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모멘트

『모멘트』 더글라스 케네디 저 / 밝은세상 / 2011
『모멘트』 더글라스 케네디 저 / 밝은세상 / 2011

[뉴스사천=최은정 사천도서관 마녀책력 독서회 회원] <모멘트(Moment)>는 우리말로 ‘순간’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사랑에 빠진 두 남녀가 서로의 현재에만 집중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에 균열이 생기는 ‘순간’도 있다. 이때의 moment는 ‘물체를 회전시키려고 하는 힘의 작용’인 물리학적 의미도 가지게 된다고 생각한다. 사랑을 의심하게 되는 순간, 그 사랑에 균열을 만드는 힘의 작용이 생겨난다.

자유로운 나라 미국의 남자와 베를린 장벽 안이 고향인 동독의 여자가 사랑에 빠진다. 우리 식으로 남남북녀쯤 되겠다. 서로 첫눈에 반한 토마스와 페트라가 둘만의 현재를 온전히 즐기며 사랑하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고, 내가 처음 사랑에 빠졌던 순간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 사랑은 정치적 상황을 이용한 외부의 무리들에 의해 균열이 생긴다. 타의로 스파이가 될 수밖에 없었던 페트라가 토마스를 이용했다고 오해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사랑과 자존심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 토마스는 자존심을 선택하고 만다. 그래서 평생 다시 못 할 그 사랑을 떠나보내게 되고, 후회하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자유를 찾은 페트라는 언제든 토마스에게 진실을 털어놓고 다시 사랑하는 순간을 살아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멀리서 토마스를 지켜보는 삶을 택했고, 결국 죽고 나서야 토마스에게 진실을 알리는 편지를 보낸다.

극적인 두 번의 반전이 이어지는 이야기에 독자들은 책을 도저히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읽는 내내 이런 반전이 있을 것이 뻔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제발 이 아름다운 사랑이 상처 입지 않았으면 하며 슬픈 반전이 없기를 바라게 된다.

휴전 국가인 우리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볼 거리가 많은 이야기이다. 내가 원하지 않는 삶을 어쩔 수 없이 살아가게 만드는 일들을 보며, 정치에 눈 감는 일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위태롭게 하는지 깨닫게 된다. 제법 두꺼운 책이지만 손에 들게 되는 순간 책을 내려놓기 쉽지 않을 거라 장담한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뛰어난 관찰력과 묘사로 그려진 두 주인공을 독자들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안타까운 사랑에 더 오래 마음이 시릴 테고.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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