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주부의 장 담그기 '도전'.. 언제쯤 엄마표 '장맛' 날까

벼르고 벼르다 얼마 전에 메주를 주문했다. 1말은 너무 많은것 같아 반말.

국이며 나물에 조선간장이 최고, 된장은 엄마표 된장이 최고. 혹 집에 간장이 떨어져 소금이나 몽고간장으로 간을 하면 영-엉, 된장이 떨어져 마트에서 산 된장으로 국을 끊이면 영-엉 입에 맞지를 않는다. 해서 칠순 넘으신 울엄마 기력 있으실 때 꼭 간장만은 배워야 되겠다싶어 큰 마음먹고 메주를 주문했다. 내일 온다는 전화에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장은 정월 말일 즈음에 담가야 제 맛이 나고, 음력 5월 초에 뜨야 한단다.

먼저 메주에 피어있는 곰팡이를 새 칫솔로 싹싹 문질러 제거하고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어 소쿠리에 받쳐놓고, 반말이면 10ℓ정도의 물에 소금 2~3㎏ 적당.

물에 소금이 어느 정도 녹으면 계란을 띄워 떠오르는 부분이 500원 동전 크기만큼 되면 체에 걸러 옹기에 붓고, 메주와 고추, 숯, 깨를 넣는다. 고추,숯,깨는 액막이를 하는 것이란다.

그리고 정월 지나기 전에는 장주인 외에 장뚜껑 여는 법이 없단다. 그리고 햇볕이 잘 드는 남향에 놓고 뚜껑 열고 해와 눈맞춤을 해야 한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듯 메주 띄워진 옹기와 해가 눈을 잘 맞춰야 제대로 장맛이 든단다.

‘엄마, 그럼 해가 있는 곳에 두고, 담요 같은 걸로 감싸주면 더 좋지 않나?’

‘야야, 내 말을 못 알아듣겠나? 온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햇볕을 잘 받아야한다고. 남녀가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듯, 해와 자주 만나야 된다고. 그래서 일반 주택에서는 비오는 날 빼고는 뚜껑을 항시 열어 놓는다 알겠나’

‘그래, 알았다’

엄마가 주는데 뭐하러 번거롭게 하느냐고 하시면서도 내심 좋아하신다. 아파트에서 잘 안된다고 하던데 한번 해 보라고, 첫술에 배부르냐고.

장 담그기는 정말 쉽다.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가끔 들여다보면서 거품이 생기면 싱거워 그럴수도 있으니 소금을 조금 넣고, 그래도 계속 거품이 생기면 생고생만 하고 버릴수도 있단다.

우리네 음식은 대부분 그런 것 같다. 다른 나라 음식과 달리 모양과 색이 화려하지도 향이 독특하지도 않지만, 손이 많이 가고 그러면서 깊은 맛이 있는 것 같다.

게장도 장을 끊이고 식혀 붓기를 세 번 이상해야 맛도 보관도 오래가고 가끔 끓여줘야 하고, 식혜 또한 대여섯 시간 밥솥에서 숙성시키면서 떠오르는 밥알을 손끝으로 만져보며 가늠할 수 있고, 젓갈은 젓갈대로 소금만 잔뜩 넣는다고 끝이 아니듯 계속 봐줘야 제대로 된 맛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괜스레 설렌다.

토요일 음력 1월24일에 장 담그고, 매일 한 번은 꼭 살핀다. 음력5월에 장 뜨기를 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두근두근 콩닥콩닥 가슴이 뛴다. 유월에 ‘장 뜨는 날’이라는 글로 다시 지면을 채울 수 있을지.....

그래도 설레임 투성이 지금이 마냥 좋다. 얼마 전 작고한 박완서 선생님 말씀따라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고, 해보지 않은 일이 가끔은 삶에 윤활유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겨울잠 자던 개구리며 뱀이 깨어난다는 경칩을 몇 일 앞두고, 이 봄에 가슴 설레는 뭔가를 시작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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