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더 마블스

영화 '더 마블스' 홍보물.
영화 '더 마블스' 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더 마블스>는 우리나라 배우 박서준의 출연으로 개봉하기도 전부터 화제 몰이를 했다. 팬은 아니어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한 장면을 우리 배우가 채운다는데 기분 좋지 않을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그 덕인지 개봉 첫날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면서 힘차게 포문을 열었으나 곳곳에서 탄식 가득한 한숨 소리가 들린다. 박서준 배우의 분량이 적은 건 둘째치고 유치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북미 성적도 마블 역대 최악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인피니티 사가를 끝으로 완연한 내리막이다. 골수까지 다 뽑아 먹힌 사골이 아깝다고 가루가 될 때까지 우리고 또 우리다가 페이즈 5까지 접어든 느낌이랄까. 페이즈를 거듭하면서 처음의 신선함은 당연히 사라지고 작품성도 사라지고 있으니 이젠 어지간하지 않으면 좋은 소린 듣기 어렵긴 하다. 그럼에도 여전한 인기인 이유는 기준점을 오락으로 뒀을 때 최소한 본전 생각은 덜 나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로 <더 마블스>는 킬링타임용으로는 나쁘지 않다. 적당히 유쾌하며 오락영화로서 갖춰야 할 요소를 비켜 가지 않는다. 오락영화에 작품성이 무어 중요하랴. 딱 할 만큼만 하고 있다. 마블이라는 ‘브랜드’만 떼고 보면 꽤 훌륭한 편이다. 다시 말하면 시리즈를 거듭하며 보여준 작품들과 비교하면 함량 미달이라는 소리이기도 하다. 

블록버스터 영화의 본령이 오락에 있으니 사실 작품성까지 기대하지 않는 게 맞는데, 그동안 보여준 게 있으니 이번에도 기본은 하겠거니 하는 관성이 생긴 것도 맞다. 이게 부담이었을까, 관객의 기대치를 최대한 내리는 것이 <더 마블스>의 목표인가 보다. 욕을 먹어도 싸다 싶을 만큼 허술한 걸 보면 충분히 성공한 셈이다. 주위에 매력적인 아이템이 널려 있다고 아무거나 대충 걸치고 거울 앞에 선 모델 꼴이다. 게다가 K-컬처의 영향력을 업고 가겠다고 박서준을 내세웠다가 한국 시장에서도 외면받게 생겼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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