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日新又日新(나날이 새로워진다). 25×30. 2019.

특별할 것도 없을 그리고 특별하지도 않은 또 하루를 맞이하면서 이 날은 특별한 숫자를 가진 날이다. 12월 31일. 숫자에 의미를 부여해 가며 제각기 다른 곳에서 한해를 마땅히 살아낸 몇몇이 테이블을 앞에 두고 도란도란 모여 앉았다. 제야의 종소리가 울린다. 댕~댕~댕~ 댕~댕~댕~. 한 해 동안 자신이 살아낸 모습들을 기특해하며 새로운 해를 맞이할 준비로 들 떠 있었다. 여독과도 같았던 일상이 풀어지면서 새벽이 깊어가니 하나 둘 그 자리에서 스르르 잠이 든다.

빛이 들어오는 소리에 눈을 떴다. 아직도 밖은 여명만을 그리면서 고요하기만 하다. 새해 해맞이 행사를 하는 대교공원 주차장은 어젯밤부터 자동차의 붉은 불빛으로 장관을 이루었다. 연인인지 가족인지 모두가 숨죽이고 새해 첫 해를 맞이하고 있었다. 자동차 불빛 그대들은 무엇이 그리 간절했을까 아니면 이렇게 특별한 날을 특별한 사람과 저 좁은 공간을 함께 향유하고 싶었을까. 세상의 모든 만물들이 깨어있을 것만 같은 새해 첫날의 새벽이었다.

어둠이 걷히니 사람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나눠주는 떡국을 손에 쥐고는 후 불어가며 행복해 하는 모습들이, 특별한 날은 미운 사람도 참 아이처럼 만들어 주는 기일임에 분명하다. 색색이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로 온몸을 칭칭 감고서는 이제나 떠오를까 해를 보자고 걸음이 총총하다. 바다 어딘가 붉게 물들고 있는 곳을 사람들은 뚫어지게 응시한다. 태양이 떠오르기 전 저렇게 황홀한 색을 보여주는 태양의 존재감을 그들은 오늘 다시 새삼 느꼈으리라. 제각기 자신들의 발길이 닳는 곳이 행복인 세상이었다. 이 특별한 날에 내 곁에 있는 그이들은 어쩌면 아주 특별한 관계인지도 모른다.  

해야 솟아라. 붉은 해야 솟아라. 보낸 해도 행복했으니 맞이하는 해도 행복하리라. 눈 깜작할 사이 그 많던 인파가 마술처럼 사라져 버린다. 서둘러 앞날 장에서 사온 굴을 듬뿍 넣고 달걀지단을 만들어 떡국을 끓였다. 올해도 떡국 떡국하며 매일 특별한 날 마냥 귀히 살아내야 이 떡국 값을 치루는 것이다.

한 그릇 배불리 먹고 하루 종일 잠만 잔 듯하다. 그래서 나에게 매년 1월1일은 있었던 적이 없는 날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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