지’로 무리 없이 엮었다. 물론 그 중심은 김해숙이라는 걸출한 배우의 힘이다. 신민아와의 합도 눈물을 쏙 빼놓을 만큼 좋다. 

사실 이런 류의 영화는 흠을 잡자면 끝이 없고 좋은 점을 찾아도 끝이 없다. 결국은 취향의 문제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취향보다는 정서적 선택이 더 옳을 듯하다. 속 털어놓을 곳 없는 답답한 마음에 울고 싶을 때, 불현듯 찾아드는 우울함에 서글퍼질 때 눈물 버튼을 누르기 좋은 영화다. 시간적 배경이 겨울이라서인지 겨울 정서에 더없이 어울리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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