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선 공사 소음 “이젠 사람 죽겠네”.. 마을주민 대책 요구

경전선복선화공사로 가축이 유산하거나 사산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사천시 환경보호과 직원이 지난 14일 민원에 따른 소음측정을 하고 있는 모습.
경전선철도 복선화 사업이 한창인 가운데 공사에 따른 소음과 진동으로 인근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축산 농가에서는 가축이 유산 또는 사산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인근 학교에서는 수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다며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공사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는 곳은 사천시 곤명면 송림리 일대. 이곳에는 지난해 말부터 터널공사와 교량의 교각 설치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공사과정에서 “설계에 반영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방음벽을 설치하지 않은 채 공사를 진행함으로써 송림마을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공사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농가에서는 한우가 연이어 유산하는 피해를 입고 있다.

농가 주인 하경순(58) 씨에 따르면, 지난여름부터 시작해 최근까지 자신이 키우는 한우 3마리가 연달아 유산하고 있다. 특히 이 중 1마리는 “두 번 연속으로 유산했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염소는 새끼를 사산하고 개는 낳은 새끼를 물어 죽였다고 한다.
사천시 곤명면 송림마을 하경순 씨의 집 담장. 하 씨는 공사진동으로 무너졌던 것을 대충 올려만 놓았다고 설명했다.
피해는 이뿐 아니었다. 하 씨가 기르는 염소는 새끼 3마리를 품었다가 사산했고, 어미 개 3마리도 낳은 새끼 25마리를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정서불안 증세를 보이다가 차례로 물어 죽였다고 한다. 건물 벽에 금이 간 것은 물론이고 일부 담장은 아예 무너지기도 했다는 증언이다.

하 씨는 이런 피해가 공사장의 심한 소음과 진동 때문으로 보고, 시공사인 남광토건에 요구한 끝에 일부 방음벽 설치를 얻어냈다. 하지만 최근에는 더 가까운 곳에서 암반을 깨는 작업을 시작하자 “이제는 가축이 아니라 내가 죽겠다”며 사천시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소음과 진동을 측정해 적절한 대책을 세워 달라는 주장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 14일 오전, 송림마을에 있는 하 씨의 축사에 소음과 진동을 측정하는 장비가 설치됐다. 그 결과 소음은 53~55㏈로, 주거개발지진흥지구 중 공사장의 생활소음규제기준 68㏈보다 낮았다. 진동 또한 규제기준치 이내였다.

이를 두고 하 씨는 “평소에는 훨씬 더 큰 소음을 내지만 환경보호과에서 나오니까 소음이 크지 않은 작업을 하고 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참고로 소음측정의 경우 5분 동안의 소음을 평균하는 데다 소음측정 시 공사관계자가 반드시 입회하도록 돼 있어, 공사업체가 공사방법과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소음규제를 피해갈 여지가 많다는 게 보편적 시각이다. 사천시 환경보호과 관계자는 이런 내용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경전선 복선화사업 공사 한 장면. 방음벽 바로 너머가 곤명중학교다.
공사 진동에 따른 균열 피해를 호소하는 하 씨.
경전선 공사에 따른 피해는 같은 공사현장 근처에 있는 곤명중학교에서도 보고 있다.

곤명중학교 김균환 교장에 따르면, 더위 때문에 창문을 닫기 힘들었던 지난여름에는 수업에 지장이 많았다. 특히 발파작업이라도 할라 치면 교사나 학생 모두 깜짝깜짝 놀라기 일쑤였다고.

최근에는 학교 담장 너머에서 교각설치 공사를 하고 있어 다시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교실 창문을 닫을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학교 뒷산 터널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파.

김 교장은 발파에 앞서 미리 예고라도 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계속 묵살 당하자 공사 발주처인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제야 23일인 오늘, 공사관계자가 학교를 방문해 공사과정에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지금껏 보여 온 공사 관행에 비춰보면 앞으로 얼마나 개선될지는 의문이다. 말로는 “개선하겠다” “대책을 세우겠다” 밝히면서도 실제로는 큰 변화 없이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게 민원인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곤명중학교. 갑작스런 발파로 교사와 학생 모두가 깜짝깜짝 놀란다고 한다.
가축이 사산 또는 유산하고, 담장이 무너지는 피해를 입었다는 하 씨의 경우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시공업체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공사가 끝나봐야 최종 피해를 확인할 수 있고, 공사와 연관성도 판단할 수 있다”는 게 시공사인 남광토건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공사현장 책임을 맡고 있는 이상재 소장은 “터널 굴착공사가 내년 2월이면 끝난다. 가축피해와 관련해 그런 피해를 인정한다는 내용으로 확인서도 써 줬는데 왜 못 기다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 씨의 주장은 달랐다. 확인서에는 각종 피해사실은 언급돼 있지만 그 책임이 시공사에 있다는 내용이 없다는 것. 따라서 향후 보상을 하겠다는 약속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가축피해의 경우 소득절감으로 이어져 “빚을 내 가축을 길러야 하는 상황”이라며, 피해보상을 당장 받아야겠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선 경전선 공사에 따른 피해를 입었다는 민원인과 시공사 사이에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공사관계자와 민원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천시 환경보호과 직원이 소음과 진동 측정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14일)
또 시공사의 주장대로 터널 굴착공사가 끝나는 내년 2월 이후에라도 양측이 원만하게 합의를 이룰지는 미지수다. 가축피해와 건물 균열 등이 해당 공사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따지자고 든다면, 문제 해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 빤하기 때문이다.

한편 철도시설공단이 시행하는 진주~광양 경전선복선화사업은 지난해 시작했다. 51.5㎞를 복선화 하는 이 사업에는 9772억 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당초 2011년 말까지 준공예정이었으나 공사가 늦게 시작된 탓에 2년 정도 늦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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