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분노의 질주 영화포스터.

올해는 2017년, 일명 홀수 해다. 보안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사이버테러를 걱정할 것이며, 무한도전 팬이라면 무한도전가요제의 개최를 기다렸을 것이나, 액션영화 팬들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개봉할 봄을 기다렸을 것이다. 언제나 홀수 해의 봄에 찾아오니까. 그러나 우려도 컸으니, 시리즈의 핵심인물인 폴 워커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그 빈자리를 어떻게 메울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이런 우려를 말끔하게 불식시킨 것이 <분노의 질주-더 익스트림>이다. 올해로 8번째를 맞는 시리즈는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물량공세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엄청난 카체이싱과 호화찬란한 라인업이라 눈 돌아갈 지경이다. 기존의 빡빡이(빈 디젤)에 전작의 악역 빡빡이(제임스 스타뎀)와 WWE의 히어로였던 빡빡이(더 락: 드웨인 존슨)도 모자라 미모의 여성 악당(샤를리즈 테론)마저 등장이다. 여기에 자동차를 때려 부수는(?) 장면에만 물경 1700만 달러(약 196억 원)을 쏟아 넣었다고 하더니 자동차 액션은 폭주 그 자체다. 끝 모르고 달릴 기세에 덩달아 관객의 환호도 하늘 끝까지 치솟는다.

반면, 이야기는 그다지…… 솔직히 폭망이다. 사실 팝콘무비에서 교훈과 감동과 사유를 찾는 게 더 우스운 일이지 않은가. 뭐, 별로 기대하지도 않았다. 생각해보면 이 시리즈의 시작은 스피드 홀릭에 빠진 자동차 도둑들의 카 스턴트가 전부였다. 그러다 몸집을 부풀리기 시작했으니, 결국 얼토당토 않는 전개가 될 것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흥행에 성공한 역대 시리즈 가운데 이러한 전개과정을 벗어나질 않는다. 그러고도 망한 시리즈가 더 많았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분노의 질주-더 익스트림>은 비록 처음의 신선함은 사라졌지만 익스트림의 흥분은 더 강화했으니 기꺼이 박수를 치겠다.

문득 생각하는 잡생각 하나. 스마트 자동차를 해킹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러고 보면 세상이 참 스마트해지고 있다. 단어 자체의 의미보다 스마트폰처럼 레테르처럼 붙어버린 그 스마트함을 말한다. 사물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집과 에어컨과 보일러와 자동차마저 그 범주에 접어들었다. 이렇게 똑똑해졌으니 인간은 얼마나 편해졌을까. 하지만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6분의 여유만 더 생겼다고 한다. 결국 사물인터넷으로 인해 편리는 강화되었을지언정, 인간에게 여유와 자유를 주는 건 아닌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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