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처럼 새벽에 일 나가고 밤에 들어오면 왜 못 먹고 살아?”
이 마을에서 태어나 농사를 천직으로 여기고 살아온 김 씨. 조금 구부정해진 허리는 그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처럼 느껴진다. 논일이든 밭일이든, 농사일이란 게 본디 허리를 숙여야 가능한 일 아니던가.
그는 예전에는 농약 칠 때 되면 농약치고, 비료 줄 때 되면 화학비료 뿌려주며 이른바 관행농법으로 농사를 지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앞으론 친환경 아니면 내다 팔기도 어렵다”고 말하는 김 씨는 ‘친환경 대세론’에 푹 빠져 있다.
그저 머리로 생각만 하거나 입으로 말만 하는 게 아니다. 농사일로 바쁜 와중에도 올해는 사천시농업기술센터에서 마련한 사천농업대학 친환경농업과에 등록해 공부하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사천농업대학 한우학과를 수료했던 그. 일흔을 넘긴 그의 나이는 노쇠함의 상징이 아니라 원숙미의 상징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프로의 냄새가 난다’고나 할까?
어민들에겐 골칫거리인 불가사리를 모아 EM원액과 당밀 등을 섞어 6개월 이상 삭힌 뒤 천연비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기력이 떨어진 논밭의 땅 힘을 돋우기에 적격이란다. 그는 불가사리뿐 아니라 활어시장에서 나오는 생선대가리와 내장 등도 모아다가 액비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올해 처음 시도하는 것도 있으니, 바로 바다가재 껍질을 논밭에 뿌리는 일이다. 바닷가 마을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런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 고추의 경우 탄저병을 피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시도해 보는 일이다. 이를 위해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 1월, 새벽마다 삼천포어시장을 돌며 바다가재 껍질을 수거했다.
“고추 아니라 벼도 마찬가지야. 수도작을 하는 대부분 논에는 칼슘이 바닥난 상태거든. 칼슘이 있어야 알곡도 여물고 쓰러짐도 없고 병에도 강한 법이지.”
김 씨의 몸에 밴 부지런함. 이것은 그의 삶의 철학과도 같은 것이다.
“농사는 기계로 되는 기 아이라.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 되는 기거든. 요즘 농촌에는 농한기가 따로 없어. 농한기라고 놀아서도 안 되고. 유기질 퇴비를 만든다든지 농사 자재를 준비한다든지, 할 일이 널렸어!”
자연스레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을 향해서도 한 마디 던졌다.
“아무리 농촌 어렵다 해도 근면하면 도시 못지않게 생활할 수 있다고 봐. 도시처럼 새벽에 일 나가고 밤에 들어오면 왜 못 먹고 살아?”
소를 몇 마리 키우고, 벼농사를 짓는 것 또한 기본이다. 특히 벼는 흑미를 재배하고 있다. 이밖에 가을에는 배추, 겨울에는 시금치를 심어 소득을 올린다. 최근에는 블루베리를 심어 올해 첫 수확을 앞두고 있다. 이 모든 농사가 논과 밭 각 2500평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런 그에게 농사란 단지 돈을 버는 수단만은 아니었다. 그에게 소망을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김영규가 생산한 것이다’ 하면 누구나 믿고 먹을 수 있게 하고픈 게 내 목표다. 그리고 가능한 폐기물처럼 버려지는 것들을 활용해 농사에 이용해보고 효과가 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다시 알려주는 일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