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서울의 봄

영화 '서울의 봄' 홍보물.
영화 '서울의 봄' 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마치 숨넘어가기 직전의 영화관에 심폐소생술을 한 느낌이다. <서울의 봄>이 가진 화제성이 눈으로 확인된다. 좋은 영화가 반드시 사람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는 것은 아니나, 좋은 영화가 충분조건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의 봄>은 좋은 영화다.

세월이 참 빠르게도 흘러간다. 나라를 지켜야 할 군인이 권력을 탐하며 총부리를 거꾸로 겨눈 지도 44년이 흘렀다. <서울의 봄>은 바로 이 12.12 군사반란이라는 실제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다. 살면서 배웠던 모든 욕을 동원하고 매도해도 성에 차지 않을 인간을 생생하게도 그려냈다. 대척점에 서 있던 상식적인 군인의 모습도. 때문에 당연히 결말을 알고 있는데도 긴장을 풀 수가 없고 심지어 해피엔딩을 기대하게 한다. 손을 꽉 쥐고 눈을 부릅뜨고 분노와 슬픔과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다 보면 러닝타임 141분이 짧게 느껴질 정도다.

헛되고 무의미하다는 의미로 역사에 가정법은 없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몰염치한 인간이 욕망했던 권력의 탐욕이 무너졌더라면 어땠을까, 악습이 관습처럼 전해지는 이 암울한 세상이 최소한의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지 않았을까 하고 부질없이 희망해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상기해야 할 역사의 교훈인 셈이다.

<서울의 봄> 은 올해 최고의 영화라 불러도 좋을 만큼 만듦새가 훌륭하다. 스토리, 음악, 연기는 물론 이 모든 것을 관망하며 아우르는 김성수 감독의 연출 역량을 최대치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권력, 폭력에 저항하는 그만의 감수성은 한껏 만발하며 이 영화로 그가 대가의 반열에 진입했음을 증명한다.

<서울의 봄>에서 국방부 장관역으로 출연한 김의성 배우는 개봉 다음 날 인스타그램에 이런 말을 남겼다. “오늘은 군사쿠데타의 주역 전두환이 안타깝게도 자연사 한 날입니다.” 전두환은 2021년 11월 23일에 죽었다. 그렇다, 자연사였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