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홍보물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무려 10년 만의 신작이다. 기대치라기보다 기대감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텐데, 다들 그런 마음인지 국내 개봉 첫날 25만 명이라는 관객을 불러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하야오라는 이름값을 생각하면 딱히 놀라운 일은 아니나, 관람평은 극명하게 갈린다. 추억의 답습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반응과 반대로 실망스럽다는 반응으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이들이라고 어찌 회한이 없겠는가. 소위 성공한 이였기에 강렬한 빛에 대비된 짙은 그림자 같은 아쉬움과 미련이 남았을 것이다. 그래서 거장들은 역량이 닿는 만큼 철학과 인생사를 녹여낸 작품을 만드는지도 모른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페인 앤 글로리>나 스티븐 스필버그의 <파벨만스>처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통해 자신의 지난 세월과 애니메이션 인생을 정리하고 싶었나 보다.

몇 번이나 은퇴 선언을 번복하면서 양치기 소년이 되었지만, 여든을 넘긴 그에게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현실적인 은퇴작이 될 테다. 이런 그가 작품으로 강조하는 것은 ‘그렇게 그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전형적인 해피엔딩이 아니다. 살아갈 날보다 남은 날이 훨씬 적은, 죽음에 대한 성찰을 깊게 해본 노장이 세상을 관조하고 자신만의 해석을 담아 말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악의로 가득한 이유가 무엇인지,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근본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나는 이렇게 살았는데, 너는 어떤가.’ 다만 전작들과 달리 난해함의 외피를 두르고 있어 쉽게 다가오지 않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이런저런 호불호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브리 특유의 영상미와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가슴 속으로 차곡차곡 스며든다. 곳곳에 새겨놓은 전작의 흔적을 발견할 때면 자연스레 미소 짓게 된다. 아마도 우리에게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은 추억과 연결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작품을 보며 울고 웃던 지난 시간과 그리운 얼굴들이 떠올랐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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