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고슴도치 X

『고슴도치 X』 노인경 글·그림/ 문학동네  / 2014
『고슴도치 X』 노인경 글·그림/ 문학동네 / 2014

[뉴스사천=강정욱 삼천포도서관 사서] 완전하고 세련되고 완벽한 도시 ‘올’에서는 철저하게 개인이 통제되고 있었다. 

교양있는 고슴도치가 되기 위해 매일 아침 가시를 부드럽게 하는 비누로 몸을 씻어 뾰족한 가시를 부드럽게 다듬어야 했으며, 날카로운 것은 일절 금지하고 있었다. 

이 도시의 모든 학생은 등굣길에 가시 검사를 받아야 했으며, 검사에서 탈락한 고슴도치는 교육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어디에서나 말썽꾸러기는 있는 법. 학교에서 혼이 나고 벌을 받아도 신경을 안 쓰는 녀석이 있었다. 바로 이 책의 주인공 ‘고슴도치 X’이다. 

어느 날 엑스는 도서관에서 금지된 책 한 권을 발견한다. 꽁꽁 싸맨 책을 열어보니, 뾰족한 가시로 마을을 구한 고슴도치 영웅의 이야기다. 엑스는 “뾰족해질 거야, 요호호!”를 외치면서 뾰족해지기 위해 훈련을 시작하게 된다.

이 책에서 엑스가 겪어야 했던 억압과 금기에 어른들이 더 많이 공감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우리는 학교나 부모, 나아가 사회로부터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배운다. 통제와 금기가 주는 억압으로부터 나다움을 잊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어쩌면 우리는 “나는 나야, 요호!”를 외치며 자기 안의 틀을 깨고 나온 고슴도치 엑스가 부러울지도 모른다.

왜 뾰족해선 안 되냐고 묻는 고슴도치 X가 던지는 뾰족한 메시지가 따끔하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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