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사천=하병주·강무성 기자] 우주항공청 개청은 2023년초부터 지역과 정치권의 화두였으나,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천혜의 자연경관과 멸종위기 희귀동식물의 서식처 사천 광포만이 연안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광포만 옆 대진일반산업단지는 산업폐기물처리장 전환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하영제 국회의원과 송도근 전 사천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과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법정에 나란히 선 것도 중요 이슈 중 하나였다.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지역 축제와 행사 등이 부활해 봄부터 가을까지 사천 곳곳 들썩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항공기업들은 희비가 엇갈렸으며, 하이에어 운항 중단으로 사천-제주 하늘길이 막혔으나, 대한항공이 다시 사천-제주 노선을 운항하면서 하늘길이 열렸다. 올해 초에는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사천을 달궜다. 뉴스사천이 독자위원회와 2023년 사천 7대 뉴스를 정리했다.   정리=하병주·강무성 기자

9월 3일 오전 삼천포대교공원에서 열린 우주항공청 설치 특별법 국회 통과 촉구 범도민 궐기대회 모습.
9월 3일 오전 삼천포대교공원에서 열린 우주항공청 설치 특별법 국회 통과 촉구 범도민 궐기대회 모습.

‘우주항공청’ 개청 염원 뜨거웠으나, 국회 문턱 못 넘어

<뉴스사천 2023 7대 뉴스 ①> 지난 4월 국회에 제출됐으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한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우주항공청 특별법)이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한국판 NASA(미 항공우주국)를 표방하는 우주항공청 사천 설립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다. 우주항공청 특별법은 4월 6일 국회에 제출됐으나, 여야 첨예한 이견으로 과방위 소위에서 표류했다. 법안 통과가 계속 늦어지면서, 우주항공청 연내 개청 가능성이 희미해져 갔다. 결국 연내 개청이 어려운 상황이 되자 특별법 통과라도 진행하자는데 의견이 모였다. 지난 7월 26일에는 과방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 90일 가까이 논의를 진행했다. 

우주항공청 특별법은 진통 끝에 안건조정위 의결 직전까지 갔으나, 우주항공청의 연구개발(R&D) 과제 직접 수행을 놓고 충돌하면서 막판 협상이 결렬됐다. 하지만 국정감사 등을 거치면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을 우주항공청 소관으로 이관하고, 항우연도 우주항공청에 연구개발 기능을 두는 데 동의하면서 대부분의 쟁점이 해소됐다. 여야가 12월 12일부터 본격 가동한 ‘여야 2+2협의체’ 쟁점 법안에 우주항공청 특별법도 포함됐다. 21대 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 사실상 마지막 기회는 1월 9일 임시국회 본회의 자리다. 시기를 놓칠 경우 22대 국회의에서 재논의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진다. 

지난 9월 3일에는 삼천포대교공원에서 범도민궐기대회를 있었고, 지역 정치권은 민주당사 앞 상경집회, 국회 앞 기자회견 등도 수차례 진행했다. 하지만 경남지역 정치권의 압박이 여야 논의에는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정치권 일각의 시각도 있다.
 
사천시는 우주항공청 특별법 통과와는 별도로 정주여건 개선과 청사 후보지 추천을 위한 용역을 진행해 왔으며, 경남도 역시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추진단’을 내년 초 출범시킬 예정이다.

사천시 광포만에서 볼 수 있는 야생 생물들.
사천시 광포만에서 볼 수 있는 야생 생물들.

연안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광포만’

<뉴스사천 2023 7대 뉴스 ②>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두고 수십 년 동안 갈등이 일었던 곳 광포만. 그 광포만을 보호함으로써 생태적 가치를 더 키우는 쪽으로 정부가 가닥을 잡은 해가 올해다. 해양수산부가 10월 23일 광포만을 연안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면서다.

국내 습지보호지역 16호로 지정된 광포만은 사천시 곤양면과 서포면 사이에 있다. 염생식물인 갯잔디가 6만㎡ 이상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해수부 조사에서 해양보호생물인 갯게, 흰발농게, 대추귀고둥 등의 서식이 확인됐다. 멸종위기 1급인 저어새, 노랑부리 백로, 멸종위기 2급인 검은머리갈매기, 알락꼬리마도요 등 다양한 조류도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정 면적은 3.46㎢로, 대체로 갯벌이자 전체가 공유수면에 해당한다. 사유지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에 사천시는 “사유지에 대한 개발행위 제한은 없다”고 밝히면서, “빼어난 해양 생태 자원이 잘 보전되어 후대에 이어지고, 생태관광 자원으로도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광포만이 생태관광 자원으로 빛나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전망이다. 해양수산부와 사천시는 그 첫걸음으로 지난 12월 8일 ‘사천 광포만 갯벌 습지보호지역 관리자 워크숍’을 열고, 관리계획 수립 절차와 지자체와 주민이 고민해야 할 사안, 생태관광 활성화 방안 등을 공유했다. 이 자리엔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도 함께하며 관심을 기울였다.

주민들은 광포만이 하나의 브랜드로 거듭나길 기대하고 있다. 생태 탐방로 조성, 방문객 센터 건립 등으로 생태관광과 연결되길 바란다는 얘기다. 습지보호지역 관리사업은 국비 70%, 지방비 30% 매칭으로 진행된다.

한편, 광포만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8년까지 공유수면 매립을 통한 개발 계획이 검토되던 곳이다. 그러나 정부가 동의하지 않으면서 무산됐다. 이후 보전을 통한 관광자원 활용 쪽으로 방향을 바꾼 뒤, 지난해까지는 환경부가 국립공원 편입을 검토하기도 했다.  

굳은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서고 있는 하영제 국회의원과 송도근 전 사천시장.
굳은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서고 있는 하영제 국회의원과 송도근 전 사천시장.

법정에 나란히 선 하영제 의원과 송도근 전 시장

<뉴스사천 2023 7대 뉴스 ③> 현직 사천남해하동 국회의원과 전직 사천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으로 법정에 나란히 섰다. 

하영제 의원은 후보 시절과 국회의원 재임 시절 송도근 전 사천시장과 이정훈 전 도의원, 전 보좌관 등으로부터 억대 불법 정치자금을 받고,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검찰은 하 의원의 사무실과 국민의힘 당직자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3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하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가 가결됐다. 4월 초 창원지방법원에서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지난 5월 하영제 의원은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하 의원은 지난 7월 첫 재판에서 송도근 사천시장으로부터 3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외에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송도근 전 시장 역시 “(돈을 건넨) 행위 자체는 인정하나 특별당비 성격인 줄 알았으며, 불법을 저지를 고의는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영제 의원 측은 “그동안 사건에는 전후 맥락이 있다. 송 전 시장과 사천발전연구원, 당협 운영 문제는 재판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과 하영제 의원 측을 합해 모두 11명의 증인을 신청하면서, 재판의 장기화가 예고됐다. 

재판은 송도근 시장이 건넨 돈의 성격과 당시 정황을 중심으로 증인신문이 이어지고 있다. 하 의원의 국회 일정 관계와 검찰 측 사정 등으로 재판이 두 달 연기되기도 했으며, 증인들이 개인 사정으로 불출석하는 일이 생기면서 재판은 지연되고 있다. 1심 선고는 내년 총선 이후 나올 전망이다. 

하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재판 때문에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사천남해하동 지역구에는 10명 안팎의 출마예정자들이 국회의원 자리를 노리고 있다. 현재 총선 예비후보 등록에 이어 출마 기자회견, 저서 출판기념회 등이 잇따르고 있다.                             

제25회 사천 와룡문화제가 '와룡, 고려 현종을 품다'라는 주제로 4월 28일부터 30일까지 열렸다.
제25회 사천 와룡문화제가 '와룡, 고려 현종을 품다'라는 주제로 4월 28일부터 30일까지 열렸다.

4년 만에 부활한 사천의 축제…일상 되찾은 시민들 

<뉴스사천 2023 7대 뉴스 ④> 길고 길었던 코로나19 대유행의 어두운 터널을 뚫고 사천시 대표 축제와 행사들이 4년 만에 재개됐다. 사천의 대표 봄축제인 사천 와룡문화제는 4년 만에 새로운 발걸음을 이어가게 됐다. 2020년 ‘고려현종대왕축제’로 명칭이 변경된 바 있으나, 민선 8기에 들어서 축제의 역사성과 시민 정서 등을 고려해, 사천 와룡문화제로 다시 명칭을 환원했다. 올해 축제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와룡의 의미를 살리고, ‘용’과 ‘왕’이라는 콘텐츠에 맞춰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삼천포항 자연산 전어축제와 삼천포항 수산물 축제도 부활했다. 특히, 올해로 20회를 맞은 전어축제는 태풍의 영향으로 한차례 행사가 일부 연기되기도 했으나, 삼천포 여름 햇전어의 맛을 전국에 알렸다. 
2023 사천에어쇼는 11월 첫째 주말 삼천포대교공원과 한려해상 바다, 삼천포 가을 하늘을 수 놓았다. 올해는 공군본부가 참여하지 못하는 관계로, 프로그램과 일정을 대폭 축소하고, 축제 장소를 삼천포대교공원 일원으로 옮겨 진행했다. 축소 개최된 행사였음에도 12만 명(이동통신사 휴대폰 집계 기준)의 관람객이 삼천포대교 일원을 찾았다. 

농업인들의 추수감사축제인 농업한마당도 10월 말 사천시청 앞에서 펼쳐졌다. 수확기를 맞은 농특산물의 풍성한 나눔과 다양한 체험, 시음·시식·행사가 도농 교류의 장을 열었다.

폴란드 수출형 FA-50GF(사진=KAI)
폴란드 수출형 FA-50GF(사진=KAI)

수출길·하늘길 희비 엇갈린 항공업계 

<뉴스사천 2023 7대 뉴스 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사천지역 항공기업들도 희비가 엇갈렸다. 사천지역 중견 항공부품기업인 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구 샘코)는 대러 제재로 경영에 직격타를 맞았다. 

어스앤에어로는 글로벌 항공사로부터 수주를 받아 항공기 부품을 제조·생산 해왔으나, 매출의 60%는 러시아에서 나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서방이 대러 경제 제재에 들어간 가운데, 해당 기업의 러시아 수출길이 막혔다. 반면, 항공항공우주산업㈜(이하 KAI)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지난해 폴란드에 FA-50 경공격기 48대, 30억 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12대를 납품할 예정이며, 지난 8월에는 현지 비행 행사도 진행했다. 

폴란드와 계약한 48대 중 36대는 폴란드 공군의 요구를 반영해 성능개량 버전인 FA-50PL 형상으로 2025년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2028년까지 납품한다. KAI는 이번 폴란드 수출을 계기로, 동유럽 국가 방산 수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소형항공사 하이에어 운항 중단으로 지난 9월 사천-제주 하늘길이 막혔으나, 대한항공이 10월 29일부터 사천-제주 노선 운항을 시작하면서 시민과 관광객의 불편이 해소됐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0년 5월 코로나19로 사천공항에서 철수한 이후 약 3년 5개월 만에 다시 운항을 시작했다.    

사진은 대진산단 조성공사 현장.
사진은 대진산단 조성공사 현장.

대진산단을 산업폐기물 처리 시설로?

<뉴스사천 2023 7대 뉴스 ⑥> 일반 제조업만 들어설 수 있게 허가받은 대진일반산업단지(줄여서 대진산단)에 사업시행사가 산업폐기물의 소각시설과 매립시설을 넣겠다고 나서자 지역사회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주민의 찬반 대립은 현재 진행형이다.

사천시 곤양면 대진리 일원 25만㎡에 대진일반산업단지㈜가 조성 중인 대진산단. 이곳에 폐기물처리시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유치 업종을 바꾸려 한다는 이야기는 2022년 후반기부터 나왔다. 대진산단 시공사이자 폐기물 처리업 입주 희망 기업인 SK에코플랜트가 올해 5월에 사업 설명회를 열면서 논란이 절정에 올랐으나, 사천시가 종합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불허한다”는 방침을 내놓자 일단락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11월에 들면서 논란은 재점화했다. SK에코플랜트가 이번엔 ‘사천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복합단지’라는 사업을 들고나왔다. 곤양면과 서포면 주민설명회에선 찬성과 반대 목소리가 신랄하게 뒤엉켰다.

사업의 내용을 보면 SK에코플랜트가 5월에 제안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존의 허가 사항에 없던 산업폐기물의 소각시설과 매립시설을 넣겠다는 게 주를 이룬다. 남은 제조시설 공간에 폐배터리 파쇄‧용융 시설을 넣는다는 게 덧붙었다.

이를 두고 지역 주민이 다시 한번 찬반으로 부딪힌 가운데, 정작 사업시행사와 SK에코플랜트의 후속 발걸음은 더딘 편이다.  

2023년 초반을 달군 이슈는 뭐니 해도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였다. 사진은 개표 후 선관위 관계자들과 조합장 당선자들 단체사진.
2023년 초반을 달군 이슈는 뭐니 해도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였다. 사진은 개표 후 선관위 관계자들과 조합장 당선자들 단체사진.

변화 바람 셌던 조합장 선거…후유증도

<뉴스사천 2023 7대 뉴스 ⑦> 2023년 초반을 달군 이슈는 뭐니 해도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였다. 2월 21·22일 이틀 동안 후보 등록을 마친 결과 사천에서는 11개 조합장 선거에 25명이 입후보해 평균 2.27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정동농협과 용현농협의 조합장 선거에는 후보가 1명씩 출마해 각각 강동국, 김정만 후보의 무투표 당선이 결정됐다.

투표는 3월 8일에 진행됐다. 오후 5시 마감 결과 평균 투표율은 86.7%였다. 이어서 진행된 개표에서는 변화의 바람이 확인됐다. 다섯 명으로 가장 많은 후보가 경쟁한 곤명농협에선 이희균 전 조합장이 현역 조합장을 물리치고 당선했다. 두 명씩 맞대결을 펼친 사천농협과 삼천포농협에서도 현역 조합장을 누르고 각각 최용준, 김태현 후보가 당선했다.

현역 조합장이 출마하지 않아 경쟁이 더욱 치열했던 삼천포수협, 사천축협, 사천시산림조합 선거에선 각각 정도근, 이형주, 김근배 후보가 끝내 웃었다. 모두가 새 얼굴인 셈이다. 사천수협, 사남농협, 서포농협의 조합장 선거에선 현역 조합장이던 김기영, 김종기, 황일현 후보가 무난히 당선했다.

선거 뒤 큰 후유증을 앓는 곳도 있다. 사천수협 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음식과 금품 제공 등으로 후보자와 수협 관계자 등 21명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면 단위 좁은 지역사회에서 일어난 일이라 충격이 더욱 큰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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