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메리카의 야생 들소인 버펄로는 성체가 되면 무게가 1.5t도 더 넘어나가는 거구이다. 초식동물이긴 하나 그 힘이 굉장하여 늑대 같은 육식동물들도 쉽게 사냥할 수 있는 동물이 아니다.

한 연구가는 늑대 무리의 밥이 된 한 버펄로의 사체를 관찰하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늑대 먹이가 된 버펄로는 대부분이 어린 새끼이거나 늙은 놈인데 이 사체의 주인은 골격이 튼튼한 젊은 수컷이었던 것이다.

더 자세히 살펴보니 이빨에 충치가 있었다. 이빨이 아프니 제대로 풀을 저작할 수 없고 영양 부족으로 자연스럽게 체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냄새를 늑대는 정확하게 포착하여 이 충치 버펄로를 찍어서 며칠을 추적하여 체력이 고갈된 버펄로를 끝내 사냥해 버린 것이다. 늑대들에게는 버펄로의 충지 냄새가 사람으로 따지면 식욕을 돋우는 곰삭은 젓갈 냄새 쯤 되었음직하다.

자연의 세계에서 있었던 또 다른 일. 역시 젊고 장대한 골격을 지닌 정글의 왕 호랑이가 피골이 상접되어 굶어 죽은 상태로 발견되었다. 호랑이가 발견된 숲은 건강하고 자연의 먹이 사슬 상태가 양호하여 주위에 먹이가 널려있었는데도 전성기의 용맹무쌍한 호랑이가 굶어 죽다니?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했지만 그 녀석은 가죽도 제대로 남기지 못했다. 영양실조로 볼품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세히 사체를 검안해 보니 놀랍게도 발톱에 박힌 가시 하나가 있었다. 이 가시 하나로 한 쪽 발을 사용하지 못해 사냥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맹수라도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면 토끼 한 마리 잡을 수 없는 것이다.

지난 2월 26일 세 모녀가 자살을 했다. 식당에서 일하면서 유일한 수입원이었던 어머니 박 씨(60세)가 일을 하다 넘어져 부상을 당했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 둘 수밖에 없었고 그들은 자살을 택했다.

충치 때문에 제 명을 다하지 못한 버펄로와 발톱의 가시 때문에 아사한 호랑이 같은 야생의 동물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차이가 있다면 이런 상태로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미래를 예측하고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뿐이다.

그녀들의 유품을 정리했던 사람의 말에 의하면 세 사람이 살았던 집안치고는 짐이 너무 없고 특히 옷가지가 적다고 전했다. 비록 병들었지만 젊은 나이의 두 딸이 있는데도 옷가지가 너무 적다니!

달력에는 이달 19일을 ‘삼촌 생일’이라 적어둔 표시가 보였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울컥해져 버렸다. 작은 케이크에 촛불을 세우고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을까? 그 때 불과 일주일 후에 자신들이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는 알았을까? 다른 이가 세상에 태어났음을 축하하면서 또 다른 자신들의 죽음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그녀들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말이다.

‘주인 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불과 한 달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세상은 벌써 잊어간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은 측은지심과 염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 했다. 송파구 세 모녀 영전에 고개 숙이며 고한다.

“우리가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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