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한성이 서울에게

『한성이 서울에게』 이현지 글 / 김규택 그림 / 비룡소 / 2023
『한성이 서울에게』 이현지 글 / 김규택 그림 / 비룡소 / 2023

[뉴스사천=황다슬 삼천포도서관 사서] 아주 먼 옛날에 우리가 사는 이 땅에는 누가 살았을까? 박물관에서 그 답을 엿볼 수 있다. 모든 물건은 유품이 되고 사랑받은 유품은 유물이 된다. 박물관 속 유물에는 옛날에 살았던 사람들의 숨결이 담겨있다. 이 책은 유물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고 그 속에 깃든 삶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한쪽 벽에 커다란 금이 간 울이네 집은 재개발을 앞둔 역사문화환경 보존 지역에 있다. 백제의 수도였던 이곳은 땅을 파기만 하면 유물이 나온다. 재개발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유물은 눈엣가시이고, 문화재청 사람들에게는 노다지이다. 집을 팔고 이사를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엄마는 죽은 오빠의 흔적이 가득한 방을 두고 갈 생각이 없다.

언제나 환한 미소로 동네의 해님이던 오빠는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런 오빠의 천도재를 지내던 날, 울이 눈에 반짝이는 금색 귀고리를 한쪽에만 달고 있는 어린 귀신이 보이기 시작한다. 백제 귀신 성이는 울이네 집이 생기기 훨씬 전인 이천 년 전 이곳에 살았었다. 집 밑에 묻혀있는 유물 지박령 성이와 그 위에 살고 있는 울이는 서로 자기 집에서 나가라며 싸우기도 하지만 곧 각자의 처지를 이해하는 친구가 된다.

어른들이 모두 집을 비우게 되어 엄마는 울이를 봐줄 시터를 앱에서 구한다. 귀신 성이는 시터와 우연히 찾아온 배관공이 같은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울이는 시터와 배관공으로 위장한 도굴꾼들에게서 성이의 무덤을 지키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비가 내리고 지반이 약해지기 시작하면서 울이네 집이 무너지기 시작하는데…. 울이와 성이는 이 일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오래전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를 사랑하며 살았을 것이다. 성이의 귀고리에는 엄마의 사랑이 담겨있다. 시간이 흘러 녹슬고 흙이 묻었어도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주인공들이 겪는 긴박하고 흥미진진한 모험을 따라가면서 한성이 서울에게 전하는 말에 귀 기울여보자.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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