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한 뉴질랜드에서의 1년 돌아보기④

이 글은 진주시 대아고등학교 이영조 교사가 보내온 것입니다.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에서 보낸 1년간의 어학연수 경험을 뉴스사천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고 하네요. 소중한 글 보내주신 이영조 님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네 번에 걸쳐 싣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연재순서 ①큰맘 먹고 가족과 함께 어학연수 떠나다 ②낯선 곳 낯익은 만남 그리고 새로운 경험 ③타국생활 버팀목, 여행 축구.. 가족! ④공부보다 가족 위한 어학연수 "아깝지 않아"

뉴질랜드의 생활이 마무리되어가는 12월 말, 무엇인가 의미 있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2010년 새 아침은 세상에서 제일 먼저 해가 뜨는 이 곳 기스본에서 맞이하고 싶었다. 2009년 좋지 않았던 모든 일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2010년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스본에 가기로 결정했다.

매일 세상에서 처음으로 일출을 볼 수 있는 기스본은 북섬의 동해안에 위치해 있다. 이 지역은 마오리어로 'Tairawhiti'라고 불리는데, 이 의미는 '태양이 물을 가로지르며 빛나는 해변'이라는 뜻이다. 도시근처에 카이티해변은 마오리 족이 이주한 곳이기도 함과 동시에 뉴질랜드에 처음으로 유럽인이 도착한 곳이기도 하다.

1769년 쿡 선장이 여기에 첫 번째 발을 올려놓고, 1831년에 유럽인이 정착 체계를 잡게 되었다. 그 후 '혼(hon)'이라고 불리던 이 도시는 식민지개척자 '윌리엄 기스본'의 이름을 따서 1870년에 새로이 태어난 역사를 지닌 곳이다.

기스본에서 새해 아침을 맞이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우리가 살던 해밀턴에서 차로 14시간을 가야하는 먼 거리였다. 속이 좋지 않은 아내에게는 꼬불꼬불한 도로가 결코 달갑지는 않았다.

그래서 중간에 계속 쉬었다 가야했고 시간은 계속 지체되었다. 도착해서도 숙소를 잡을 수가 없어 차 안에서 새우잠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여름이기는 하지만 새벽은 너무나 추워 가지고 간 겨울잠바와 담요로 몸을 감싼 채 일출을 기다렸다.

현지 시간으로 6시 30분경에 드디어 해가 떴다. 한국시간으로 새벽 2시 30분경이었으니 내가 한국에 있는 어떤 사람들보다 먼저 2010년 첫해를 본 것이다. 아니 세상 어떤 사람들보다 먼저 봤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아무튼 뜻 깊은 해맞이를 한 후 준비해 간 떡국을 끓어 바닷가에서 나눠먹었다.

기스본에서 새해를 맞이한 우리 가족은 동해안을 따라 계속 여행을 하며 집으로 갔다. 출발 전에 기스본 시내를 구경했는데 사실 이곳은 세상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뜬다는 역사적 사실 이외에는 그렇게 큰 의미를 가진 도시는 아니었다.

어쩌면 그 의미만으로 이 도시는 더없는 가치를 가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물론 뉴질랜드 사람들이 포도주를 많이 마시기에 포도주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곳이라고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가는 중 차에 기름을 넣는 동안 내려서 30분정도 쉬어간 Wainui beach에서 나와 우진이는 모래사장에 버려져 있는 나무를 낑낑거리며 일으켜 세워 모래사장에 심었다. 그리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모래사장에 우리 가족의 이름을 새겨 놓고 건강과 행복도 빌었다.

뉴질랜드 동쪽 끝에 위치한 등대인 East cape lighthouse 남반구 최동쪽이라는 상징적인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지 외딴곳에 있는 이 등대를 꽤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주차장에서 이 등대까지 계단을 25분정도 걸어갔다. 처음에 계단을 세다가 너무 지쳐 중간에 포기 했는데 아마 700개는 족히 넘을 것 같았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면서 우리 가족은 여행에 대한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뉴질랜드 북섬은 어느 정도 여행을 했는데 남섬은 아직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남섬에 가야 뉴질랜드의 진정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내는 자연의 아름다움보다는 빌딩숲을 보는 것이 더 좋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남섬대신 호주로 여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호주를 가야하는 것은 비단 높은 빌딩이나 멋진 옛 건물을 보려는 이유도 있었지만 아내가 결혼 전에 호주로 어학연수 갔을 때 지냈던 homestay 가족을 만나보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왕 뉴질랜드에 왔으니 가까운 호주를 구경하는 것도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데 의미 있을 것 같았다. 1월 20일 4박 5일 일정으로 호주로 여행을 갔다. 콴타스항공과 힐턴호텔만 예약하고 나머지 일정은 상황보고 하기로 하고 떠난 여행이었다.

호텔에 투숙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이 homestay 가족을 찾아가는 것이었는데 아내는 주소를 기억하지 못해, 도시와 동네를 기본으로 google map을 이용하여 대충의 위치를 파악하고 무작정 찾아 나섰다. 겨우 찾아갔지만 그 가족은 이미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상태였다.

허탈해 하며 돌아가려는데 현 주인이 주소를 알려주어 13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저녁까지 먹으며 많은 얘기를 나눴지만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음을 기약했다. 다음 날부터 시드니와 멜브런을 중심으로 관광을 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장소 중 하나라고 하는 Twelve Apostles (12 사도)는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느끼게 해주었고 하버브릿지와 오페라하우스도 그 웅장함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하버브릿지를 완주하면 3시간 30분정도 걸리는데 그 돈이 $100이 넘는 것도 있지만 아이들 데리고 엄두가 안 나 아쉽지만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지난 1년이라는 시간을 돌이켜 보면 나의 공부를 위해 투자한 것보다는 가족을 위해 특히 우진이, 상진이를 위해 내가 무엇을 했는가를 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다음에 언제 또 이런 시간이 올지는 모르지만 다시 한 번 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우진이와 상진이가 더 훌쩍 커버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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