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기행하던 날, 문수스님 입적 소식을 접하고
문수스님은 뭘 보셨을까?
6.2 지방선거를 이틀 앞두고 대체 낙동강에서 무슨 엄청난 보물이라도 보셨기에, 그것 지키겠다고 저리 가셨을까?
알토란 같은 내 자식들 공부시키고 나날이 치솟는 물가지수에 가랑이 찢어지는 살림에도, 알토란 같은 내 감자씨를 심어 포슬포슬 내 새끼들 살갗마냥 보드라운 모래톱 속의 감자들이 있어 재미가 솔솔했는데.....
감자 캐다 허리 쭈-욱 펴면 눈 앞에 저기 저 낙동강 바라보며 아무 사심없이 그저 물은 흘러야하니 흐르고, 낮은 산등성이들 가운데로 유유히 흐르면서 설움도 환희도 모두 보듬어 안고 그저 흐르는게 제 전부인양 그렇게 흐르더니....
감자를 캔다, 세기의 마지막 낙동강감자를 캔다.
이 윤기 짜르륵 나는 감자밭을 갈아 엎는단다. 몇 푼 안되는 보상금으로 입 닦고 다시는 이 강 앞에, 이 땅 앞에 손님으로나 오란다. 주인 행색일랑 하지말고, 도시에서 많이 짓는다는 체육공원에 팔자 편한 사람들이나하는 조깅도 하고 산책이나 하란다.
허-참, 기가 찰 노릇이다.
내 몸 내가 부지런히 놀려야 먹고사는 우리네 농투성이들에게 자식새끼들 공부도 시키지 말고 배 곯아가면서 건강해라고 공원에서 운동이나 하고 유람선 떠 다니는 것 구경이나 하란다. 팔짝 뛰고 나자빠질 일이 아니가? 허-어 참.
법정스님은 알고 계셨을까?
물의 흐름을 막는, 자연의 순리에 벗어난 저 어처구니 없는 일을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었을까?
그 속에 가득찬 욕망 덩어리들을 보셨을까?
문수스님 또한 보셨을까?
5월30일 지방선거 이틀 앞 둔, 날씨는 지랄같이 좋더니.....
낙동강 감자들이 다 갈아 엎어지는 걸, 우리네 생명들이 저 거대한 철구조물로 파헤쳐지는 걸 더 이상 바라만 보실수가 없어, 내일 모레면 다 파헤쳐질 저 감자밭으로 마지막 감자가 되실려고 그렇게 가셨을까?
남의 눈에 눈물, 피눈물 흘리게 하는 그대는 과연 뭘 흘릴까?
흘릴것이나 있겠는가, 파-악 온 몸 바스락 으스러지겠지.
우리 조상과 지금의 우리, 후세대를 있게한 저 생명의 강을 거슬러 그대 자자손손 무슨 영광을 누릴것이가?
꿈 깨게나 꿈 깨.
천지가 뒤바뀌어도 물은 흐를것이고, 우리네 피눈물은 그대 아름다운 정원에서 그대 자식과 손자대대로 흘러넘 칠 것이네.
허니 다시 잘 생각하시게.
우리네 농투성이야 땅 빼앗기고 나면 더 빼앗길 무엇이 있는가?
더 빼앗길 것은 없고 지킬것만 남았네.
자자손손 물려줄 생명의 젖줄 우리강.
한강아!
금강아!
영산강아!
낙동강아!
계속 쭈-욱 흘러야 한다, 그 곳에 가진 것 없는 내가 우리가 있어 함께 하자꾸나.
5월 30일 낙동강의 흙탕물을 보고, 31일 문수스님의 입적 소식을 접하면서 글 재주도 없는 제게 이 팍팍한 글을 끝내 쓰게 하네요.
내가 우리가 있어 삶은 살아지는게 아니라,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당위적인 믿음으로 함께 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