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년 말 마지막 주에 부부 동반하여 가족, 친지 몇 사람과 대만을 다녀왔다. 요즈음 운전면허가 없는 사람과 해외여행 못해 본 사람을 천연기념물이라고 하더니만 나로선 해외 나들이는 처음이니 이제 천연기념물 신세는 면한 셈인가? 해외로 나갈 기회가 적지 않았지만 일없이 단지 관광만을 목적으로 나가서 외화를 쓴다는 것이 어쩐지 낭비인 것 같아서 미루고 미루다가 친구들의 강권에 못 이겨 따라 나선 것이다.

패키지여행이란 그렇고 그럴 것이란 내 지레짐작은 불행히도 맞았다. 여행 중 만난 사람은 비행기 승무원, 호텔 직원, 가이드 등 여행 종사자뿐이고 풍물이란 것도 주마간산 격으로 스쳐 지나며 보는 것이니 유리를 통해 수족관 안을 바라보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처음 다이빙을 배웠을 때 바다 속으로 잠수하여 직접 만지고 보았던 물속 세상의 놀라운 감동 같은 것은 없었다. 밖에서 건성건성 보는 것만으로 호기심이 발동하기엔 너무 늦어 버린 모양이다. 여행도 젊음이 있을 때 해야 할 것이다. 첫날 밤 소주(한국에서 가져간)를 한 잔 하면서 지인들에게 슬쩍 물어 보았다. 그들은 이미 많게는 10여 차례 해외여행을 다녀본 경험자들이다.

“보통 해외여행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것인가요?”
“그렇지요, 그래도 이번에는 음식도 좋고 호텔도 깨끗하고 좋네요.”
“흠, 그럼, 솔직히 물어보는데 이런 여행이 즐겁습니까?”
“네?…왜요?”
“이렇게 재미없는데 그렇게 여러 번 다닐 수가 있는지 궁금해서요.”

그런데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감동이 있었다. 세계 5대 박물관에 속한다는 ‘고궁박물관’에는 세계적으로 가치가 인정된 문물이 70만 점 가량 소장되어 있는데 국민당이 대만으로 퇴각할 때 중국의 유물들을 가지고 나온 것이다. 가이드가 관람을 마치고 나오자 질문을 했다.

“이 유물들의 실제 소유는 중국일 것인데, 중국 당국이 대만에 어떤 요구를 할까요?”
“글쎄, 주인에게 돌려 달라고 하지 않을까요?”

아니오, “대만에 있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고 여긴데요, 중국에 유물이 그대로 있었다면 문화혁명 와중에 많이 파손되고 유실되었을 터인데 오히려 다행이고, 대만도 중국 땅이란 자심감이죠.” 그 말을 듣자 곁의 지인이 자신의 허벅지를 찰싹 치며 말한다.

“오, 중국 정말 대단하다! 우리도 남북이 서로 그런 아량으로 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대만에서 바다 건너 중국을 새롭게 느끼는 경험을 한 셈이다. 새해에는 남북 당국자 사이에 해빙 분위기가 형성되는 모양이다. 문득 그 가이드가 말한 대국적 관점의 중국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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