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층의 악당' 한번 보세요!

 “제 직업요? 작가요. 작가. 글쎄요...어떤 글이냐구요? 인터넷에서 악플 쓰고 있습니다.”
꿍꿍이속은 숨긴 채 인생역전을 꿈꾸며 2층에 세 들어 온 위장 잠입 작가 한석규가 무슨 일을 하는지 묻는 김혜수에게 던진 말이다.

▲ 이층의 악당 포스터(사진출처: www.2storyhouse.co.kr)

 ‘달콤 살벌한’ 배우 한석규,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 김혜수. 두 사람이 아래 위층, 한집에 같이 산다. 달콤한 세입자 창인(한석규), 초 절정 히스테릭녀 연주(김혜수), 엄마와 닮은 거라곤 까칠 히스테릭밖에 없어 보이는 중딩 성아, 오지랖 넓은 옆집 아줌마. 이들이 얘기하는 삶의 어려움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공통적인 생각. “내가 지금 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불행한 게 아닐까?”

 사람들은 누구나 각자의 걱정거리를 잔뜩 짊어진 채 ‘내가 지금 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불행한’ 것처럼 여기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 누구나 세상 살면서 느끼는 고민, 고통, 불안, 삶의 무게는 같을 수밖에 없다. 단지 삶의 유형만 다를 뿐이다.

▲ 이층의 악당 (사진출처: www.2storyhouse.co.kr)

 일확천금을 노리며 도자기를 찾아 나선 40대 중반 악당 아저씨, 연신 줄 담배 피우며 앞집 아저씨를 엿보는 50대 후반 할머니, 히스테릭 신경 쇠약에 우울증까지 겹친 30대 아줌마, 돈 없어 쩔쩔 매는 엄마에게 성형 수술 해달라며 대책 없이 괴롭히는 10대 중딩. 영화 속 주인공들 어깨에 매달린 삶의 무게는 우울, 짜증 그 자체다.

 그런데 이들이 뱉어내는 말들은 재밌어 죽겠다. 못생긴 외모 때문에 살기가 너무너무 힘들다며 자살을 시도하던 중딩 성아는 이층 아저씨 창인에게 발각되어 울면서 얘기한다.

▲ 외모 때문에 힘든 사춘기를 보내는 성아(사진출처: www.2storyhouse.co.kr)

 “왜 죽으려했어?” “살기가 힘들어서요.” 그걸 누가 모르나? 중학생이 살기 힘들게 뭐있어? 쬐그만게 벌써... 창인은 성아에게 고함을 지른다. “학교 다니지마. 당장 때려치워! 공장 다녀!”

 집을 뒤져 뭔가를 찾아야하는 창인은 집주인 연주를 찾아가 인터넷을 써야하니 일층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인터넷 쓸려면 P.C방 가세요”란 연주 말에 “거 애들이 얼마나 떠드는데요. 뿅뿅뿅.” 창인이 귀엽게 반항해 본다. "한국 남자들은 나이 처먹으면 남 일에 참견해도 된다는 국가 자격증이라도 발급 되요?" 김혜수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잔소리만 해대는 한석규에게 하는 말. 영화속 명대사는 쭉 이어진다.

▲ 지하 창고에 갇힌 창인 (사진출처: www.2storyhouse.co.kr)

 <서울의 달>부터 시작된 배우 한석규의 ‘달콤 살벌한’ 연기가 <이층의 악당>에선 한층 중후해진 느낌이다. 김혜수의 우울증 연기, 아역 배우 지우의 중딩 연기도 압권이다.

다른 사람들도 다들 끙끙거리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어. 너만 힘든 것 아니야. 그러니까 그렇게 힘든 척하지마! 영화 속 주인공들이 관객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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