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대통령의 노제, 용산참사현장 그리고 오체투지순례
어렵사리 마눌님께 간청하여 지난 5월29일부터 31일까지 2박3일 이유있는 외박을 떠났다 왔습니다.
고 노무현대통령의 노제가 거행된 서울 시청 앞 광장과 용산참사현장 그리고 오체투지순례 참가하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29일, 서울광장! 끝이 보이지 않는 추모 만장행렬!
30일 밤, 용산참사현장!! - 생명평화미사
여섯분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건물과 철거민 그리고 유가족의 몸과 마음은 시커멋게 그을린체 남아있지만 정부는 어떠한 해결 의지를 보이질 않고 있는 현실. 참 가슴 아팠습니다.
30일, 제117차 오체투지순례!!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걷는 사람들!
그 길을 가장 낮은 자세로 흙, 자갈, 시멘트, 아스파트 길을 순례하는 사람들!
그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바라고 청하는가!
모든 것을 누리고 싶은 욕심만은 버릴 수 있게 해 주소서!'
이렇게 150m 이동하고 10분간 휴식를 반복, 그렇게 오전 오후 2km씩 하루 4km를 느리지만 힘차게 순례의 길을 갑니다.
하루 8시간을 꼬박 엎드려 앞으로 가는 거리는 고작 4km.
대부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그만 두라고 했지만 지리산에서 임진각 망배단까지 천리길을 124일동안 가장 낮은 자세인 오체투지로 정지한 듯 움직이며, 가는 듯 마냥 제 자리인 자벌레처럼 기고, 소걸음 만큼 마냥 느리고 느리게 움직여. 그래도 마침내 6월6일 남쪽 구간 마지막 목적지에 이르렀습니다.
그 길에서 우리가 배웅한 것은 무엇이고 마중한 것은 무엇인가, 조용히 묻습니다.
이별한 것은 무엇이고 만난 것은 무엇인가. 낮춘 것은 무엇이고 높인 것은 무엇인가. 비운 것은 무엇이고 채운 것은 무엇인가. 얻은 것은 무엇이고 떠나보낸 것은 무엇인가. 새로 낸 길은 무엇이고 미처 찾지 못한 길은 무엇인가. 허문 장벽은 무엇이고 공들여 쌓은 탑은 무엇인가. 본 것은 무엇이고 눈 감은 것은 무엇인가. 들은 소리는 무엇이고 귀 막은 것은 무엇인가. 애 닳았던 것은 무엇이고 평화를 느낀 것은 무엇인가. 들어서길 망설이고 막막하게 느낀 길은 무엇인가. 여전히 존재하는 모호하며 어지러운 길들은 무엇인가..., 헤아려봅니다. 세상은 좌와 우로 나뉜 것이 아닙니다. 존엄과 존중, 사랑과 연민, 도리와 예의, 정의와 나눔 따위를 알고 느끼고 배우고 행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 뿐입니다. 선을 키웁시다. 악이 약해집니다. 정의로워집시다. 불의가 작아집니다. 연대합시다. 외롭지 않습니다. 두렵지 않습니다. 사랑과 연민을 실천합시다. 그 자체로 거룩하고 위대한 삶입니다. 타인은 섬기고 자신은 낮춥시다. 진실로 강해지는 길입니다. 욕심은 줄이고 나눔은 키웁시다. 평화롭고 행복해집니다. 양심과 진실함에 귀 기울이고 행동합시다. 우리 모두 존엄하고 강해집니다. 다시 한 번 우리 자신에게 우리 모두에게 묻습니다. 우리 역사는 지금 어느 길을 가고 있습니까. 우리 각자는 지금 어느 길을 가고 있습니까. 우리 영혼은 지금 어느 길을 가고 있습니까. -문규현 신부(전주 평화동성당,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124일 우보천리, 오체투지 기도순례를 마치고' 중- |
오영환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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