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김영조 시민기자의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며칠 있으면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명절 설이 다가옵니다. 설에는 예로부터 재미있는 세시풍속이 전해 옵니다. 그 가운데 특히 “양괭이 물리치기”는 어른들도 재미있어합니다. 양괭이는 한자로는 야광귀(夜光鬼)라고도 하는데 이 귀신은 설날 밤, 사람들의 집에 내려와 아이들의 신을 두루 신어보고 발에 맞으면 신고 가버립니다. 그러면 그 신의 주인은 불길한 일이 일어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이 귀신이 무서워 신을 감추거나 뒤집어놓고 잠을 잤지요. 그리고 체를 마루 벽이나 장대에 걸어 두었습니다. 그렇게 해두면 야광귀가 와서 아이들의 신을 훔칠 생각을 잊고 체의 구멍이 신기하여 세고 있다가 닭이 울면 도망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풍속으로는 ‘원일소발(元日燒髮)’도 있었습니다. 원일소발은 남녀가 한 해 동안 빗질할 때 빠진 머리카락을 모아 빗상자 속에 넣었다가 설날, 해가 어스름해지기를 기다려 문밖에서 태움으로써 나쁜 병을 물리친 풍습입니다. 그밖에 새해의 시작 설날에는 길흉을 점치는 풍속도 있었습니다. 설날 꼭두새벽 거리에 나가 맨 처음 들려오는 소리로 한 해의 길흉을 점친 것은 '청참(聽讖)'이지요. 또 장기짝같이 만든 나무토막에 오행인 금·목·수·화·토를 새긴 다음 이것을 던져서 점괘를 얻어 새해의 신수를 보는 '오행점(五行占)'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민가에는 벽 위에 닭과 호랑이 그림을 붙여 액이 물러가기를 빌고, 남녀의 나이가 불길한 때 곧 29, 39 따위의 아홉수를 당한 사람은 세 마리의 매를 그려 문설주에 붙였습니다. 잠자면 눈썹이 하얘진다는 ‘해지킴’ 또는 '수세(守歲)한다'와 복조리 다는 풍속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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