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우리는 언제쯤..” 씁쓸해 하는 사천 미화원들

통상임금 지급 문제가 시발점이 되어 진주시청 소속 환경미화원들이 16일 노조를 결성하고 권리 찾기에 나섰다. 반면 사천시에는 아직 별 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진주시청 소속 환경미화원들이 긴 침묵을 깨고 지난 16일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그 동안 근무여건을 개선해 달라는 요구도, 당당히 주장해야할 체불임금 지급 요구도 마음 놓고 해보지 못한 사람들. 하지만 최근 진주시청 소속 한 환경미화원(심우동,44)이 홀로 법정싸움을 벌여 받지 못한 통상임금 전액을 받을 수 있게 되자 노조결성의 필요성을 인식한 모양이다.

사실 진주시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나머지 미화원들에게는 지급해야 할 통상임금의 절반 정도만 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미화원들은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어쩌면 ‘못한’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 잘못으로 임금을 덜 받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주면 받고 안 주면 못 받고’ 식으로 여기는 듯한 인상도 풍겼다.

그러던 중 심씨의 소송 결과가 자극제 역할을 했다. 더 이상 지자체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않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1년 전 노조결성 직전까지 갔다가 진주시의 설득으로 포기한 것은 통탄할 노릇이었다.

결국 자신들의 권리를 스스로 찾고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른 미화원들은 소수 사무직을 뺀 나머지 전체 미화원이 노조가입을 선언한 가운데, 이날 민주노총 일반노조 진주시환경미화지회를 출범시켰다.

이들이 이날 진주시를 향해 요구한 것은 ▲미화원의 정년을 공무원과 동일하게 60세로 보장할 것 ▲체불임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진주시는 즉각 체불임금을 지급할 것 ▲환경미화원의 인원을 충원할 것 등이다.

우리 사회에 아직도 노조를 불순하게만 바라보는 시각이 없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어느 새 '어지럽히는 사람'과 '치우는 사람'이 따로가 돼 버린 세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분들이 노조를 만들었다.
그들의 목소리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여 보면 어느 것 하나 당연한 요구가 아닌 게 없음을 알 수 있지만 이점은 다음에 논하자.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근무 여건과 직결되는 것들이 있어도 한 번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비록 노사협의회라는 이름으로 대화 채널이 열려 있다고는 하나 걸핏하면 ‘민간위탁으로 전환하겠다’는 으름장과 이른바 ‘반장’으로 불리는 선임 미화원들의 의지부족 등이 맞물려 강한 주장을 펴지 못했다.

이런 상황은 진주뿐이 아닌 전국적인 상황이자 사천에도 꼭 들어맞는다.

사천시가 야간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어도, 심지어 야간수당을 주라는 지방노동청의 지시를 사천시가 어기고 있음에도, 극소수를 제외한 나머지 미화원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되레 “괜한 분란을 일으켜 민간위탁으로 전환해버리면 네가 책임질 거냐”며, 권리를 적극 주장하던 미화원을 타박했다. 또 대다수 미화원들은 사천시 담당공무원과 간담회가 잡혔지만 이런저런 ‘사탕발림’과 ‘채찍’에 무기력하게 대응했다.

물론 노조 하나 만들었다고 고용주인 지자체에 제 목소리 다 내는 것은 분명 아니다. 공무원노조도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판에 일용직(무기계약직=정년이 보장되는 일용직)에 불과한 미화원들이 만든 노조가 얼마나 탄탄할까?

사천시청 소속 환경미화원 중 일부도 이날 노조 출범을 축하했다. 사진은 사천시에 통상임금 지급을 꾸준히 요구했던 한 미화원.

그런 점에서 본다면, 통상임금을 받기위해 급히 만들어진 진주시환경미화노조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수 있음도 예측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당연한 권리를 권리인 줄 모르던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요, 또한 그 권리를 남이 찾아주지 않거니와 소수 몇몇의 주장만으론 찾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은 데 있다.

그에 비하면 사천시 환경미화원들은 여전히 움직임이 없다. 1년 넘게 끌던 통상임금 문제에 “해결해주겠다”고 사천시가 약속한 것이 영향을 준 모양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런 방식으로 노사의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일까? 노조를 만들어 엉뚱하게 이용하는 것은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노동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 자체를 불순하게 여기는 것은 잘못이다.

진주시환경미화노조가 결성되던 날, 이를 씁쓸히 지켜봐야만 했던 사천시 소속 환경미화원들의 낮은 탄식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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