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자문단 학술용역 "남해-하동과 통합 시너지"→"독자 생존이 살길"
총무과 "시민 어떠한 통합 논리도 찬성 안 해"..시의회 "대응논리 부실" 지적

사천시가 "(사천시민들이)어떤 형태의 시군통합에도 찬성하지 않고, 사천시 독자적 발전을 주장하는 여론이 우세하다"며 진주에서 제기된 진주-사천 통합 논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6일 남일대리조트에서 열린 2012년도 업무보고회.
최근 진주지역 시민단체·학술대회 등에서 진주-사천 통합 논리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사천시가 '(사천시민들이) 어떤 형태의 시군통합에도 찬성하지 않고, 사천시 독자적 발전을 주장하는 여론이 우세하다'며 독자생존 논리를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사천시의 태도는 지난 7월 정만규 시장이 "사천-남해-하동 통합 논리에 공감한다"고 밝혀 시군통합 추진 쪽으로 여론화됐던 것에 비해 크게 방향이 전환된 것. 이는 정부가 제시한 시군 통합 특례(인센티브)가 크지 않고,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읍면·동지역간 대립·갈등 심화를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시의 방향 선회는 진주-사천 통합 찬성 논리에 대응해 급조했던 남해-하동과의 통합 추진 논리가 한계가 있었음을 시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

사천시의 태도변화는 사천시정책자문단에서 내놓은 지역사회 이슈대응 전략수립 연구용역보고회에서도 드러났다.

#3개월 전 정책자문단 "진주-사천 통합 실익없어.. 남해-하동과 통합 시너지 검토해야"

지난 7월 8일 남일대 리조트에서 열린 민선 5기 1주년 기념 정책워크숍에서 정창식(동의대·토목공학과 교수)사천시정책자문단장은 진주-사천 통합에 부정적 견해를 밝히며 "사천-남해-하동 통합이 같은 해양문화권으로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중간 용역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당시 정 단장은 "사천은 인근 해안의 지역특수성이 유사한 하동군과 남해군과의 연계를 통한 지역발전 방안 및 계획, 지역통합시 발생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사천-남해-하동의 해양관광 인프라가 서부경남의 중요 발전 축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연구 용역 방향을 제시했다.

하지만 3개월이 흐른 10월 6일, 같은 장소서 열린 '사천시 내년도 주요업무계획 보고회'에서 정창식 단장은 "남해·하동과의 통합 등 시군통합보다는 사천시 독자생존이 필요하다"며 결론을 바꿨다.

#3개월 뒤, 정창식 자문단장 “공무원에게 물었더니.. 시군통합보다 현행 유지 원해”

정 단장은 공무원 188명(사천시 50명, 남해군 48명, 하동군 48명, 진주시 42명)을 대상으로 8월 한 달 간 지역통합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지역통합에 대해 반대 51%, 찬성 47%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역통합 방향을 묻는 질문의 경우, 현행유지 49%, 남해-하동-사천 24%, 진주-산청-의령 4%, 진주-사천 13%로 집계됐다고 덧붙였다. 쉽게 말해, 공무원들은 시군통합 반대 여론이 우세하고, 대부분 현행유지를 바란다는 것.

정 단장은 이를 근거로 "문화적, 역사적 특수성 및 고유의 주민정서를 배제한 지역통합은 의미가 없으며, 일방적인 통합은 생활·경제권 분리로 주민 생활불편 및 지역발전의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단장은 "시군통합 대신 각 지역의 발전과 특성에 맞는 독자 생존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며 "사천은 항공우주산업과 해양관광 개발을 통해 독보적인 브랜드를 유지해야 한다"고 결론 맺었다.

#공무원만 여론조사 객관성 있나? 정창식 “공무원이 가장 객관적.. 다른 전문가 없다”

용역 발표회가 끝나자 일각에서는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만을 대상으로 힌 설문조사는 정확한 시군통합에 대한 지역 여론을 확인하기 어렵지 않냐"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정 단장은 "편견을 배제하고, 통합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춘 공무원을 대상으로 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시군통합에 대해 잘 모르는 주민을 선동해 여론을 왜곡하는 사례가 있더라. 우리는 객관적인 여론을 공무원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중간 용역보고 때와 결과가 달라진 부분에 대해선, "중간용역보고회와 최종용역보고회의 결론이 달라지는 일은 흔히 있다"며 "중간 보고회 당시에도 시너지 효과가 있는 지 검토하겠다고 했고, 공무원들을 통해 객관적 여론을 수렴했다. 사실 당초 용역수행과제에는 설문조사가 들어가 있지 않았다. 적은 용역비(1300만원)에도 최선을 다했다. 다양한 통합모델을 분석하고, 여론조사를 하려면 1억이 있어도 모자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창식 단장의 용역보고 외에도 사천시 총무과에서 '행정체제 개편에 대응방안'을 보고했다. 사천시 총무과는 주민 설문조사 대신 읍면동장을 통해 주민 의견을 취합하는 방식으로 여론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고병호 총무과장 “사천-삼천포 통합 후 16년 간 후유증..주민이 시군통합 부정적”

고병호 총무과장은 "구 삼천포시·사천군 통합이후 약 16년이 경과했으나 예산감소, 지역발전 낙후, 지역화합 어려움 등 현재까지 후유증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민편의 및 사천지역 여론·정서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시군통합 추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우세하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제기된 서부경남 5개시군 통합론에 대해, 고 과장은 "역사적·문화적 동질성, 발전가능성 등을 볼 때 사천+진주+남해+하동+산청 통합은 현실성도 없고, 주민생활편의 및 지역경쟁력을 강화할 수도 없다는 여론이 대세"라고 밝혔다.

고 과장은 "시군 통합은 주민생활에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으로 통합 여부 및 대상 등은 시민 뜻에 따라 추진하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고 과장은 지난 5일 사천시의회 업무보고회 자리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시의원들에게 전달했다. 당시 고 과장은 남해·하동·사천 통합 논리에 대해서 주민 의견이 부정적이라고 전했다.

고 과장은 "남해·하동과 통합은 일부 동지역에서만 찬성할 뿐 전체적인 의견은 다르더라"고 답했다. 사실상 남해·하동과의 통합 추진의사가 없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삼수 의원 등 시의회 “사천시 대응논리 부실.. 구체적인 득실·주민의견 분석 필요”

이삼수 의원 등은 정창식 단장의 용역자료와 사천시가 취합한 자료의 부실을 따지면서 "읍면동장을 통한 간접적인 여론수렴이 아닌 구체적인 주민의견을 파악해야 하고, 시군통합에 대한 이득과 손해를 세세한 부분까지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며 "지금까지 내세운 사천시의 자료는 액면 그대로 나와 있는 것에 불과하다. 체계적인 용역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고병호 과장은 "인근 시군의 상황을 봐가며 대응을 할 예정이며, 때에 따라 용역을 할 수도.."라고 말해, 재용역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향후 진주지역의 진주-사천 통합 주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사천의 대응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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