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의 이구산과 세주
갑진년의 이구산과 세주

[뉴스사천=최인태 막걸리문화촌장] 2024년 갑진년 새해 벽두에 사천의 진산(鎭山)인 이구산(尼邱山·370m)에 올라 세주(歲酒)를 올렸다.

세주(歲酒)는 한 해 동안 무병장수를 위하여 정초에 마시는 술이다. 이 술을 마시면 괴질(怪疾)을 물리치고 사기(邪氣)를 없애며 오래 살 수 있다고 믿었던 모양이다. 중국과 함께 우리나라에서도 꽤 오래전부터 있었던 문화다.

세주는 산초(山椒), 방풍(防風), 백출(白朮) 등의 약초를 조합하여 만드는데, 민간에서는 곡주인 청주(淸酒)를 세주로 썼다.

세주를 마신다는 건 봄을 맞이한다는 뜻도 있다. 사계절 중 시작이 봄이므로, 새로운 해(年)의 열림을 뜻하는 셈이다. 끊이거나 데우지 않고 찬술을 그대로 마심은 원초적(시작)인 것을 뜻하는 것으로서 우주가 개벽하던 그 신성한 순간에 비유했다 하겠다.

세주를 따를 때는 어르신부터가 아니라 어린아이부터였다. 장유유서 유교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아이부터 먼저 마시게 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니, 그것은 전염병에 약했던 아이들을 위한 배려였단다.

성호 이익 선생은 ‘새해 들어 나이 많은 것도 서러운데 술까지 늦게 받으니 참으로 서운하다’는 기록을 남겼다지만, 미래를 위한 배려의 지혜가 참 좋다.

우리술은 사람을 하나로 모으고, 즐기고, 축하하고, 나누며, 화합하기 위한 것이었다. 타인에게 행복을 주면서 자기 행복을 찾는다고나 할까.

어둠이 물러가서 해가 뜨는 것이 아니라, 해가 뜨니 어둠이 물러가는 것이라 했던가.

새해가 밝았다. 뉴스사천 독자님들께도 세주(歲酒)를 올리며,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듯이 한 해 동안 내내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두 손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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