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제2산단 선박제조 하청업체들, 블록 선적 막은 채 항의

사천시 제2일반산업단지 내 한 조선업체의 자금난으로 하청업체들이 돈을 제때 받지 못하자 노동자들이 제조된 선박블록의 선적을 4일째 막고 있다.
사천시 제2일반산업단지 내 한 조선업체의 자금난으로 하청업체들이 돈을 제때 받지 못하자 노동자들이 제조된 선박블록의 선적을 4일째 막고 있다. 이에 발주 업체인 SPP조선주식회사(고성 소재)는 “업무방해에 따른 고소고발을 검토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김해에 주소를 두고 있는 (주)엔스틸은 지난 9월에 SPP로부터 하청을 받아, 제2산업단지 내 미래해양조선(주) 공장을 임대해 주문받은 선박블럭 제조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 엔스틸은 다시 벽강조선공업과 보은ENG 그리고 장비업체와 가설업체 등 7개 업체에 일을 맡겼다.

하청업체들은 지난해 11월 중순에 이르자 주문받은 일감을 대략 끝내고 있었다. 문제는 그 이전부터 엔스틸이 심각한 자금난에 빠졌다는 것이다. 엔스틸을 믿고 일했던 여러 업체들은 제때 결재가 이뤄지지 않자 제조한 블록 인계를 늦췄다.

이때부터 원청 업체인 SPP조선이 나섰다. 배를 완성하려면 블록을 꼭 가져가야 하니, 물건을 먼저 넘기면 이후 엔스틸을 거치지 않고 하청업체들에 직접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내용으로 업체들을 설득했다.

이 말을 믿고, 엔스틸 하청업체들은 블록 대부분을 넘겼다. 그러나 이후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는 것. 그래서 부득이 마지막 남은 4개의 블록을 붙잡고 "직원들의 임금만이라도 SPP가 해결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SPP가 엔스틸에 지급할 남은 기성금은 주장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대략 6~8억 원 사이다. 그리고 엔스틸 하청 일곱 업체가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금액은 7억2000만원. 두 금액이 비슷한 상황이다.

쉽게 생각하면 SPP가 엔스틸에 기성금을 전달하고 엔스틸은 하청업체들에 이 돈을 풀면 그만으로 보인다. 문제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엔스틸에 압류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SPP로부터 받아야 할 이 기성금도 압류로 묶여 있다.

하청업체들은 사실상 엔스틸이 자금능력을 잃었다고 보고 SPP가 이 문제를 풀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하청업체들은 사실상 엔스틸이 자금능력을 잃었다고 보고 SPP가 이 문제를 풀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압류돼 있는 기성금 이외 자금으로 소형 업체들의 숨통을 틔워 주고, 엔스틸과는 법적으로 풀어가 달라는 요구다.

하지만 SPP쪽에선 그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방법"이라는 게 그 이유다. 또 자칫 이중으로 지출해야 할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SPP는 블록을 싣고 나갈 바지선을 사천만에 열흘째 대기시켜 놓고 있으며, 그 비용만도 1일 300만원씩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선박제조 일정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어 “시간을 더 끌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취재과정에서 SPP관계자는 “좀 더 협의점을 찾아 보겠다”고 밝혔지만 ,하청업체들을 향해서는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낸 상황이다. 공문을 통해 “업무방해에 따른 고소고발 및 손해배상을 신청코자 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하청업체 관계자들은 “돈도 주지 않고, 우리가 만든 물건만 가져가겠다는 것인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계속해 블록 선적을 막을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천시와 경찰쪽에서는 불미스런 상황으로 번지지 않을까 염려하며 양쪽을 번갈아 만나고 있는 상황이다.

엔스틸이 지급능력을 잃자 관련 노동자들이 이용하던 인근 식당도 큰 어려움을 맞고 있다.
한편 엔스틸이 지급능력을 잃자 관련 노동자들이 이용하던 인근 식당도 큰 어려움을 맞고 있다. 주로 월 단위로 밥값을 계산해 왔으나 벌써 2~3개월 밀렸다는 것. 그 금액만 6000만원이 넘는단다.

이 식당 주인은 “한 끼에 3500원 받는데, 남아 봤자 얼마 남겠냐”며 탄식했다. 그는 “마이너스통장으로 일하는 아주머니들 임금 일부는 줬지만 결국 지난 달 급여는 못 줬다”면서 엔스틸을 둘러싼 자금 문제가 빨리 풀리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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