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한 남자

영화 '한 남자' 홍보물
영화 '한 남자' 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한 미망인이 변호사를 찾아와 남편의 정체를 밝혀달라는 기묘한 요구를 해왔다. 죽은 남편의 형이라는 사람이 장례식장에 와서 영정사진을 보더니 자기 동생이 아니라고 했던 것이다. 그럼 대체 누구란 말인가. <한 남자>는 ‘자발적 실종’과 ‘신분세탁’ 그리고 ‘혐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일본의 사회 문제와 병폐를 한데 엮어서 드러낸 작품으로 범죄 추리 스릴러를 끌어와 큰 목소리를 내는 영화다.

과연 ‘나’라는 존재는 누구일까? 터무니없어 보이는 이 질문은 사실 영화와 소설 등에서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소재다. 굳이 철학적 접근이 아니더라도 사회 속에서 개인의 존재와 그 정체성을 묻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근원적인 이 질문은 매우 철학적이면서 미스터리하기에 ‘이야기’를 다루는 장르에서 좋아할 수밖에 없다. <한 남자> 역시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다른 대답을 내놓는다. 사회적인 존재로서의 ‘나’를 지워야만 비로소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는 이 역설이 결코 쉽게 다가오지만은 않는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한 남자>는 벌써 이십 년이 지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의 그, 츠마부키 사토시가 간판 얼굴이다. 이후로도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채워왔음에도 영원한 소년의 이미지가 계속 남아있던 그가 <한 남자>에서는 조금 낯설고 묵직하게 다가온다. 이십 년의 세월을 넘어 한꺼번에 그가 쌓아온 내공이 폭발하는 느낌이다. 그것도 아주 조용하고 무겁게. 연기, 연출, 스토리가 조화로우니 몰입할 수밖에 없다. 원작의 아우라를 제대로 살렸다.

편견과 차별과 주홍글씨라는 몇 단어로 설명하기에는 영화의 함의가 크다. 쫓고 쫓기는 이야기의 끝은 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할 이유를 생각하게 된다. 아마도 꽤나 오랫동안 가슴 속에 머무는 영화가 될 듯하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