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싱글 인 서울

영화 '싱글 인 서울' 홍보물.
영화 '싱글 인 서울' 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뉴욕의 가을>,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처럼 도시 이름이 들어간 영화에 괜히 설렜던 시절이 있었다. 가보지 못한 도시에 대한 동경과 낭만 그리고 로맨스가 어우러져 그 어떤 향수로도 대체할 수 없는 특유의 향과 분위기에 취하곤 했다. 그때의 정서와 감성을 기억하고 있어서인지 이후로도 도시 이름이나 지명이 들어가는 멜로, 로맨스 영화에 관한 기대감이 있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이며 영화적 완성도와는 별개의 문제다. 그런 의미로 <싱글 인 서울>은 나름 익숙한 공간이기 때문일까, 미지의 장소와 로맨스가 엮이는 제목이 주는 긴장감은 없다. 

싱글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남자와 혼자는 싫은 여자의 만남. 딱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틀의 달콤 쌉싸름할 것으로 같은데, 의외로 심심하고 담백한 맛이다. 시종일관 깔끔해서 과한 로맨스가 주는 피로감이 없다. 물론 긴장도 덜하다. 적당한 로맨스에 노련한 연기에 음악과 편집 또한 조화로우니, 마치 파도 없는 아름다운 바다나 맑은 날의 지평선을 보는 느낌이다. 나이가 들수록 자극적인 음료보다 깊고 차를 찾게 되는 법이라고 했던가, 어른의 맛이라고 할 깊고 순한 맛이다. 열정과 청춘이 팔딱팔딱 뛰는 나이가 아니라 사회의 쓴 물을 맛볼 만큼 본 이들의 사랑이어서인가보다.

메가시티 서울만큼 화려한 싱글라이프를 즐기기 좋은 곳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모든 게 기호에 맞춰 딱딱 준비되어 있고 심지어 사랑도 각종 채팅 어플을 통해 인스턴트로 이루어진다. 도시인의 삶은 갈수록 파편화되어가지만, 세상살이는 홀로 살아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로맨스 멜로 영화인 만큼 결국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조차 심심하다는 게 다소 아쉽다. 조금 더 맛있어지려면 아는 맛이지만 거부할 수 없는 이 영화만의 비법 소스가 필요하다 싶다. 배우들의 매력이 철철 흘러넘쳐서 지켜보는 재미는 있으나, 죽어버린 연애 세포를 깨우기 위해서라면 조금 부족할 수도 있겠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