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태구는 이웃들이 궁금하다

『태구는 이웃들이 궁금하다』 이선주 글 / 국민지 그림  / 주니어RHK / 2023
『태구는 이웃들이 궁금하다』 이선주 글 / 국민지 그림 / 주니어RHK / 2023

[뉴스사천=이채원 삼천포도서관 사서] 남들이 보기엔 특별한 일이라도 우리 삶에 일어난다면 일상이 된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있는 사람은 바로 이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웃에게 관심을 가지는 일은 우리의 인생에 관심을 가지는 것과 맞닿아있다. 나쁘게 말하면 오지랖, 좋게 말하면 이웃을 사랑하는 주인공 태구와 현실적인 이웃들을 통해 인생을 들여다보자.

열두 살 태구는 할머니, 아빠와 함께 한 층에 10가구가 있는 복도식 아파트에 살고 있다. 태구의 하루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사소한 정보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으로 가득 차 있다. 할머니는 태구가 이웃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지만 태구는 외친다. “나는 관찰이 아니라 걱정을 하는 거다!”

어느 날부터 810호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 이때까지 관찰한 내용에 따르면 등교하는 8시, 하교하는 오후 3시에는 종종 마주쳐야 하는데 일주일 가까이 보지 못했고, 810호 앞을 지날 때마다 오래된 된장찌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태구는 이상함을 감지하고 어른에게 알리는데 경찰 아저씨도, 할머니도, 809호 멸치 형과 금붕어 누나도 다들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어느 토요일,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810호의 문이 열리는데….

여전히 이웃을 걱정하는 태구에게 새로운 친구가 나타난다. 해모도 동네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아서 태구의 사소한 거짓말도 알아채고, 태구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태구는 아빠가 연애하는 것도 몰랐고, 할머니와 아빠가 돌아가셨다고 숨기던 엄마가 자기를 보러 찾아온 것도 몰랐다. 자신도 모르던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태구는 혼자가 아니고, 자신을 걱정해 주는 이웃이 옆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익살스러운 새우눈 일러스트와 함께 참신한 대사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풉 하고 웃음이 터진다. 태구는 인생을 잘 모르고 앞으로도 잘 모를 것이다. 하지만 돌아가신 810호 할아버지를 위해 국화 한 송이를 사다 놓는 따스함으로 우리에게 좋은 이웃으로 자랄 것이다. 태구처럼 서로를 관심 있게 바라봐주는 이웃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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