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무르익는 소리가 들립니다.

 여름이 무르익어 갑니다. 오랜 장마 끝에 찾아온 뜨거운 여름날입니다. 장마와 빗줄기 속에 한껏 움츠러 들었던 벼 이삭들이 어느새 꽃을 피웠습니다. 농사에 여념 없는 농민들 입장에선 뜨겁고 무더운 날씨가  계속 되어야겠지만, 찜통 더위에 고생하는 도시민들 입장에선 선선한 날씨가 좋습니다. '우산 장수와 나막신 장수'를 아들로 둔 어머니의 마음이 생각납니다. 비가오면 나막신 장수 아들이 걱정, 햇볕이 나면 우산 장수 아들이 걱정인 어머니. 늘 아들들 걱정으로 노심초사하는 우리 어머니의 마음입니다. 

▲ 무르익는 벼 이삭
▲ 부추 꽃

 부추 꽃이 피었습니다. 이른 봄부터 나물로 밥상에 올랐던 부추입니다. 봄부터 여름까지 사람들의 밥상에 온몸 다바쳐 올려졌던 부추 잎사귀. 여름날을 맞아 하얀 꽃으로 한 해의 생을 갈무리합니다.

▲ 논 속을 거니는 백로
▲ 논 옆의 여치

  논 속을 거닐며 먹이를 찾는 백로의 모습입니다. 벼를 처음 심었을 땐 온 몸이 다 보였는데, 지금은 목만 간신히 보입니다. 논 속을 거니는 백로의 모습에서도 세월의 흐름을 읽을 수 있습니다. 벼를 수확할 무렵이면 여름철새 백로는 추운 겨울을 피해 머나먼 남쪽으로 날아갑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여치들도 몸집이 커져 갑니다. 가을을 준비하는 여치들이 몸놀림이 분주합니다.

▲ 오이

 "장마에 오이 크듯 큰다."는 말이 있습니다. 장마철에는 하루가 다르게 커졌는데, 지금은 강한 햇볕을 받아 약간 오그라든듯 합니다. 어느새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 양파 망을 둘러 쓴 좁쌀

 좁쌀은 양파 망을 둘러 썼습니다. 참새들의 아우성을 피해가기 위한 농민들의 지혜가 엿보입니다. 고읍리 들녘 풍경입니다. 참새들 입장에선 사람들의 인심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여무는 깨

▲ 수확하고 난 깻단

 깨 수확을 끝낸 깻단입니다. 여러 농작물 중에서도 깨 농사가 가장 힘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밑에서부터 하나씩 하나씩 익어가기 때문인듯 합니다. 익는 중간에 행여 태풍이라도 만나 깨가 넘어지면 깨 농사는 엉망이 됩니다.

 기후 변화에 따라 잘 되는 농사가 있으면 망치게 되는 농사도 있습니다. 모심기 한 후에 비가 자주 오면 벼농사는 좋지만, 고추 농사는 힘들어집니다. 지금은 비 보다 햇볕이 내리쬐는 것이 좋습니다.

 어느새 여름을 마무리 해가는 시간입니다. '하루 땡볕이 무섭다.'는 말도 있듯, 하루 하루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하겠습니다. 비가 오면 우산 장수 아들이 좋아지고, 햇볕이 내리쬐면 나막신 장수 아들이 좋아집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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