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플라워 킬링 문

영화 '플라워 킬링 문' 홍보물
영화 '플라워 킬링 문' 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흔히 나이가 들면 사유가 깊어진다고 말한다. 오랜 세월 쌓은 경험이 때로는 고정관념이 되어 편협하게 작동하기도 하지만, 경험치 만큼 깊어져 현상을 명료하게 바라보고 현명하게 표현하는 법도 함께 익히는 법이다. 마틴 스코세이지 같은 명장을 두고 나이를 논하는 것이 웃기긴 한데, 그에게 세월이 소복소복 쌓인 만큼인지 말하고자 하는바 영화적 주제도 명료해졌다. 개인적 신중함과 예술가적 책무와 한 시민으로서의 역사의식이 복합적으로 그의 대체물인 영화에 투사해냈다. 즉, <플라워 킬링 문>은 한 예술가의 성찰이자 한 시민의 역사적 참회의 결과물이다.

<플라워 킬링 문>은 데이비드 그랜의 논픽션 「플라워 문: 거대한 부패와 비열한 폭력 그리고 FBI의 탄생」을 원작으로 한다. 책 제목 안에 역사적 사건의 배경이 모두 드러난,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가 영화로 만들었다. 죄업을 쌓아올린 미국의 민낯을 3시간 26분 동안 정말 우아하게도 까발리고 있다. 기름이 흐르는 광대한 땅을 배경으로 흘러넘치는 욕망과 배신 그리고 사랑이 넘실댄다. 상상보다 더한 것이 현실임을 증명하듯 영화는 별다른 수사가 없는데도 다채롭기만 하다. 무고한 자를 향한 무차별적 살육과 탐욕이 아메리칸 드림의 바닥에 깔려있으며 여전히 반성해야할 끝나지 않은 참회와 반성임을 영화는 웅변하고 있다.

206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도대체 어떻게 흘러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몰입도가 높고, 스코세이지의 영화문법에 익숙한 시네필이라면 열광할 수준이다. 다만, 속도감을 중시하는 블록버스터 영화문법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허들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지루하다고 할 수도 있을 이 206분이라는 시간은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처럼 ‘비극의 무게’를 느끼기에는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다. 

원제인 <Killers of the Flower Moon>은 그대로 두는 게 어땠을까 싶어서 그거 하나는 아쉽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