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섭 시인.
송창섭 시인.

[뉴스사천=송창섭 시인] 인간은 특이한 동물입니다. 관계를 맺고 알아 갈수록 복잡하고 깊이를 모를 난해한 신비체입니다. 지혜라 일컫지만 그 ‘단순하지 못한 어리석음’이 뇌에 포진한 탓이라고 나는 단언합니다. 인간은 보편적으로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끼를 해결합니다. 세 끼의 식사 방식은 개인 간 차이는 있겠지만, 이론상으로는 ‘아침은 알맞게, 점심은 푸짐하게, 저녁은 간소하게’쯤 되겠습니다. 짜임새가 있고 그럴듯해 보입니다. 우리가 부대끼는 현실은 어떨까요. 전혀 딴판입니다.     

일반 직장인들의 아침 시간은 무척 바쁩니다. 잠이 부족해서 몸이 찌뿌드드한 이들이 있고, 아이들 옷가지 준비물 이것저것 챙기느라 정신이 없는 이들이 있고, 일터가 멀어 새벽부터 서둘러야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대도시로 향하는 출근길과 저녁 퇴근길에서 벌어지는 피 말리는 경쟁은 잔혹한 생활사史입니다. 아침밥 하나 제대로 챙기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한바탕 전쟁을 치르면 배고픔이 뭔지 기억조차 없을 겁니다. 

일과 중 한 시간 남짓, 점심을 밖에서 먹는 경우 직장인들은 결코 여유롭지 않습니다. 도심지 한복판이라면 삼각 김밥에 커피 한 잔 털어 넣는 것도 감지덕지할 처지입니다. 그렇다면 세 끼 식사를 일러, ‘아침은 건너뛰고, 점심은 간편하게, 저녁에는 술과 함께 인생 푸념을’이라고 해야 옳을 것입니다. 숨 막히는 피폐한 형상들을 현대인의 자화상이라 규정한다면, 젊은 층은 희망을 폐기하고 절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곁에는 지은 죄는 있는데 죄인은 없고, 탓하는 자는 많은데 탓을 짊어진 자는 없는 정치깡패들이 있습니다. 그들에 빌붙어 기생하는 인간들이 또 있습니다. 한 지붕 딴 세상에서 서식하며 제 이윤만을 추구하는 구린내 나는 작자들입니다. 이목구비를 틀어막지 않는 한, 이들을 대하고 이런 광경을 마주하는 것은 비대면 고문拷問과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의 삶을 고뇌와 환희 두 축으로 요약해 봅니다. 우리가 먹는 밥상의 밥과 반찬, 국은 인간이 겪은 고뇌와 환희의 결과물입니다. 이것을 품은 여러 그릇들 속에는 삼라만상이 촘촘히 담겨 있고 희로애락이 찌들어 있습니다. 이성, 양심, 정의도 구겨져 뒹굴고 있습니다. 가뭄, 기아, 학살, 분열, 안하무인 이런 따위들도 틀어박혀 있습니다.

모든 것을 담아 안는 그릇은 너비와 높이에 따라 역할이 다릅니다. 누구나 인지하는 사실이지만, 견문발검을 알면서도 그 행위의 어리석음을 망각하는 혹자들이 있습니다. 그릇은 물건이나 음식을 담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또한 그릇은 단순한 용기가 아니라 어떤 일을 해결하는 도량이나 능력을 뜻하며, 그런 도력道力을 가진 자를 이릅니다.

이 땅에는 한 그릇의 밥조차 챙기지 못하고 경쟁에 내몰리는 삶이 엄존합니다. 더불어 자신의 그릇이 얕고 좁은 줄 깨닫지 못하고 막가파식 행보를 하는 나라 일꾼이라는 엉터리 사기꾼들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편 가르기, 책임 전가하기, 거짓부렁이 짓들, 참으로 지긋지긋하고 진절머리 납니다. 말없이 제 구실을 하는 그릇은 인간이 빚었지만, 인간이 닮아야 하는 인간보다 거룩한 고금古今의 등불입니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