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나의 사진 이야기]

[뉴스사천=조평자 사진작가] 선선하게 바람이 불어서 아침으로 부둣가에 자주 나가 보게 되는 칠월칠석 무렵, 사진을 출력하러 강혜인 작가가 방문했다. 조용히 내 손을 꼬옥 잡아주며 오른손 약지에 반지를 끼워 주었다. 물고기 반지였다. 반지를 끼기엔 너무 거칠어져 버린 내 손이 순간 부끄러웠지만, 행복했다.

-원천적 자유를 누리는 물고기의 즐거움과 생명력으로 세상을 희망으로 환하게 비추다. 소향 강혜인 -

그 작은 반지 케이스 속 붉은 낙관과 붙임 글은 그야말로 위로였다. 내가 지금 아무렇지 않은 척 잘 건너고 있는 이 일들이 희망에 가까운 일이구나. 눈시울이 붉어졌다.

강혜인 작가는 물고기를 대상으로 그림을 그린다. 물고기를 잡는 아버지를 따라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나의 어떤 기억과 맞물려 서로 친구가 되었을까. 수억만 마리의 물고기가 헤엄을 치는 작가의 마음은 바닷속처럼 넓고 깊어서 지난 3년 동안 시와 그림이 어우러지는 작업을 함께 할 수 있었다.

현대불교문인협회 회원들이 사천시 곤양흥사매향비와 향촌매향암각비를 탐방하고 사화집 <매향 아리랑>을 발간할 때 그림 작품을 사용하도록 도와주었다. 이듬해에는 창원시청에 전시할 <노동자의 삶에 관한 詩> 도록과 시화 제작 협조를 요청한 문학단체에 흔쾌히 26점의 작품 파일을 내놓았다. 작년에는 사천문인협회 회원들의 시 30점을 강 작가의 작품으로 아크릴 시화를 제작하여 사천예술제에 발표하기도 했다.

그의 상상력은 끝을 모른다. 그림 작품 속에서 떼지어 헤엄치던 그 수많은 물고기 중에서 한 마리가 수평선을 밟으며 튀어나온 형상으로 점프를 하듯 내 손가락 위에 앉아 자신의 몸에서 가장 아름다운 은비늘을 반짝거렸다. 반지가 된 물고기는 선명한 표정으로 입을 아, 벌리고 있었다. 까만 눈알 옆에 손톱달 같은 아가미, 날렵한 몸통에 붙은 꼬리지느러미를 얹은 웨이브 링에서 온통 은빛 물결이 일렁거렸다. 

사진을 뽑고 커피 물을 끓이다가 슬쩍슬쩍 반지를 낀 손을 자꾸 펴 보았다. 물고기가 살아있었다. 꼬리를 치켜세우고 손에 물 마를 날이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내 손등으로 기어오르고 있었다. 반지를 끼기 전까지 나도 모르게 흐려 오는 안개였던 마음이, 손가락 마디마디 굳어지던 서러움들이, 고기떼처럼 흩어졌다.

아주 천천히 손을 씻었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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