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긴긴 밤  

『긴긴밤』루리 글·그림 / 문학동네 / 2021
『긴긴밤』루리 글·그림 / 문학동네 / 2021

[뉴스사천=김도숙 삼천포도서관 이용자] ‘긴긴 밤’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겨울의 긴긴 밤, 홀로 남겨진 외롭고 쓸쓸한 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등…….

‘긴긴 밤은’ 세상에 하나 밖에 남지 않은 흰바위 코뿔소 ‘노든’의 현재 노년 생활과 과거 코끼리 고아원에서 어린 시절 코끼리들에 둘러싸여 지냈던 이야기로 시작된다. 코끼리 고아원에서 노든은 자신을 코끼리라고 생각하며 여러 코끼리들의 사랑과 보호를 받고 자란다. 노든의 삶에서 가장 평화로운 날들이었다. 

그러나 노든이 점점 자라면서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세상 밖으로의 여행을 선택하게 된다. 세상 밖의 모험에서 비로소 자신과 닮은 다른 코뿔소를 만나 가족을 이루고 딸아이도 얻게 되었다. 아내와 딸은 노든이 상상했던 것 이상의 행복감을 느끼게 하였다. 

이 책은 ‘루리’가 쓴 그림책으로, 제21회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작이다. 이 책은 코뿔소와 펭귄이 바다를 향해 떠나는 길 위의 삶을 그린 책이다. 그 길에는 고통이, 슬픔과 분노가 그러함에도 뜨겁게 움켜잡아야 하는 희망과 오늘이 있었다. 코끼리와 코뿔소, 그리고 펭귄이 전혀 어울리지 않은 조합이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연대감이 눈물겹도록 진하게 느껴졌다.

글 곳곳에서 묻어나는 감동적인 장면과 문장들이 살아 꿈틀거리기도 하였다. 누군가를 마음을 다해 대하고 위하는 삶이야말로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런 공동체 사회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세상이라는 것도 느꼈다.

“아이들은 삶이라는 모험에 기꺼이 뛰어든다. 지치고 고단한 날 이 그림책들을 펼쳐 보면 태어나지 않고 살아가는 것도 나쁠 것 같지 않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태어난다. 아이들의 충만한 세계와 텅 빈 마음은 왜 흔들렸을까. 마음의 비율은 어째서 태어나는 쪽으로 기울었을까. 아마도 자라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태어난 뒤에도 우리는 몇 번이고 태어나는 마음으로 산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상처도 후회도 없다. 그러나 성장도 없다. 성장은 언제나 균열과 틈, 변수와 모험들 사이에서 생겨난다. 간극을 메우고 틈을 좁히고 서로 어긋난 것들 속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동안에야 비로소 우리는 조금 자랄 수 있다.”

“우리는 모두 태어나기로 결심한 아이들이다. 용감하게 알을 깨고 나온 모든 아이들의 모험에 박수를 보낸다.”  당신의 긴긴 밤에 초대해 줄래요?  

긴긴 밤을 함께 걷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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