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열세 살 우리는

『열세 살 우리는』 문경민 저 / 우리학교 / 2023
『열세 살 우리는』 문경민 저 / 우리학교 / 2023

[뉴스사천=황다슬 삼천포도서관 사서] 모든 것을 같이하고 싶은 좋은 친구가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복잡미묘한 변화가 생겨난다. 나만 모르는 비밀이 있는 것 같고, 나쁜 친구와 어울려 다니면서 나와 멀어진다면? 나의 기분을 풀어주려 노력하는 친구에게 삐죽한 마음이 든다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감정 변화를 겪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여기 있다.

보리는 학교에서 내준 가족 동영상 만들기 숙제가 싫다. 누구보다 다정했던 아빠는 희망퇴직을 거부한 이유로 먼 곳으로 발령받아 집을 떠났고, 씩씩했던 엄마는 위태롭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 무엇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어두움이 보리의 마음에 찾아온다.

보리의 둘도 없는 단짝인 루미의 아빠도 같은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당했다. 루미네 가족은 실직자가 된 아빠, 사고로 입원한 엄마와 11개월 쌍둥이 동생의 육아까지 어려운 상황이지만 여전히 다정하고 화목하다. 자기보다 더 힘들어야 함에도 오히려 자신의 기분까지 챙겨주는 루미를 보며 보리는 어쩐지 찌그러진 감정이 자꾸 생긴다.

이런 보리의 앞에 전학생 세희가 등장한다. 세희가 자신과 비슷한 그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보리는 루미보다 세희에게 더 마음이 끌리기 시작한다. 세희와 더욱 친해지기 위해 학교폭력에 가담하게 되고 이런 자신을 걱정하는 루미에게 나쁜 말로 큰 상처를 준다. 어느 날, 우연히 알게 된 진실로 잘못을 깨달은 보리는 루미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앞으로의 매듭을 다시 묶어 나가기로 한다.

루미와 보리는 여러 가지 일들과 함께 뜨거운 가을을 보냈고 깨끗한 겨울을 만났다. 앞으로도 예기치 못한 일들이 찾아오겠지만, 친구에게 따뜻하게 손 내밀어줄 수 있고,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을 줄 아는 용기를 가진 둘이라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쉽게 어른이 되는 사람은 없다. 지금 흔들리고 있지만 자신의 힘으로 더 나은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는 열세 살 보리와 루미를 응원하며 책을 읽어보자.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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