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기간 만료 가까워진 가운데 저마다 입장 달라 ‘오리무중’

파산관재인 “사업권까지 일괄 매각”
채권단 “토지만이라도 우선 매각”
시 “당사자들이 먼저 대안 내놔야”

▲ 시행사이던 삼호조선의 파산으로 향촌농공단지 조성 부지가 오랫동안 어수선하게 방치됐다.
법원이 삼호조선(주)에 파산 결정을 내린 지 7개월을 넘어서는 가운데 향촌농공단지조성사업이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사업승인 만료 기한이 불과 두 달 남짓 남았음에도 사천시와 이해 당사자 모두 마땅한 대책을 못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삼호조선이 향촌농공단지조성사업을 시작한 것은 2007년 10월이다. 당시 농공단지 예정지에서 소규모 조선업을 하고 있던 업체의 항의가 거셌고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였지만, 2009년 9월 공사에 들어갔다.

당시 조선업계에는 불황의 그림자가 크게 드리운 상태였는데, 삼호조선은 이듬해 사업계획을 한 차례 변경하며 농공단지 조성 의지를 더욱 밝히는 듯 했다. 하지만 그해 가을, 지역민들의 민원제기를 핑계로 공사 중단을 선언하더니 곧 은행권관리, 부도, 법정관리를 거쳐 올해 2월에는 최종 파산했다.

이후 7개월 남짓 시간이 흐르는 동안 파산관재인은 임의매각 형식으로 사업부지와 사업권을 팔아넘기려 했으나 사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시간이 자꾸 흐르자 주채권단인 경남은행의 마음도 급해졌다. 사천시가 승인한 이 사업의 만료일이 올해 연말까지기 때문이다. 사천시가 사업기간을 연장해주지 않으면 향촌농공단지 사업부지는 그저 평범한 산과 논밭으로 돌아가는 것이어서 그만큼 재산가치가 떨어진다. 파산 상태인 삼호조선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손해를 최소화 하려는 경남은행도 결코 상상하고 싶지 않은 그림이다.

그렇다면 결국 이 문제는 사천시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것인가?

하지만 사천시로서도 갑갑한 지점이 많다. 무엇보다 사업부지에서 이미 사업을 하고 있던 A조선과 벌이는 소송이 부담이다. 1심에서 승소 후 2심이 진행 중이지만, 2심 재판부는 공유수면이 매립될 경우 A조선이 연안을 잃게 돼 사실상 조선업을 할 수 없다고 보고 “양측이 협의해 합의안을 찾으라”고 권고해 왔다. 이에 두 조선업체는 최종 합의에 이르렀는데, 그 직후 삼호조선이 파산을 맞은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여서, 재판이 끝나지 않은 한 어떤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더라도 A조선과 다시 협상을 벌여야 할 공산이 크다. 사태가 이렇게 꼬이도록 한데 일조한 사천시는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사업기간을 연장해주는 것도 쉽지 않다. 이를 위해선 연장을 신청할 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파산 상태인 삼호조선이 15억 원에 이르는 보증보험 비용을 감당해 가며 그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현행 사업방식이 민간개발방식인 만큼 시가 개입할 여지도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공영개발방식으로 바꿔 사천시가 직접 시행을 맡는 것은 어떠냐”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예산이 빠듯한 사천시는 “투자여력이 없다”는 답을 내놨다.

25~26일, 파산관재인과 경남은행 측 입장을 확인했으나 결과는 분명하게 갈렸다. 파산관재인 쪽 이철규 전 삼호조선 이사는 “서로 어찌 하자는 말은 있으나 각자 이익이 걸려 있어 입장이 다르다. 어쨌든 우리는 사업권을 포함한 매각이 제일 좋다”라고 말했다.

반면 경남은행 서원춘 여신관리부부장은 “우린 채권자일 뿐 사업권에는 관심 없다. 토지 매각만 이뤄지면 된다. 사업기간 연장은 좋긴 한데 안 돼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양측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 유리한 이야기만 늘어놨을 뿐이다. 여기에는 ‘사천시도 갑갑할 테니 먼저 해법을 내놓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깔린 듯 보인다.

그러나 사천시는 “당사자들이 먼저 적극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해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못 박았다.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기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향촌농공단지의 운명은 어디로 향할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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