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대통령의 노제, 용산참사현장 그리고 오체투지순례

어렵사리 마눌님께 간청하여 지난 5월29일부터 31일까지 2박3일 이유있는 외박을 떠났다 왔습니다.

고 노무현대통령의 노제가 거행된 서울 시청 앞 광장과 용산참사현장 그리고 오체투지순례 참가하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29일, 서울광장! 끝이 보이지 않는 추모 만장행렬!

추모 만장행렬은 끝이보이지 않습니다. 덕수궁 돌담길 옆 사람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풍선과 펼침막과 한 시민이 만든 분향소도 보입니다.
밤 12시가 다 되어도 추모열기와 광장을 지키고자 하는 시민들의 의지는 식을 줄 모릅니다.
덕수궁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
오른쪽 하단에 보이는 노란 천막이 시민분향소 입니다. 분향소를 찾는 발길과 광장을 지키고자 하는 열기는 30일 새벽 경찰이 밀고 들어올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30일 밤, 용산참사현장!! - 생명평화미사

여섯분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건물과 철거민 그리고 유가족의 몸과 마음은 시커멋게 그을린체 남아있지만 정부는 어떠한 해결 의지를 보이질 않고 있는 현실. 참 가슴 아팠습니다.

여섯분의 희생자를 낸 남일당 건물옆에 용산 옛국제빌딩 모습입니다.
종이처럼 구겨진 남일당 건물 옥상의 망루와 옛 국제빌딩 모습. 그날의 참상을 알수있습니다.

5월29일, 이날은 성모의 밤 행사 및 미사가 봉헌되는 날이었습니다.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 (마태 10,26)
미사 전 담소를 나누고 계신 문정현신부와 서울교구 빈민사목 담당사제인 이강서신부! 두분은 사고 이후 14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 철거민과 함께 아픔을 같이하며 올바른 진상규명과 해결을 위해 헌신하고 계십니다. 노숙자로!
철거민 희생자 분향소 모습입니다.
아직 이른시간 이지만 속속들이 미사참례자가 모였습니다.미망인들과 영정, 사고이후 140여일이 지난 지금도 아직 장례를 치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사가 시작됐습니다. 올바른 진실규명과 해결을 간절히 바라며 참가자들은 성모님께 정성스레 초를 봉헌했습니다. 오후 7시에 시작한 미사는 두 시간 이어졌습니다.

30일, 제117차 오체투지순례!!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걷는 사람들!
그 길을 가장 낮은 자세로 흙, 자갈, 시멘트, 아스파트 길을 순례하는 사람들!
그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바라고 청하는가!

5월 30일 아침. 순례참가자들이 모여 시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날 순례는 고양시와 파주시의 경계에서 시작됐습니다.
점심시간. 각자가 준비한 도시락으로 삼삼오오 모여 꿀맛의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점심시간을 틈타 땀으로 젖은 옷가지들을 햇볕과 바람에 말렸습니다. 순례자가 사용하고 있는 무릅 보호대와 장갑은 땀과 때로 얼룩졌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순례참가자들 각자의 생각, 느낌,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 나눔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힘든 오전 일정이였지만 모두의 얼굴은 밝고 아름답습니다.
다시 순례길! 가만히 엎드려 있으면 자동차가 일으키는 바람과 굉음이 본능적으로 몸을 움추려 들게 하지만 그래도 당당히 순례는 계속됩니다.
'모든 것을 버리지 못해도,
모든 것을 누리고 싶은 욕심만은 버릴 수 있게 해 주소서!'

이렇게 150m 이동하고 10분간 휴식를 반복, 그렇게 오전 오후 2km씩 하루 4km를 느리지만 힘차게 순례의 길을 갑니다.

길가의 휴식 그리고 고달프지만 보람찬 하루 일정 정리.

하루 8시간을 꼬박 엎드려 앞으로 가는 거리는 고작 4km.

대부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그만 두라고 했지만 지리산에서 임진각 망배단까지 천리길을 124일동안 가장 낮은 자세인 오체투지로 정지한 듯 움직이며, 가는 듯 마냥 제 자리인 자벌레처럼 기고, 소걸음 만큼 마냥 느리고 느리게 움직여. 그래도 마침내 6월6일 남쪽 구간 마지막 목적지에 이르렀습니다.

그 길에서 우리가 배웅한 것은 무엇이고 마중한 것은 무엇인가, 조용히 묻습니다.

이별한 것은 무엇이고 만난 것은 무엇인가.
낮춘 것은 무엇이고 높인 것은 무엇인가.
비운 것은 무엇이고 채운 것은 무엇인가.
얻은 것은 무엇이고 떠나보낸 것은 무엇인가.
새로 낸 길은 무엇이고 미처 찾지 못한 길은 무엇인가.
허문 장벽은 무엇이고 공들여 쌓은 탑은 무엇인가.
본 것은 무엇이고 눈 감은 것은 무엇인가.
들은 소리는 무엇이고 귀 막은 것은 무엇인가.
애 닳았던 것은 무엇이고 평화를 느낀 것은 무엇인가.
들어서길 망설이고 막막하게 느낀 길은 무엇인가.
여전히 존재하는 모호하며 어지러운 길들은 무엇인가..., 헤아려봅니다.

세상은 좌와 우로 나뉜 것이 아닙니다. 존엄과 존중, 사랑과 연민, 도리와 예의, 정의와 나눔 따위를 알고 느끼고 배우고 행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 뿐입니다.

선을 키웁시다. 악이 약해집니다. 정의로워집시다. 불의가 작아집니다. 연대합시다. 외롭지 않습니다. 두렵지 않습니다. 사랑과 연민을 실천합시다. 그 자체로 거룩하고 위대한 삶입니다. 타인은 섬기고 자신은 낮춥시다. 진실로 강해지는 길입니다. 욕심은 줄이고 나눔은 키웁시다. 평화롭고 행복해집니다. 양심과 진실함에 귀 기울이고 행동합시다. 우리 모두 존엄하고 강해집니다.

다시 한 번 우리 자신에게 우리 모두에게 묻습니다.

우리 역사는 지금 어느 길을 가고 있습니까.
우리 각자는 지금 어느 길을 가고 있습니까.
우리 영혼은 지금 어느 길을 가고 있습니까.

-문규현 신부(전주 평화동성당,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124일 우보천리, 오체투지 기도순례를 마치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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