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길을 묻다, ‘대학과 지역의 만남’①

지방자치시대, 도시의 경쟁은 치열하다. 더 살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그래야 가족(=시민)이 늘어나니까. 공교롭게 대학도 무한 경쟁이다. 인구절벽을 눈앞에 두고 생존을 걱정하는 곳이 여럿인 것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 했던가. 지역사회와 대학이 위기 극복을 위해 손을 잡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국내외 사례를 통해 사천에서의 ‘대학과 지역의 만남’ 그 가능성을 탐색해본다. / 편집자주 

▲ 서울시가 청년문제와 지역의 활력 침체 문제를 동시에 풀어낼 해법으로 캠퍼스타운 조성 사업을 제시했다.(출처=서울시)

 

대학과 지역의 만남 ‘유니버+시티’
올 여름, 불볕더위 못지않게 관심을 끈 주제를 꼽으라면 ‘지방소멸’이 아닐까. 어쩌면 소규모 농어촌 지자체 주민들에게 더 공감을 살 얘기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남의 모든 군 단위 지자체와 밀양시가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 가운데 사천시는 위험지수 0.507로 아슬아슬하게 모면했다. 위험지수가 0.5 아래로 떨어지면 곧 소멸위험지역이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교육부도 대학가가 초미의 관심사를 발표했다.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였다. 이에 따르면 내년부터 재정지원이 제한되거나 정원을 감축해야 하는 대학이 23곳에 이른다. 그 외 대학들도 생존을 건 몸집 줄이기나 활로 찾기에 힘을 계속 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자체도 대학도 사활이 걸린 도전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런 도전 또는 과제가 농어촌의 중소 도시에만 있지는 않은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인구와 대학을 품고 있는 서울시도 비슷한 위기감의 바탕 아래 ‘지역과 대학’, ‘대학과 지역’의 만남으로 활력을 찾으려는 시도에 나서고 있다. 내세운 이름은 ‘캠퍼스타운 조성 사업’이다. 서울시의 이런 시도에는, 대학을 뜻하는 유니버스티(University)의 ‘유니버(Univer)’와 도시를 뜻하는 ‘시티(City)’를 결합시킨 ‘유니버+시티(Univer+City)’라는 새로운 단어의 재해석을 통해 지역과 대학의 상생 발전 방안을 찾으려는 취지가 깔려 있다. 

서울시 사례를 본격적으로 살피기에 앞서 ‘사천에는 이렇다 할 대학도 없는데 이게 무슨 소용인가?’라는 푸념 섞인 물음을 상상해보자. 정말 그럴까. 사천에 소재한 대학이라면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가 전부이긴 하다. 그러나 인근 진주시에는 국공립대학 3개를 포함한 6개의 대학이 자리 잡고 있고, 인근 남해군에도 도립대학 1개가 있다. 학과도 다양해서 사천시와 연결지어 상생을 도모할 여지는 충분하지 않을까. 마침 우리 지역에서도 국비 지원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하는 만큼 타 지역 사례의 기계적인 답습보다는 대학과 협력한 새로운 방안을 찾아 나섬이 바람직해 보인다.

서울시의 ‘캠퍼스타운 조성 사업’
서울시는 2016년부터 캠퍼스타운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 대학, 지역의 상생성장과 미래가치 창출을 통해 ‘대학도시 서울’ 조성이 목표라면, 52개 대학에 65만 명의 대학생이 있음은 이 사업의 바탕이자 필요충분조건이다.

특히 45개 대학이 강북지역에 위치해 있고, 그 중 상당수는 노후‧쇠퇴 중인 시가지에 있음은 대학과 지역 모두에게 자극제나 마찬가지다. ‘대학이 고등교육의 터전이라는 일반적 역할 외에 지역 상권의 혁신 거점이자 청년문화의 중심’이라는 인식은 이들을 캠퍼스타운 사업으로 더욱 끌어들이고 있다. 그리하여 서울시의 제안에 참여 의사를 밝힌 대학만 48개에 이른다.

사업의 기본방향은 창의적 청년인재를 양성해 대학자원을 공유함으로써 지역문화와 융합시키는 데 있다. 그 중에서도 핵심목표는 창업육성이다. 이는 일자리 창출과 맞닿아 있다. 여기에 다시 주거안정화 대책을 덧붙임으로써 지역 문화와 상권이 활력을 찾는 밑그림이다. 이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지자체와 대학은 서로 협력하는 가운데 제도적,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뒷받침해야 한다.

서울시는 이 사업을 위해 2016년 3월부터 52개 모든 대학을 돌며 사업설명회를 가졌다. 같은 해 11월엔 박원순 서울시장과 사업 참여 의사를 밝힌 대학의 총장들이 ‘캠퍼스타운 정책협의회’를 발족시켰다. 지난해엔 대학의 자발적 참여 유도를 위해 대학평가 지표에 ‘지역사회 협력 기여’ 항목을 두도록 교육부와 협의한 데 이어, 올해 1월엔 ‘캠퍼스타운 조성사업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공포함으로써 사업 추진과 예산 지원의 근거를 마련했다.

 

▲ 캠퍼스타운 사업을 설명하는 도표.(출처=서울시)

지역문화 육성에 최대 100억 지원
서울시의 캠퍼스타운 조성 사업은 크게 종합형과 단위형 2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대학과 지역사회를 연계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는 점은 같으나 종합형은 기반시설 지원까지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지원 사업비도 종합형은 최대 100억 원에 이르는 반면 단위형은 여기에 훨씬 못 미친다.

종합형 사업으로 진행되는 대학은 모두 4곳이다. 지난해 고려대(성북구)를 시작으로 올해 광운대(노원구), 세종대(광진구), 중앙대(동작구)가 공모 절차를 거쳐 선정됐다. 고려대는 오는 20년까지, 나머지 세 대학은 22년까지 4개년 계획으로 창업활성화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단위형 사업으로는 지난해부터 19년까지 3년간 13개 사업을 시행 중이다. 숙명여대의 용문전통시장 활성화 사업, 한성대의 청년예술인 ‘주거+창작공간’ 지원 사업, 경희대의 공유형 상점 운영 및 청년상인 기획단 운영, 서울여자간호대의 고령화 대비 치매예방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이 이에 해당한다. 올해는 2단계로 건국대, 명지대, 성신여대 등 16개 대학과 사업을 선정해 내년부터 3년간 2~1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이 올해 3선에 성공함에 따라 캠퍼스타운 사업을 더 힘차게 이끌어갈 생각이다. 2025년까지 캠퍼스타운을 60곳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장양규 서울시 캠퍼스타운 조성 단장은 “사업의 확대 및 고도화, 공기업과 연계한 사업 발굴, 중앙정부와 협력 강화를 통해 캠퍼스타운이 청년창업과 도시재생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밝혔다. 박 시장의 임기(22년 6월까지) 내 이 분야 투자 사업비도 1358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시는 앞으로 권역별 대학 밀집도, 지리적 인접성 등을 기반으로 6개 권역으로 나눠 캠퍼스타운을 조성한다는 방침도 세우고 있다. 6개 권역은 △태릉·석계권(광운대, 삼육대, 인덕대, 과학기술대, 서울여대) : 경춘선축 지역상생-기술창업 클러스터 △안암·회기권(고려대, 시립대, 경희대, 성신여대, 동덕여대, 외국어대, 한예종) : 산학연 연계 차세대 R&D 클러스터 △성수·화양권(세종대, 건국대, 한양대) : 동북부 IT축 산학연계 클러스터 △상도·흑석권(중앙대, 숭실대, 총신대) : 서남권 지역협력 및 수변문화 클러스터 △신촌·홍대권(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홍익대) : 도심-DMC(디지털미디어시티)축 청년문화 클러스터 △도심·대학로권(성균관대, 동국대, 방송통신대,한성대) : 역사·예술문화 클러스터를 말한다.

정부 관심 이끌어낸 ‘캠퍼스타운’
서울시의 캠퍼스타운 사업을 두고 “아직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하지만 기대감만은 높은 편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대학과 지역의 상생협력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지난해 도시재생뉴딜사업 중 대학 중심 새로운 도시재생 우수사례로 캠퍼스타운을 소개했으며, 올해 공모사업 유형에 ‘대학타운형’을 도입한 점은 그 좋은 예다. 교육부도 대학재정지원사업에 캠퍼스타운 사업을 지역협력사업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캠퍼스타운 조성 사업의 구체적인 사례 소개는 다음 기사로 넘긴다.

 

▲ 서울시의 캠퍼스타운 사업이 지역사회의 새로운 활력찾기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출처=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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