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민우 작가를 만나다
사천특수교육지원센터에 그림 ‘재능 기부’

김민우 작가가 9월 7일 사천교육지원청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자신의 작품 2점을 기증했다. (사진=사천교육청)
김민우 작가가 9월 7일 사천교육지원청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자신의 작품 2점을 기증했다. (사진=사천교육청)

[뉴스사천=고해린 기자] 노란 수풀 사이에 옹기종기 앉아있는 아기 치타와 엄마 치타, 초록 들판에 앉아있는 고릴라 가족. 9월 7일 김민우(27) 작가가 사천교육지원청 특수교육지원센터에 기증한 그림 이야기다. 어딘가 정직해보이기까지 하는 작품들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따뜻함이 있었다. 

누가 이런 작품을 그렸을까 궁금한 마음에 지난 9일 김 작가를 만났다. 

지난 9일 만난 김민우 작가. 그는 동물을 즐겨 그린다.
지난 9일 만난 김민우 작가. 그는 동물을 즐겨 그린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민우입니다! 어릴 때. 동물을. 많이 그렸어요!”

해맑은 말투가 영화 <말아톤>의 주인공을 떠올리게 했다. 김민우 작가는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다. 어릴 때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던 김 작가는 주로 동물을 그린다. 동물을 그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좋아하니까 그린다는 것. 최근에 좋아하는 동물은 기린이다.  

김 작가는 8살 때부터 19년 동안 사천에서 살았다. 첫 학교생활도 정동초등학교에서 했다. 이번에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작품을 기증하게 된 것도 사천에서 살며 어머니 김인숙 씨(57)가 경상남도장애인부모회 사천시지부와 맺은 인연 덕분이란다. 

“제가 사천장애인부모회 초기에 이사로 활동했었어요. 사천열린공간에 민우 작품을 전시했었는데, 이번에 특수교육지원센터에 민우 작품을 걸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주시더라고요.”

김 작가는 여러 스승을 만나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렸다. 특히 고등학생 때 조각가이자 목공작업실을 운영하는 강선녀 작가를 만나면서 목공에도 눈을 떴다. 목공이 위험할 법도 한데, 김 작가가 워낙 얌전하고 조용한 편이라 목공도 잘 했단다. 김 작가는 2012년 첫 개인전부터 시작해 3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전시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김민우 작가가 작업한 목공 작품들.
김민우 작가가 작업한 목공 작품들.

김 작가에게 이번에 특수교육지원센터에 기증한 그림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인터뷰는 낱말잇기 하듯 짧게 툭툭 끊어졌다.  

“엄마치타와 아기치탄데. 유화로 그렸어요.”

“치타들이 뭐하는 거예요?”

“치타가족이 사진을 찍어요. 제목은 ‘얘들아 치즈해’에요!”

“고릴라 가족 사진은 뭐에요?”

“엄마 고릴라가 아기 고릴라를 잡고 있어요! 아기 고릴라는 나가서 놀고 싶어요. 갑갑해요!”

“왜 그 작품들을 기증했어요?”

“...”

어머니 김인숙 씨의 설명이 이어졌다.  

“민우는 간단한 질문은 답을 잘 하는데, 조금만 깊게 들어가면 답을 못해요” 

김인숙 씨가 보는 민우 씨는 자신의 세계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이다. 자신에게 집중하느라 다른 데에는 관심이 없단다. 그래도 김인숙 씨는 아들이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게 대견하다고.

“전에 민우 첫 전시를 할 때, 민우처럼 장애가 있는 학생의 부모님이 먼 지역에서 일부러 찾아오셨어요. 그때 민우 그림이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 감사한 일이죠.”

그림을 그리고 있는 김민우 작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김민우 작가.

앞으로 김 작가는 쌍둥이가 등장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단다. 최근에 김 작가가 꽂힌 소재다. 앞으로 그의 바람은 멋진 작품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것이라고.  

눈은 마음의 창(窓)이라고 했던가. 직접 만나서 본 그의 눈망울은 그의 작품 속 동물들을 닮아있었다. 김민우 작가는 꾸밈없는 순수함으로 끝까지 기자를 미소짓게 했다.

“사람들이 민우 작가님 그림 보고 어떤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한참 뒤)좋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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