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나리

“개나리 노란 꽃그늘 아래 가지런히 놓여 있는 꼬까신 하나~‘. 개나리가 출렁인다. 가느다란 가지에 풍성하게 무리지어 핀 노란 개나리가 회갈색 겨울을 왕창 걷어내고 있다.

개나리는 추억을 소환하는 꽃이다. 이참에 개나리와 얽힌 추억하나쯤 떠올려 보자. 나의 추억 속 개나리는 학교 가는 골목길, 강가 옆 뚝방길, 학교 담장 울타리로 늘 뒤에서 노란빛깔의 배경으로 존재한다. 개나리는 혼자보다는 수백수천 그루가 무리지어 있을 때 빛나는 꽃이다. 그 곳에 병아리떼가 쫑쫑쫑 하며 나타나 봄나들이 가자고 할 것 같다.

보통 명칭에 ‘개’자 붙으면 작고 모양새가 덜하다는 뜻이다. 개나리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풀인 나리꽃보다 좀 작고 나리꽃의 아름다움에 미치지 못하다고 하여 붙은 이름으로 짐작된다. 이유야 어떻든 개나리가 서운해 하지 않을까? 어디를 봐서 나리꽃보다 덜하냐고.

사천중학교에서 수양공원 쪽으로 올라가는 도로변에 높은 벽면을 타고 아래로 긴 가지 출렁이는 개나리무리가 있다. 나리꽃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빛깔과 모양새가 가히 환상적이다.

개나리는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성나무이다. 네 장의 꽃잎으로 갈라져 있으나 아랫부분은 통으로 합쳐져 있다. 꽃잎 안쪽에는 오렌지색 줄무늬가 보이고, 암술 하나에 수술 두 개로 되어있다. 암꽃은 암술이 수술보다 길고 수꽃은 수술이 암술보다 길다. 꽃이 지기 시작하면 긴 타원모양의 잎이 마주나게 달리고 9월이면 열매가 맺힌다. 그러나 개나리 열매를 본 적이 있는가? 개나리야 주변에 흔하게 만나지만 열매를 본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나 또한 도감에서는 보았지 실제로 본 기억이 없다. 꽃이 지고 난 개나리는 크게 주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잘 살펴볼 일도 없긴 하지만 개나리 열매는 보기가 매우 힘들다. 이유가 뭘까? 암꽃과 수꽃이 서로 수정하지 않아도 가지째 묻는 휘묻이나, 가지를 꺾어서 꽂는 꺾꽂이로도 쉽게 번식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이렇게 편리한 방식으로 번식을 하다 보니 개나리는 열매 맺는 방법을 잊고 사는 나무가 되어 버렸다.

개나리꽃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어느 부잣집에 스님이 시주를 청하러 갔더니 부자는 “우리집엔 개똥도 없소.”라며 문전박대를 당했다. 하지만 이웃집 가난한 사람은 정성껏 시주를 했다. 그러자 스님이 짚으로 엮은 작은 쌀독을 만들어 주고는 사라졌는데 그 속에서 쌀이 계속 쏟아져 나와 가난한 사람은 금방 부자가 되었다. 이 사실을 안 부자는 이듬해에 다시 시주를 청하러 온 스님에게 이번에는 쌀을 시주하였다. 스님이 사라진 후 스님이 만들어 준 쌀독을 열어보니 쌀 때신 개똥이 가득 들어 있었다. 주인이 놀라 개똥을 울타리 밑에 묻어버렸다. 그곳에서 개나리꽃이 피게 되었다는 것이다.

개나리는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다. 추위나 염해, 공해 등에 강하고 생장이 왕성해 정원이나, 울타리, 도로변, 공원 등에 많이 심고 있다. 개나리는 대표적인 우리 땅에 자생하는 식물 중 하나로써 전 한반도에 걸쳐 두루 자란다. 개나리와 유사한 것으로는 꽃이 일찍 피는 ‘만리화’, 꽃이 연한 황색인 ‘산개나리’, 열매를 약용으로 쓰는 ‘의성개나리’ 등이 있다. 서양에서는 황금종(Golden bell)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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