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고 낯선 우리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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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고 낯선 우리말 (1)
  • 송창섭 시인
  • 승인 2020.11.24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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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섭 시인.
송창섭 시인.

생명력이 왕성한 언어지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표현들이 난무하는 현실 앞에선 그저 황망합니다. 상대를 존중하는 건 예의의 표출이면서 겸손의 미덕을 바탕으로 삼습니다. 우리말의 특징 중 하나가 존비법 발달입니다. 자신과 상대와의 관계를 고려해 높임말과 낮춤말을 명확히 구분해 쓴다는 점이지요. 이는 주로 어미를 통해 드러내며 무려 6등급으로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하십시오체, 하오체, 하게체, 해라체, 해요체, 해체’가 그것입니다. 복잡하지요. 놀랍기도 하고요. 늘 쓰는 우리말임에도 적재적소에 딱 들어맞는 말을 놓는다는 건 여간 쉽지가 않습니다. 하물며 시비를 가리지 않고 엉터리 표현까지 마구잡이로 쓴다면 의미의 혼란은 한층 가중되겠지요.  

용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총 1만 원이십니다. 결제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젊은 층이 주 고객인 커피 전문점 등에서 흔히 하는 말입니다. “1만 원이십니다.”는 물건값을 높인 표현입니다. 손님을 높여 이르는 말이 전혀 아닙니다. “1만 원입니다.” 하면 그만인데 왜 엉뚱하게 물건값을 높일까요. 높이는 대상의 번지수를 잘못 찾았거나 무엇이든 무조건 높이면 된다는 맹목적인 의식이 한몫 차지한 오류입니다. 

우리말의 동사(움직씨)와 형용사(그림씨)는 어미 활용을 한다 하여 이 둘을 묶어 용언이라 이릅니다. 용언의 기본형(으뜸꼴)은 국어사전에 실어 놓았는데, 이것을 활용하면 어미변화를 일으켜 의미를 가진 실질 형태소인 ‘어간’과 말과 말 사이에서 문법적인 관계를 나타내는 형식 형태소인 ‘어말 어미’가 결합하게 됩니다. 그 사이에 높임이나 시제 혹은 공손 따위를 나타내는 어미를 집어넣는데 이를 선어말 어미 또는 비어말 어미라고 부르지요. 그래서 ‘-시-’는 높임 선어말 어미고, ‘-는/-ㄴ-(현재), -았/-었-(과거), -겠-(미래), -더-(회상)’는 시제 선어말 어미며 ‘-옵-’은 공손 선어말 어미라 말합니다. 말은 해야 맛이고 고기는 씹어야 맛이라 했지만, 말맛을 올곧게 느끼려면 제대로 쓸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결제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친절이 지나쳐 어법에 결례가 된 꼴입니다. 결제는 하는 것이지 도우는 게 아닙니다. 차라리 “현금으로 계산하시겠습니까, 카드로 결제하시겠습니까?”라고 묻든지 아니면 가격이 얼마라고 알려 주면 손님이 현금을 주든 카드를 주든 반응을 하겠지요. 모르는 것을 가르쳐 주거나 무거운 물건을 대신 들어 주는 행위를 가리켜 돕는다고 말합니다. ‘도와드리다’는 말을 써서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이면서 또한 자신의 친절성을 부각시키려는 심리적 요인이 깔려 있음을 헤아릴 순 있겠지만 결코 옳은 말은 아니지요.   

이렇게도 표현하더군요. ‘옷이 참 좋으네요.’ 시에서 표현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 쓰는 시적 허용이라면 몰라도 일상 언어로서는 마땅치 않습니다. ‘옷이 참 좋네요, 좋아요, 좋군요.’ 얼마든지 쉽고 바르게 쓸 수 있는 말이 있음에도 자꾸 말을 비틀어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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