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숨고르기] 

김재원 경상국립대 생명과학부 명예교수
김재원 경상국립대 생명과학부 명예교수

[뉴스사천= 김재원 경상국립대 생명과학부 명예교수]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새해를 맞는 의미로 많은 사람들이 해넘이 혹은 해맞이에 참여한다. 아마도 새해를 맞이하면서, 가슴에 소망을 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일 것이리라. 

올해도 해가 뜨는 광경을 목격한 지인들이 일출 모습을 담은 사진을 여러 장 보내준 덕분에 따뜻한 집안에서도 그 기분을 어느 정도 공유할 수 있었다. 그 사진 중에서 눈길을 끈 것은 삼천포에 사시는 분이 대교 위에서 찍은 일출 사진이었다. 붉은 해가 둥싯 떠오르는 왼편으로 화력 발전소로 보이는 높다란 굴뚝들에서는 연기가 힘차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남들 다 편하게 지내는 새해 첫날에 발전소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의 노고의 고마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공휴일 그 이른 시각에도 멈추지 않은 화력 발전소의 굴뚝을 보면서 맘이 편치 않았다. 작년 한해 내내 들어온 ‘기후 위기’란 말도 생각나고, 얽히고설킨 에너지 문제가 떠올라 가슴이 답답할 지경이다. 

삼천포대교에서 바라본 2024년 새해 일출. (사진=뉴스사천DB)
삼천포대교에서 바라본 2024년 새해 일출. (사진=뉴스사천DB)

기후 위기라는 난제에도 도움이 되고, 또 에너지 문제의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앞으로 미래의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은 모든 분야에서 찾아야 할 터인데, 생명과학분야에서는 어떻게 공헌할 수 있을까? 이런 물음에 두서없는 몇 가지 답안을 찾아보게 되었다.

먼저 미생물에서 답을 찾아보기로 하자.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곡류나 과일을 가지고 술을 만들어 왔다. 그래서 미생물을 발효에 이용하여 알코올을 만들면 대체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미 이 기술은 상용화되어 있고, 알코올과 기존의 휘발유를 혼합한 자동차 연료가 일부 국가에서는 사용되고 있다. 이 방법 이외에 미생물로 전기를 만들 수는 없을까?

이 질문의 긍정적 답은 의외로 오래전에 관찰되었다. 지금으로부터 110년 전에 영국의 과학자는 효모가 전기를 생산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록 효율성이 낮아 한동안 주목 받지는 못하였지만 미생물 연료전지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기회가 되었다. 

한편 1988년에 미국 뉴욕 근처의 호수에서 ‘슈와넬라 오나이덴시스’라는 미생물이 발견되었는데, 이 세균이 금속을 환원하고 이를 대사과정에 이용해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내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로도슈도모나스 팔루스트리스’라 불리는 광합성 세균이 밝은 빛에서는 철로부터 전자를 뺏고 어두운 빛에서는 철에게 다시 전자를 돌려주는 특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를 이용하면 낮에는 방전을, 밤에는 충전을 할 수 있는 천연배터리를 제작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암시해 주고 있는 것이다.

낙관적인 전망을 해보자. 슈와넬라 오나이덴시스 세균을 이용하면 양조장이나 식품가공 회사의 폐수를 정화하면서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도록 개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로도슈도모나스 팔루스트리스는 광합성 세균이므로 전기를 발생시키면서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전망에 불과하다. 여러 가지 난제를 해결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혐기성 세균이어서 배양과 조절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 

그렇지만 유전자 조작등의 기술로 이를 개량하고 있고, 새로운 균주의 연이은 발견도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폐수에서 전기를 일으키는 세균을 발견하여 후속 연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새해에는 더 많은 연구 결실이 이루어져서 기후 위기에 미생물이 한 몫 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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