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김재원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뉴스사천=김재원 경상국립대 생명과학부 명예교수] 방울토마토를 먹고 구토를 하는 일이 발생하였는데, 그 원인을 조사하여 보니 토마틴이란 물질 때문이라는 뉴스를 접했다. 모든 방울토마토가 구토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특정 품종의 방울토마토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하는데, 그 일로 인해 안전한 품종의 방울토마토도 팔리지 않아 애꿎은 재배 농가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토마틴은 그 이름에서 짐작 할 수 있듯이 토마토에서 만들어진 물질이다. 덜 익은 토마토에 많이 존재하다가 숙성되면 사라지는 토마틴은 아직 덜 익은 상태에서 곤충이나 동물들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지니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직 자손을 퍼트리기에 적당하지 않은 상태에서 토마토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함일 것이다. 식물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러 가지 독소를 생산하는 예는 수없이 많다. 감자를 저장하여 시간이 지나다 보면, 더러는 싹이 나기 시작한다. 어른들이 싹이 난 감자를 먹으면 배앓이를 한다고 먹지 못하게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싹이 난 감자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화학물질인 솔라닌이란 독성 물질을 만든다.

중학교 때 국어 숙제로 읽었던 주요섭의 ‘아네모네 마담’이란 단편소설이 생각났다. 그 때는 아네모네란 화초를 본적이 없었지만, 그 이름의 느낌이 별 근거도 없이 매우 아름다운 꽃이리라 짐작을 했다. 그 뜻이 그리스어로 바람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뭔가 낭만적인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그런 아네모네도 식물성 독소를 가지고 있다. 토마토 독소를 토마틴이라 부르듯이 아네모네의 독소는 아네모닌이라 불린다.

대학에 발령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년 교수 시절에 학생들과 얘기를 나누다가 아네모닌이란 물질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자연에는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천연물이 많이 존재하는데 그 중에는 약리효과가 뛰어나 신약물질의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주제로 서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중에 한 학생이 흥미로운 얘기를 하였다. 자기는 어렸을 때 할머니 댁에 가기가 싫었는데 그 이유는 재래식 화장실 때문이었다. 밑이 뻥 뚫린 구조보다도 구더기 같은 벌레가 잔뜩 기어 다니는 것을 보는 것은 어린나이의 여자 아이에게는 참기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할머니는 손녀를 위해서 할미꽃 뿌리를 찧어서 그 즙을 화장실에 뿌렸는데, 그 때문인지 벌레들이 사라지더라는 것이다. 그 학생의 신기한 경험을 바탕으로 할미꽃 뿌리의 무엇이 벌레를 없앴는지 알아보기로 하여 학생들과 여러 문헌을 조사를 하였다. 그 결과 할미꽃 뿌리에는 여러 가지 독소가 들어 있는데 그중 하나의 이름이 아네모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할미꽃 뿌리에는 사포닌을 비롯해서 항균성 물질인 아네모닌과 아네모놀이라 불리는 독소이외에도 여러 약리 성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예로부터 한방에서 할미꽃 뿌리를 해열, 수렴, 소염, 살균 등의 약재로 적절히 이용하기도 하였다. 근자에는 할미꽃에 항암효과가 있는 성분이 있다하여 관심을 받고 있고 할미꽃 뿌리의 추출물을 주사제로 개발하기도 하였다 한다. 

예년 같으면 산기슭 양지 바른 곳에 꽃을 피우고 있어야 할 할미꽃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뒷동산에 가면 양지 바른 산소 주변에 지천으로 피어 있던 할미꽃을 약리 성분 때문에 무분별한 채취가 이루어져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어 졌다는 말이 들린다. 이러다간 할미꽃도 식물원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날이 올듯하여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